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
지중해를 마주한 하얀 도시
오래된 항구 곁에서 자란 젊은 도시
1층을 기둥만 세운 채 비워 둔 건물이 많아요. 바닷바람이 그 아래로 지나가도록 일부러 띄워 지은 거랍니다. 텔아비브는 1909년에 생긴 젊은 도시인데, 1930년대부터 유럽에서 건너온 건축가들이 뜨거운 햇볕에 맞춰 창은 작게, 발코니는 깊게 낸 하얀 건물을 거리마다 세웠어요. 그런데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이야기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옛 항구 도시 자파(Jaffa)의 돌길이 거기서 시작되거든요. 새 도시와 오래된 항구가 해안선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하루 사이에 두 시대를 오갈 수 있는 곳이에요.
하얀 도시의 설계도
텔아비브 중심부를 걷다 보면 비슷한 표정의 건물이 계속 이어져요. 3~4층 높이에 평평한 지붕, 크림색에서 흰색 사이의 회벽, 모서리를 둥글게 감싼 발코니. 이 일대가 200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화이트 시티(White City)예요. 거리의 뼈대는 스코틀랜드 출신 도시계획가 패트릭 게디스(Patrick Geddes)가 1925년에 그렸고, 1930년대부터 유럽에서 건축을 배우고 이주해 온 건축가들이 그 위에 건물을 올렸어요. 바우하우스와 르코르뷔지에, 에리히 멘델존의 영향을 받았지만 유럽 건물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답니다. 큰 유리창은 더위에 맞게 작은 띠창으로 줄이고, 깊은 발코니로 그늘을 만들었어요. 평평한 옥상은 이웃이 모이는 자리로 썼고요. 로스차일드 대로(Rothschild Boulevard)에는 1930년대 초에 지은 건물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어서, 화이트 시티를 처음 보기에 좋아요.
올드 자파의 돌길과 항구
텔아비브 남쪽 끝, 바다 쪽으로 솟은 언덕이 올드 자파(Old Jaffa)예요. 자파는 약 4,000년 전부터 이집트와 페니키아 뱃사람들이 드나들던 항구 도시였어요. 1909년에는 부유한 상인들이 자파 북쪽 바깥에 전원풍 교외 주거지 아후자트 바이트(Ahuzat Bayit)를 세웠는데, 이곳이 뒷날 '텔아비브'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자파 입구에는 자파 시계탑(Jaffa Clock Tower)이 서 있어요. 오스만 제국 시절인 1902년에 세운 탑으로, 술탄 압둘하미드 2세의 즉위를 기념하려고 지었어요. 그 옆 자파 벼룩시장(Jaffa Flea Market)에는 새 물건과 손때 묻은 중고 물건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요. 노점이 문을 닫을 무렵에야 문을 여는 펍과 식당도 있고요. 언덕 위 돌길을 따라 올라가면 북쪽으로 텔아비브의 해안선과 빌딩이 한눈에 들어와요. 수천 년 된 항구 도시의 언덕에서 백 년 남짓 된 도시를 건너다보는 셈이에요.
네베 체덱과 카르멜 시장
텔아비브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동네도 있어요. 네베 체덱(Neve Tzedek)은 1880~90년대 자파 북쪽에 처음 생긴 유대인 마을로, 바다 쪽으로 기운 언덕에 사암으로 지은 2층집과 기와지붕이 남아 있어요. 하얀 회벽만 보다가 이 골목에 들어서면 벽 색과 지붕 모양부터 달라서, 텔아비브가 한 번에 지어진 도시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돼요. 북쪽으로 조금 걸으면 카르멜 시장(Shuk HaCarmel)이에요. 좁은 통로 양옆으로 향신료 더미와 절임 통, 제철 과일과 꽃, 생선과 고기가 빽빽하게 놓여 있어요. 시장 바로 옆 케렘 하테이마님(Kerem HaTeimanim)은 예멘계 유대인이 모여 살던 동네로, 하루 중 언제 들러도 한 끼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식당이 많아요.
