미국
샌프란시스코
안개가 걷히는 한낮의 언덕 도시
케이블카와 주황색 다리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엔 회색 아침으로 시작하는 날이 많아요. 바다에서 밀려온 안개가 금문교 탑 끝을 지우고 언덕 아래 골목까지 내려앉았다가, 한낮이 가까워지면 옅어지지요. 그때 가파른 언덕에 늘어선 빅토리아풍 집들에 햇살이 들면서 도시의 윤곽이 또렷해집니다. 골드러시 때 몰려든 사람들이 만든 거리, 1906년 지진 뒤 다시 지은 동네, 1960년대 반문화의 무대가 언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져 있어요. 그 언덕을 오르려고 150여 년 전에 만든 케이블카가 지금도 달리는 곳이랍니다.
안개가 정하는 옷차림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은 '낮 12시부터 3시까지는 일 년 내내 여름'이라며, 그 밖의 시간엔 겉옷을 챙기라고 권해요. 기온이 21도를 넘거나 5도 밑으로 내려가는 날은 드물지만, 여름에도 아침저녁 안개가 밀려들면 금세 쌀쌀해지거든요. 동네마다 날씨가 다른 미기후도 이 도시의 성격이에요. 현지에서 '칼(Karl the Fog)'이라 부르는 안개가 도시 한쪽을 덮고 있어도, 미션 디스트릭트의 돌로레스 공원(Dolores Park)에 해가 나면 동네 사람들이 잔디밭으로 몰려나와요.
케이블카 — 말 대신 땅속 케이블
1873년 8월 2일 새벽 4시, 앤드루 핼리디(Andrew Hallidie)가 클레이 스트리트(Clay Street)에서 첫 케이블카를 시험 운행했어요. 젖은 자갈길에서 미끄러지며 마차를 끌던 말들이 채찍을 맞는 모습을 보고 떠올린 방식이었죠. 차량 아래 그립이 길바닥 홈 속에서 움직이는 케이블을 붙잡으면, 차는 그 힘으로 언덕을 오르내려요. 남은 세 노선 가운데 둘이 파월 앤 마켓(Powell & Market)에서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쪽으로 달려요. 파월 앤 마켓·베이 앤 테일러·하이드 앤 비치 정류장에선 오전 8시~오후 8시에 요금을 미리 내야 하니 MuniMobile 앱이나 Clipper 카드를 준비해 두세요.
금문교와 랜즈 엔드
금문교(Golden Gate Bridge)는 1937년 5월 27일, 차보다 사람에게 먼저 열렸어요. 그날 최대 20만 명이 걸어서 건넜다고 당시 신문들은 추정했지요. '인터내셔널 오렌지'라 부르는 다리 색은 자문 건축가 어빙 모로(Irving F. Morrow)가 페리로 공사 현장을 오가며 본 탑의 붉은 방청 도료에서 착안했어요.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곳은 시내 쪽 동쪽 보도뿐이고, 새벽 5시에 열어 서머타임 기간(3월 초~11월 초)엔 밤 9시, 그 밖엔 오후 6시 30분에 닫아요. 투신 방지망 공사 기간엔 일부 평일 밤 1시간 일찍 닫히기도 해요. 시내 북서쪽 끝 랜즈 엔드(Lands End) 해안길은 바람이 거세지만, 굽이마다 절벽과 금문 해협이 펼쳐져요. 길가엔 수트로 배스(Sutro Baths) 유적이 남아 있고, 스페인 사람들은 앞바다 바위에 올라오던 바다사자 때문에 이 곶을 '포인트 로보스(Point Lobos)'라 불렀답니다.
알카트라즈 — 만 한가운데의 섬
알카트라즈섬(Alcatraz Island)은 1934년부터 1963년까지 연방 교도소였고, 문을 닫은 뒤인 1964년과 1969~1971년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섬을 점거했어요. 섬에는 국립공원관리청과 계약한 알카트라즈 시티 크루즈(Alcatraz City Cruises)의 페리로만 갈 수 있어요. 피어 33(Pier 33)에서 출발하는데 선착장엔 주차장이 없어요. 72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환불되니 일정이 잡히면 공식 사이트에서 먼저 예약하세요. 배를 기다리는 동안엔 피어 39(PIER 39)의 K 독에 들러 보세요. 1989년 10월 로마 프리에타 지진 직후부터 바다사자들이 올라와 자리 잡은 곳으로, 2024년 5~6월엔 2,100마리가 넘게 모였어요.
