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세비야
신대륙의 배가 닿던 강변 도시
히랄다 종탑 아래 타파스 한 접시
1503년, 신대륙 무역을 관리하던 통상원(Casa de Contratación)이 세비야(Sevilla)에 자리 잡았어요. 그 뒤로 이 도시는 스페인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가 되었고, 신대륙의 재물을 실은 배가 과달키비르강(Guadalquivir)을 거슬러 올라왔답니다. 여러 시대가 남긴 건물은 지금도 구시가와 그 남쪽, 걸어서 닿는 거리 안에 모여 있어요. 모스크 자리에 세운 대성당, 14세기 무데하르 궁전, 1929년 박람회를 위해 지은 광장까지요. 강 건너편은 도공과 플라멩코의 동네 트리아나(Triana)예요.
대성당과 히랄다 — 모스크 자리의 종탑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 자리에는 원래 1172년 아부 야쿠브(Abú Yaqub)가 짓게 한 대모스크가 있었어요. 1248년 성당으로 바뀐 뒤, 1401년 참사회가 새 대성당을 짓기로 하면서 지금의 고딕 성당이 올라갔답니다. 세비야 관광청은 이곳을 현존하는 가장 큰 고딕 대성당으로 소개해요. 종탑 히랄다(La Giralda)는 아래쪽이 알모아드 왕조 시대의 미나렛이고, 종루는 16세기에 에르난 루이스(Hernán Ruiz)가 얹었어요. 탑 안은 계단 대신 경사로로 이어지는데, 말을 타고도 오를 수 있을 만큼 넓었다고 해요. 탑 이름은 104m 꼭대기에 선 청동 여인상 풍향계 히랄디요(Giraldillo)에서 나왔어요. 콜럼버스의 묘는 네 전령이 장례 행렬을 이루는 조각으로, 1899년부터 이 성당에 있답니다.
레알 알카사르 — 지금도 쓰이는 왕궁
대성당 맞은편 레알 알카사르(Real Alcázar)는 11세기부터 지금까지 시대마다 덧지어진 궁전이에요. 12세기 알모아드 왕조가 아랍 시대의 공사를 마무리했고, 기독교 시대에는 알폰소 10세의 고딕 궁전이 들어섰어요. 14세기 중반 카스티야 왕 페드로 1세는 이슬람 장식의 언어로 무데하르 궁전을 지었고, 뒤이어 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이 더해졌답니다. 알카사르 측은 이곳을 유럽에서 지금도 쓰이는 가장 오래된 왕궁이라고 소개해요. 문은 9시 30분에 열려요. 7월 평균 최고기온이 36도인 도시라, 물길이 흐르는 정원은 문 열자마자 걷는 편이 편해요.
스페인 광장 — 48개의 타일 벤치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ía Luisa) 옆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ña)은 1929년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를 위해 1914년부터 1928년까지 지은 곳이에요. 설계는 세비야 거리 풍경의 상당 부분을 만든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Aníbal González)가 맡았어요. 반원형 건물 아래 타일 벤치 48개에는 스페인 각 주가 알파벳 순서로 담겨 있어요. 벤치마다 지도와 문장, 그 지방의 역사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정작 세비야 벤치는 없어요. 광장이 세비야 안에 있으니 벽화 네 점으로 대신했대요.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나부 행성의 수도로 나온 곳도 여기예요.
트리아나 — 강 건너 도공의 동네
구시가에서 이사벨 2세 다리(Puente de Isabel II)를 건너면 트리아나예요. 다리는 1845~1852년에 파리의 카루젤 다리를 본떠 세웠어요. 다리 끝 카르멘 예배당(Capilla del Carmen)은 아니발 곤살레스가 밤배를 위한 '도자기 등대'로 구상해 1928년에 완성했어요. 다리 옆 트리아나 시장(Mercado de Triana)은 종교재판의 무대였던 산 호르헤 성(Castillo de San Jorge) 터 위에 서 있어서, 시장 아래로 내려가 성의 유적을 볼 수 있어요. 트리아나는 오래도록 도공의 동네였고, 수많은 플라멩코 예술가가 이곳에서 났어요. 7월에는 1266년에 시작된 산타 아나 축제(Velá de Santa Ana)가 열려, 매일 오후 강 위로 뻗은 기름 바른 장대 끝의 깃발을 잡으려는 도전이 이어져요.
