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리마트강이 가르는 구시가 골목
여름엔 강물에 뛰어드는 도시
취리히 중앙역(Zürich HB)에서 반호프슈트라세(Bahnhofstrasse)를 따라 1.4km를 걸으면 길 끝이 그대로 취리히 호수(Zürichsee)에 닿아요. 가는 길에 명품 시계·보석 매장과 스위스 금융의 중심 파라데플라츠(Paradeplatz)를 지나요. 호수에서 흘러나온 리마트강(Limmat)은 구시가를 동서로 나누고, 강 양쪽으로 교회 탑과 오래된 골목이 이어져요. 공항에서 중앙역까지는 열차로 10분이면 닿아서, 도착한 날 오후에도 강변 구시가를 걸어 볼 수 있답니다.
강을 사이에 둔 두 교회
강 동쪽 그로스뮌스터(Grossmünster)의 쌍둥이 탑은 취리히에서 가장 잘 알려진 랜드마크예요. 스위스 종교개혁의 핵심 무대였던 교회라 주소도 츠빙글리 광장(Zwingliplatz)이랍니다. 카를 대제의 이름을 딴 카를스투름(Karlsturm)은 계단 187개를 걸어 오르는 탑이에요(성인 CHF 5). 꼭대기의 큰 창 여섯 개 너머로 구시가와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바깥 테라스는 안전 문제로 닫혀 있어요. 탑은 2026년 8월 3일부터 금~일요일에만 열어요. 2029년까지 보수 공사가 이어지지만 교회 문은 열려 있어요. 다리 건너 프라우뮌스터(Fraumünster)는 853년 독일인 루트비히 왕(Ludwig der Deutsche)이 세워 유럽 귀족 여성들이 머물던 수녀원에서 시작됐어요. 성가대석의 다섯 폭 스테인드글라스와 남쪽 익랑의 장미창은 마르크 샤갈, 북쪽 익랑의 창은 아우구스토 자코메티의 작품이에요. 몇 걸음 떨어진 성 페터 교회(St. Peter)의 탑 시계판은 지름 8.7m로, 유럽 교회 시계판 가운데 가장 커요.
언덕 위와 골목 안
강 서쪽 린덴호프(Lindenhof)는 4세기에 로마 요새가 서 있던 자리예요. 지금은 나무 그늘 아래 체스 두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원이고, 강 건너 구시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오르는 길엔 서기 180년의 묘비가 남아 있어요. 강 건너 니더도르프(Niederdorf)는 차 없는 보행자 거리로, 취리히 사람들은 '되르플리(Dörfli)'라고 불러요. 낮엔 식당과 가게가, 저녁엔 바와 거리 공연자들이 골목을 채워요. 센트럴(Central) 광장에서 푸니쿨라 폴리반(Polybahn)을 타면 3분 만에 취리히 연방공대(ETH) 앞 폴리테라스(Polyterrasse)에 올라 호수까지 내다볼 수 있어요.
강과 호수가 곧 수영장
여름 취리히 사람들의 일상은 '바디(Badi)'에 있어요. 호숫가와 강가 곳곳의 야외 공공 수영장을 부르는 애칭이에요. 슈타트하우스콰이(Stadthausquai)의 프라우엔바트(Frauenbad)는 아르누보 양식 목조 수영장으로 낮엔 여성 전용인데, 5~9월 수·목·일요일 밤 8시부터 자정까지는 '맨발 바'라는 뜻의 바르푸스바(Barfussbar)로 바뀌어요. 오래된 목조 호수 수영장 제바트 우토콰이(Seebad Utoquai), 인기 높은 강물 수영장 오버러 레텐(Flussbad Oberer Letten)도 있어요.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뷔르클리 광장(Bürkliplatz)에서 호수 유람선을 타 보세요. 짧은 코스는 1시간 30분, 긴 코스는 4시간 30분이에요. 걸을 땐 빈 물병 하나면 돼요. 시내 1,200개가 넘는 분수 대부분에서 수질 좋은 식수가 흘러나오거든요.