후무스로 여는 하루
이 도시에서 후무스(hummus)는 곁들이는 소스가 아니라 한 끼예요. 삶은 병아리콩을 참깨 페이스트 타히니와 함께 곱게 갈아 접시에 넓게 펴고, 가운데 오목한 자리에 올리브유를 부어 내와요. 따뜻한 피타를 찢어 가장자리부터 훑어 먹다 보면 한 접시가 금세 비어요. 사비흐(sabich)는 피타 안에 튀긴 가지와 삶은 달걀, 타히니, 절인 채소를 채운 샌드위치로, 이라크계 유대인 가정의 안식일 아침상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샥슈카(shakshuka)는 토마토와 고추를 끓인 소스에 달걀을 깨 넣어 팬째 내오는 요리로,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들여왔다고 해요. 단것이 당기면 말라비(malabi)를 찾아보세요. 우유를 전분으로 굳힌 부드러운 푸딩에 장미수 시럽을 붓고 다진 견과를 뿌린 디저트예요.
14km 해안의 하루
텔아비브의 서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예요. 14km 해안선을 따라 13개 해변이 이어지고, 모래사장에서는 '탁, 탁'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요. 라켓 두 개로 작은 공을 주고받는 마트코트(matkot) 소리예요. 텔아비브 해변 하면 먼저 떠오를 만큼 흔한 놀이랍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금요일 오후예요. 바나나 비치(Banana Beach)와 돌핀아리움(Dolphinarium) 근처 해변에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여 북을 두드려 왔어요. 그래서 이 일대를 '드러머스 비치'라고도 불러요. 연주는 해가 지고 안식일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지곤 했어요. 지금도 열리는지는 가기 전에 숙소에 물어보세요. 공식 해수욕 시즌은 5월 초부터 10월까지로, 이 기간엔 모든 시립 해변에 안전요원이 하루 대부분 근무해요. 그 밖의 달에는 고든 비치(Gordon Beach)를 포함한 네 곳에만 안전요원이 있어요. 그중 노르다우 비치(Nordau Beach)는 남녀를 나눠 운영하는 종교 해변이에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벤구리온 공항(Ben Gurion Airport) 도착 → 숙소 체크인 → 해 질 녘 해변 산책로 걷기 Day 2 — 로스차일드 대로와 화이트 시티 → 카르멜 시장 → 케렘 하테이마님에서 점심 → 네베 체덱 골목 Day 3 — 올드 자파 시계탑과 벼룩시장 → 언덕 위 돌길 → 후무스 점심 → 오후엔 해변에서 마트코트 구경 Day 4 — 아침 샥슈카 → 시장에서 마지막 장보기 → 공항 금요일이 끼면 Day 3 오후를 바나나 비치 근처의 북 연주에 맞춰 보세요(지금도 열리는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토요일이 끼면 시장은 안식일 전에 다녀오고(토요일엔 닫는 가게가 많아요), 안식일 중 공항 이동은 기차 대신 택시로 잡아 두세요.
- 추천 시즌
- 5~6월(해수욕 시즌 초반), 9~10월(가을, 시즌 막바지)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후무스 (병아리콩 페이스트와 따뜻한 피타)
- 사비흐 (튀긴 가지·삶은 달걀 피타)
- 샥슈카 (토마토소스에 익힌 달걀)
- 말라비 (장미수 시럽 우유 푸딩)
실용 팁
- 외교부는 가자지구 전역과 레바논 접경 4km 이내를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로, 텔아비브를 포함한 그 밖의 이스라엘 지역을 3단계(출국권고)로 지정해 두었어요(2026년 10월 확인). 공항 운영도 예고 없이 제한될 수 있으니 출발 전 해외안전여행 누리집에서 최신 단계를 보고, 현지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울릴 때 들어갈 숙소의 대피 공간부터 알아 두세요.
- 무비자로 90일까지 머물 수 있지만, 2025년 1월부터는 입국 전에 전자여행허가(ETA-IL)를 받아야 해요. 수수료는 25셰켈이고, 한 번 받으면 2년간 유효해요.
- 금요일 해 질 무렵부터 토요일 밤까지는 안식일이라 버스·기차 같은 대중교통이 대부분 쉬어요. 이때도 택시와 합승 택시 셰루트는 다니지만, 욤 키푸르(대속죄일)에는 이마저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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