타파스 — 서서 먹고 옮겨 가는 저녁
세비야 관광청은 이곳 바를 '주문이 노래처럼 오가는 무대'라고 표현해요. 카운터에 서서 한두 접시씩 시키고 다음 바로 옮겨 가는 타페오(tapeo)는 이 도시의 오랜 습관이에요. 처음이라면 시금치와 병아리콩을 끓인 에스피나카스 콘 가르반소스, 푸체로(puchero) 스튜에서 남은 고기를 빵에 끼운 몬타디토 데 프링가, 거리에서 냄새로 먼저 만나는 생선튀김 아도보부터 시켜 보세요. 여름에는 차가운 살모레호가 더 많이 나가요. 거리의 오렌지나무는 대부분 쓴 오렌지(Citrus aurantium)라 따서 먹기는 어려워요. 대신 알카사르의 오렌지는 영국으로 보내져 마멀레이드가 된답니다. 3~4월이면 그 꽃 아사아르(azahar)의 향이 도시에 가득해요.
봄의 두 축제 — 세마나 산타와 페리아
부활절 전 성주간 세마나 산타(Semana Santa)에는 수십 개의 형제회가 백 개가 넘는 파소(paso, 성상을 얹은 가마)와 함께 거리로 나와요. 고깔 두건(capirote)을 쓴 나사레노(nazareno)는 얼굴을 가려 신분을 감춰요. 행렬 하나가 10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하고, 성목요일 자정부터 성금요일 아침까지의 밤은 마드루가(Madrugá)라고 불러요. 부활절이 3월 22일에서 4월 25일 사이를 오가서 날짜는 해마다 달라져요. 페리아(Feria de Abril)는 1846년 카탈루냐 사람과 바스크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요. 첫날 밤 알룸브라오(alumbrao)에 축제장 불이 한꺼번에 켜지고, 천막(caseta)마다 생선튀김이 나와요. 천막 대부분은 가족과 모임 소유지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공 천막도 있어요.
2박 3일로 걷는다면
Day 1 — 9시 30분 레알 알카사르 → 성벽을 따라 아구아 골목(Callejón del Agua)·산타 크루스 지구 → 대성당·히랄다(월~토 10시 45분부터) → 엘 살바도르 성당 → 저녁 타페오 Day 2 — 스페인 광장·마리아 루이사 공원 → 13세기 초 알모아드 왕조가 세운 황금의 탑(Torre del Oro, 지금은 해군 박물관) → 해 질 무렵 트리아나 Day 3 —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 지하 안티쿠아리움의 로마 모자이크(월요일 휴관) → 플라멩코 무용 박물관(Museo del Baile Flamenco) → 해 질 녘 28.5m 높이의 파라솔 전망대
- 추천 시즌
- 3~5월(봄·오렌지꽃), 10~11월(선선한 가을)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에스피나카스 콘 가르반소스 (시금치·병아리콩 스튜)
- 몬타디토 데 프링가 (스튜 고기를 넣은 작은 빵)
- 아도보 (양념에 재운 생선튀김)
- 살모레호 (차가운 토마토 수프)
실용 팁
- 대성당 입장권은 온라인 13유로, 현장 14유로예요. 같은 표로 엘 살바도르 성당(Iglesia de El Salvador)도 추가 요금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 레알 알카사르 현장 매표소는 카드 결제만 받아요(일반 15.50유로). 65세 이상과 14~30세 학생 할인(8유로)은 국적과 상관없이 적용되니 증빙을 챙겨 가세요.
- 공항버스 EA는 편도 6유로이고 버스 안에서 카드로 낼 수 있어요. 왕복권(8유로)은 산 날 하루만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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