동네마다 다른 시대
• 차이나타운(Chinatown) — 1849년 골드러시 때 생겨나 1906년 지진 뒤 재건된, 북미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차이나타운. 그랜트 애비뉴(Grant Ave)의 드래곤 게이트로 들어가 등불 걸린 거리를 걷고, 스톡턴 스트리트의 채소·생선 시장도 들여다보세요. • 노스 비치(North Beach) — 이탈리아계 미국인 공동체의 동네. 시티 라이츠 서점(City Lights)에 비트 세대의 흔적이 남아 있고, 텔레그래프 힐 꼭대기엔 1930년대에 지은 코이트 타워(Coit Tower)가 서 있어요. • 미션 디스트릭트(Mission District) — 미션 돌로레스(Mission Dolores)는 1776년 6월 29일에 설립됐고, 옛 미션 건물은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에요. 밸미 앨리(Balmy Alley)의 벽화도 여기 있어요. • 헤이트애시버리(Haight-Ashbury) — 1967년 '사랑의 여름'에 10만 명 넘게 모였던 곳. 엽서로 익숙한 빅토리아풍 주택 '페인티드 레이디스(Painted Ladies)'도 가까워요.
미식 — 빵과 부리토, 그리고 시장
부딘 베이커리(Boudin Bakery)는 1849년부터 시큼한 사워도우를 구워 왔고, 1868년부터 지켜 온 천연 발효종 '마더 도우'를 지금도 피셔맨스 워프 매장에 두고 있어요. 빵 속을 파내 클램 차우더를 담아 먹으면 바닷바람에 식은 몸이 금세 데워져요. 미션 디스트릭트에선 쌀과 콩, 고기를 토르티야에 꽉 채운 미션식 부리토를, 차이나타운에선 딤섬을 맛보세요. 1898년부터 부둣가에 선 페리 빌딩(Ferry Building) 앞에는 토요일(오전 8시~오후 2시)과 화·목요일(오전 10시~오후 2시)에 일 년 내내 파머스 마켓이 열려 캘리포니아 농가의 제철 먹거리가 모여요.
추천 4박 5일 일정
Day 1 — 인천 →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 → 바트(BART)로 시내 → 차이나타운 저녁 Day 2 — 파월 앤 마켓에서 케이블카 → 피어 39 바다사자 → 피어 33에서 알카트라즈섬 Day 3 — 금문교 동쪽 보도 → 랜즈 엔드 해안길 → 노스 비치 저녁 Day 4 — 뮤어 우즈(Muir Woods) 레드우드 숲(주차·셔틀 예약 필요, 16세 이상 15달러) → 미션 디스트릭트 → 헤이트애시버리 Day 5 — 페리 빌딩(화·목·토 마켓) → 케이블카 박물관(무료·월요일 휴관) → 공항
- 추천 시즌
- 8~10월(연중 가장 따뜻함), 4~5월(봄 산책)
- 추천 기간
- 4~5일
꼭 먹어볼 것
- 사워도우 빵 (부딘 베이커리)
- 클램 차우더 (사워도우 빵 그릇)
- 미션 부리토 (미션 디스트릭트)
- 딤섬 (차이나타운)
실용 팁
- 케이블카는 1회 9달러이고 환승이 안 돼요. 하루 두 번 이상 탈 계획이면 케이블카까지 무제한인 비지터 패스포트(1일 15달러·3일 35달러)가 더 싸요.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장소와 관계없이 차량털이가 잦고 트렁크를 열어 훔쳐 가는 일도 있다고 안내해요. 렌터카를 세울 땐 트렁크까지 비워 두세요.
- 금문교 통행료는 시내로 들어오는 남쪽 방향에만 붙고, 다리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아요. 렌터카 회사의 통행료 프로그램(대부분 수수료 별도)을 쓰지 않는다면 건넌 뒤 48시간 안에 Bay Area FasTrak 사이트에서 1회 결제를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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