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열네 개의 섬을 다리로 이은 도시
바사호와 피카, 늦게 저무는 여름밤
스톡홀름은 열네 개의 섬 위에 세워진 도시예요. 섬과 섬 사이를 57개의 다리가 잇고 있어서, 산책하다 보면 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동네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13세기에 시작된 구시가, 330여 년을 바닷속에 잠겨 있다 돌아온 전함, 커피와 달콤한 빵을 앞에 두고 잠시 쉬어 가는 '피카'까지. 지하철역 100곳에도 저마다 다른 작품이 있어 승강장마저 전시장이 된답니다. 여름엔 밤에도 하늘이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아, 다리를 건너며 걷는 저녁이 길어져요.
감라스탄 — 도시가 시작된 섬
감라스탄(Gamla stan)은 1252년 비르예르 얄(Birger Jarl)이 도시를 세운 자리예요. 지금 남은 건물은 대부분 1600~1700년대에 지어졌어요. 돌길을 걷다 보면 시내에서 가장 좁은 골목인 모르텐 트로치그 골목(Mårten Trotzigs gränd)이 나오는데, 가장 좁은 곳의 폭이 90cm예요.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이 벽에 붙어 비켜서야 하죠. 스토르토리에트(Stortorget)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에요. 광장의 노벨상 박물관(Nobelprismuseet)에서 역대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볼 수 있고, 겨울엔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요. 몇 걸음 옆 왕궁(Kungliga slottet)은 방이 600개가 넘는 국왕의 공식 관저인데, 일부 공간은 일반인도 둘러볼 수 있어요.
바사 박물관 — 첫 항해에서 가라앉은 배
유르고르덴(Djurgården) 섬의 바사 박물관(Vasamuseet)에 들어서면 어둑한 전시실을 가득 채운 목조 전함이 눈에 들어와요. 바사호는 1628년 8월 10일, 첫 항해에 나선 그날 스톡홀름 항구 안에서 가라앉았어요. 돌풍에 배가 크게 기울었고, 열어 둔 포문으로 바닷물이 밀려들었죠. 선원과 손님 가운데 30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배가 인양되어 다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건 1961년 4월 24일이에요. 가라앉은 지 333년 만이었죠. 해마다 100만 명 넘게 찾는 곳이라 6~8월엔 개관 시간인 오전 8시 30분에 맞춰 가면 한결 여유로워요. 입장료는 성인 5~9월 240크로나, 그 밖의 달은 195크로나이고 18세 이하는 무료예요.
스칸센과 유르고르덴 — 녹지의 섬
바사 박물관에서 조금만 걸으면 스칸센(Skansen)이에요. 1891년 아르투르 하셀리우스(Artur Hazelius)가 스웨덴 곳곳의 옛집을 언덕 위로 옮겨 와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박물관이죠. 옛집 사이로 북유럽 야생동물과 토종 가축도 만날 수 있어요. 하지 무렵 미드솜마르(midsommar) 축제 때는 사흘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행사가 이어지고, 겨울엔 1903년 처음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요. 10~12월엔 대개 오후 3~4시면 문을 닫으니 오전에 먼저 들르세요(크리스마스 마켓 기간 금·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유르고르덴은 1995년 지정된 세계 최초의 국립 도시공원에 속해 있어요.
시청사와 지하철 — 일상 곁의 예술
스톡홀름 시청사(Stadshuset)는 800만 장이 넘는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에요. 106m 탑 꼭대기에 왕관 세 개가 얹혀 있고, 탑은 5~8월에만 올라갈 수 있어요. 노벨상 만찬도 이곳에서 열려요. 만찬은 블루 홀(Blå hallen)에서 하고, 식사 뒤 손님들은 금 모자이크 조각 1,800만 개로 덮인 골든 홀(Gyllene salen)로 자리를 옮겨 춤을 춰요. 내부는 가이드 투어로만 볼 수 있어요. 스톡홀름 지하철(Tunnelbana)은 100개 역마다 승강장과 벽, 대합실에 서로 다른 작품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 전시(110km)'로 불려요. 티센트랄렌(T-Centralen) 역의 블루 라인 승강장은 파랑과 흰색으로 칠한 동굴 같은 공간이라, 지나는 길에 잠시 내려 볼 만해요.