미술관과 건축, 취리히 웨스트
쿤스트하우스 취리히(Kunsthaus Zürich)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에요. 노르웨이 밖에서 뭉크 그림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이고, 2021년 문을 연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설계의 증축관에는 빛이 가득 들어요. 중앙역 옆 스위스 국립박물관(Landesmuseum Zürich)은 동화 속 성 같은 건물에 스위스의 역사를 담았어요. 두 곳 모두 월요일엔 쉬어요. 호숫가의 파빌리온 르 코르뷔지에(Pavillon Le Corbusier)는 르 코르뷔지에의 마지막 건물이자 유일한 강철·유리 건축이에요(월요일·겨울철 휴관). 취리히 웨스트(Zürich-West)에서는 1894년 지은 철도 고가 아래 아치 36개를 상점과 시장으로 채운 임 비아둑트(Im Viadukt)를 걸어 보세요. 트럭 방수포 가방으로 알려진 프라이탁(Freitag)의 매장은 녹슨 화물 컨테이너 19개를 쌓은 탑이에요. 영업시간에는 꼭대기 테라스에도 올라가 볼 수 있어요.
취리히의 식탁
취리히식 게슈네첼테스(Zürcher Geschnetzeltes)는 얇게 썬 송아지고기를 팬에 볶아 크림 소스에 낸 요리로, 보통 감자를 채 썰어 부친 뢰스티(Rösti)를 곁들여요. 1924년 문을 연 크로넨할레(Kronenhalle)가 이 요리로 이름난 곳인데, 벽에 피카소와 고흐의 진품이 걸려 있어요. 1898년 문을 연 하우스 힐틀(Haus Hiltl)은 기네스 세계 기록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채식 식당으로 올라 있고, 100가지가 넘는 요리를 늘어놓은 뷔페가 유명해요. 디저트는 1836년부터 이어 온 슈프륑글리(Sprüngli)의 룩셈부르거리(Luxemburgerli)예요. 1950년대 한 젊은 제과사가 룩셈부르크에서 가져온 레시피로 시작한 작은 마카롱이에요.
위틀리베르크와 계절의 행사
위틀리베르크(Uetliberg)는 해발 871m, 시내에서 열차로 오르는 '취리히의 산'이에요. 역에서 10분쯤 걸으면 전망대이고, 전망 탑에 오르면 72m 더 높은 곳에서 도시와 호수, 그 너머 알프스까지 보여요. 다만 이곳으로 가는 S10 열차는 2026년 12월 12일까지 공사로 중앙역~젤나우(Selnau) 구간이 끊겨, 젤나우역까지 12분쯤 걸어가 타야 해요. 4월 중순 월요일(2027년은 4월 19일)에는 봄맞이 축제 젝세로이텐(Sechseläuten)이 열려요. 길드 회원 3,500명이 전통 복장으로 구시가를 행진하고, 저녁 6시에는 눈사람을 닮은 3.4m 인형 뵈그(Böögg)를 얹은 장작더미에 불이 붙어요. 폭죽이 든 머리가 빨리 터질수록 그해 여름이 좋다고 해요. 2026년에는 11월 19일부터 12월 23~24일까지 중앙역과 구시가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요.
- 추천 시즌
- 6~9월(호수·강 수영), 11~12월(크리스마스 마켓)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취리히식 게슈네첼테스 (송아지 크림 볶음·뢰스티)
- 룩셈부르거리 (슈프륑글리의 미니 마카롱)
- 치즈 퐁뒤·라클레트 (여럿이 둘러앉아 즐기는 요리)
- 하우스 힐틀 뷔페 (1898년 개업 채식 식당)
실용 팁
- 취리히 카드(Zürich Card)는 성인 24시간권 CHF 29, 72시간권 CHF 56이에요(2026년 12월 13일부터 적용되는 새 요금). 공항~시내 구간을 포함한 트램·버스·열차와 짧은 호수 유람선, 리마트강 유람선을 무제한으로 타고 여러 박물관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어요.
- 일요일과 공휴일엔 대부분의 상점이 쉬고, 취리히 중앙역·공항 안 상점과 주유소 정도만 문을 열어요. 토요일에도 오후 4시에 닫는 가게가 많으니 장보기와 기념품 쇼핑은 토요일 이른 오후까지 끝내 두세요.
- 스위스 콘센트는 J타입이에요. 얇은 2핀 유로플러그는 들어가지만, 한국·독일에서 쓰는 굵은 핀 F타입 플러그는 벽에 묻힌 J타입 콘센트에 맞지 않아 스위스용 어댑터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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