피카와 스웨덴의 식탁
피카(fika)는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을 받치는 습관이에요. 시나몬 번(kanelbulle) 옆에 놓인 카다멈 번(kardemummabulle)은 단맛이 덜해 '어른의 빵'으로 통해요. 스펀지와 바닐라 크림, 라즈베리 잼, 생크림을 겹겹이 쌓은 돔 모양의 프린세스토르타(prinsesstårta)는 스웨덴의 국민 케이크로 불리기도 해요. 식당에서는 '후스만스코스트(husmanskost)'라 부르는 전통 가정식부터 맛보세요. 대표 메뉴인 미트볼은 매시드 포테이토와 브라운 그레이비, 링곤베리 잼, 오이 피클을 한 접시에 내는데, 새콤달콤한 잼과 피클 덕분에 짭짤한 고기 맛이 물리지 않아요. 여러 가지를 맛보려면 1888년부터 이어 온 외스테르말름 시장(Östermalms Saluhall)으로 가 보세요.
쇠데르말름과 군도 — 물가를 따라
감라스탄에서 남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쇠데르말름(Södermalm)이에요. 카페와 바가 모여 있어 스톡홀름의 새 유행이 먼저 보이는 동네로 꼽혀요. 북쪽 언덕길 몬텔리우스베겐(Monteliusvägen)에 서면 물 건너로 감라스탄과 시청사 탑이 한눈에 들어오고, 물가에는 사진 미술관 포토그라피스카(Fotografiska)가 있어요. 시간이 되면 스톡홀름 군도(Stockholms skärgård)로 나가 보세요. 시내에서 20분만 가면 3만 개가 넘는 섬이 흩어진 군도가 시작되고, 피에데르홀마르나(Fjäderholmarna)나 박스홀름(Vaxholm)처럼 한 시간 안에 닿는 섬은 하루면 다녀올 수 있어요. 피에데르홀마르나 배는 주로 여름에 다니니, 다른 계절엔 박스홀름 쪽을 알아보세요. 박스홀름스볼라겟(Waxholmsbolaget) 정기선은 1년 내내 다니지만,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편수가 줄어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아를란다 공항 도착(아를란다 익스프레스로 시내까지 18분) → 감라스탄·스토르토리에트 → 왕궁 → 몬텔리우스베겐 저녁 산책 Day 2 — 개관 시간에 맞춰 바사 박물관 → 스칸센 → 유르고르덴 물가 산책 → 외스테르말름 시장 저녁 Day 3 — 시청사 가이드 투어(5~8월엔 탑까지) → 지하철역 예술 둘러보기 → 카페에서 피카 → 포토그라피스카 Day 4 — 피에데르홀마르나(여름) 또는 박스홀름 당일 나들이 → 공항
- 추천 시즌
- 5~9월(긴 낮·야외 나들이), 12월(크리스마스 마켓)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스웨덴식 미트볼 (링곤베리 잼 곁들임)
- 카다멈 번·시나몬 번 (피카 빵)
- 토스트 스카겐 (새우 토스트)
- 프린세스토르타 (돔 모양 케이크)
실용 팁
-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식당·가게가 많아요. 환전은 조금만 하고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를 준비하세요.
- 지하철·버스 1회권은 43크로나이고 75분 동안 쓸 수 있어요. 개찰구와 버스에서 신용카드로 바로 살 수 있고, 24시간·72시간·7일권도 있어요.
- 와인·독주는 국영 상점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에서만 팔아요(마트·편의점은 도수 낮은 맥주만). 토요일은 오후 일찍 닫고 일요일·공휴일엔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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