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
눈과 맥주, 바둑판 위의 도시
미소라멘 한 그릇과 오도리의 사계절
삿포로(札幌)의 이야기는 1869년에 시작돼요. 그해 개척을 맡은 관청 개척사(開拓使)가 파견되어 삿포로 본부를 짓기 시작했고, 교토 등을 본뜬 계획도시답게 길을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그었어요. 지금 이 도시에는 19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아요. 여름은 일본에서 드물게 선선하고, 겨울 한 철 내리는 눈을 모두 합치면 5m에 이르기도 해요. 그래서 삿포로 풍경 곳곳에는 눈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2월의 눈 조각 축제도, 땅 밑으로 이어진 길도, 교차로의 모래 상자도 모두 눈에서 나왔거든요.
바둑판 위의 도시
삿포로 시내를 걷다 보면 길이 거의 직각으로 만나요. 그 한가운데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녹지가 오도리 공원(大通公園)이에요. 1871년 도심을 남북으로 나누는 방화선으로 만들어져, 지금은 니시 1초메부터 12초메까지 약 1.5km 이어지는 공원이 되었어요. 공원 동쪽 끝 니시 1초메에는 삿포로 TV탑(さっぽろテレビ塔)이 서 있어요. 빌딩 사이에 낮게 남은 삿포로 시계탑(札幌市時計台)은 1878년 삿포로 농학교의 연무장(演武場)으로 지은 건물로, 학생들이 군사 훈련과 체육 수업을 받던 곳이에요. 길을 처음 긋고 10년이 채 안 되어 세운 건물이 지금도 같은 바둑판 위에 서 있어요.
오도리 공원의 사계절
오도리 공원은 계절마다 다른 행사장이 돼요. 2월의 눈축제(さっぽろ雪まつり)는 1950년, 시민들이 눈을 버리던 오도리 7초메 광장에 시내 중·고등학생들이 눈 조각 6개를 세운 데서 시작됐어요. 1955년 제6회부터는 자위대가 대형 눈 조각 제작에 함께해 왔어요. 5월 중순에는 공원의 라일락 약 400그루 사이에서 라일락 축제가 열려요. 1959년에 시작된 축제로, 이듬해 라일락이 삿포로시를 대표하는 나무로 지정되었어요.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니시 5초메부터 11초메까지 맥주 회사별 비어가든이 들어서요. 좌석이 1만 석을 넘는 일본 최대의 비어가든이에요. 겨울밤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1981년 니시 2초메 광장에서 전구 약 1,000개로 시작했어요.
눈 오는 도시를 걷는 법
눈이 많은 도시답게 삿포로에는 땅 밑으로 이어진 길이 있어요. 삿포로역과 오도리역 사이 약 520m를 잇는 지하 보행 공간 치카호(チ・カ・ホ)는 2011년에 개통했고, 끝까지 걷는 데 10분쯤 걸려요. 오도리역에서 남쪽으로는 지하상가 폴타운(ポールタウン)이 400m 이어져 스스키노역에 닿아요.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걸을 수 있어요. 지상에서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교차로에 보행자용 모래 상자(砂箱)가 놓여 있어요. 미끄럼을 막는 모래가 들어 있고, 누구나 꺼내 빙판길에 뿌릴 수 있어요. 횡단보도에 모래가 흩어져 있다면, 먼저 지나간 누군가가 뒷사람을 위해 뿌려 둔 거예요.
한 그릇으로 기억하는 삿포로
삿포로 미소라멘은 1958년 아지노산페이(味の三平)의 초대 주인 오미야 모리토가 된장 국물을 선보이며 시작됐어요. 면도 미소라멘을 위해 따로 개발한 중간 굵기의 꼬불꼬불한 면이에요. 스스키노역 한 블록 남쪽의 원조 삿포로 라멘 요코초(元祖さっぽろラーメン横丁)는 70년 넘게 이어 온 라멘 골목이에요. 스프카레는 맑은 육수에 향신료를 더한 카레예요. 매운 정도와 밥 양을 고른 뒤, 홋카이도산 큼직한 채소를 건져 먹어요. 징기스칸은 가운데가 볼록한 철판에 양고기를 굽는 요리예요. 양념에 미리 재운 고기를 내는 집과 구운 뒤 소스에 찍어 먹는 집으로 나뉘어요. 퇴근 후 하루를 파르페로 마무리하는 시메 파르페(〆パフェ)도 삿포로의 새 문화예요. 아침은 시장에서 시작해 보세요. 메이지 초기에 생긴 니조 시장(二条市場)에서는 식당이 아침 6시에 문을 열고 카이센동과 초밥을 내요. 가게 60곳 정도가 모인 장외시장(場外市場)에서는 직접 고른 게와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요. 8시부터 11시까지가 가장 붐비고, 그 뒤로는 물건이 하나둘 떨어져요.
모이와산에서 내려다보는 바둑판
시내 한가운데 솟은 해발 531m의 모이와산(藻岩山)은 도시의 밤 불빛을 넓게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에요. 산기슭역에서 로프웨이를 타면 1,200m 구간을 5분 만에 올라가고, 중턱역에서 미니 케이블카 모리스카로 갈아타 숲을 지나면 정상이에요. 둘을 묶은 왕복 요금은 성인 2,100엔이에요. 2015년 10월 야경 서밋에서 삿포로는 나가사키·고베와 함께 「일본 신(新) 3대 야경」으로 뽑혔어요.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오도리 공원을 축으로 반듯하게 뻗은 불빛의 격자가 또렷해서, 낮에 걸은 길을 하나씩 다시 찾게 돼요. 이 산의 숲은 1921년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답니다.
맥주의 역사, 그리고 시내 바깥
삿포로 맥주의 역사는 1876년 홋카이도 개척 사업에서 시작돼요.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맥주 박물관인 삿포로 맥주 박물관(サッポロビール博物館)은 메이지 시대 건물로 홋카이도 유산에 지정되어 있어요. 입장료는 성인 1,000엔이에요. 입장과 시음 두 잔이 포함된 가이드 투어(2,000엔)는 미리 예약해야 해요. 모에레누마 공원(モエレ沼公園)은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가 공원 전체를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설계한 곳이에요. 쓰레기 처리장이던 땅이 23년에 걸쳐 예술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고, 높이 62m의 모에레산은 어느 길로 올라도 10분이면 정상이에요. 하루를 더 낸다면 같은 삿포로시 미나미구의 조잔케이 온천(定山渓温泉)이 좋아요. 1866년 수행승 미이즈미 조잔이 발견한 온천으로,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이 채 안 걸려요. 삿포로역·오도리·스스키노에서 예약제 셔틀버스 갓파 라이너가 하루 13편 다녀요. 오타루(小樽)·비에이는 홋카이도 가이드에서 다뤄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신치토세 공항(新千歳空港) → JR 쾌속 에어포트로 삿포로역(최단 37분) → 치카호를 따라 오도리 공원·시계탑 → 저녁은 라멘 요코초 Day 2 — 니조 시장에서 아침 → 모에레누마 공원 → 삿포로 맥주 박물관 → 저녁은 징기스칸 Day 3 — 장외시장에서 아침 → 조잔케이 온천(갓파 라이너 예약) → 모이와산 야경 → 시메 파르페 Day 4 — 오도리 공원 산책·지하상가 → 공항
- 추천 시즌
- 6~8월(선선한 여름), 10월(단풍), 2월(눈축제)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미소라멘 (라멘 요코초)
- 스프카레 (매운 정도 선택)
- 징기스칸 (삿포로 맥주원)
- 카이센동 (니조 시장·장외시장)
실용 팁
- 주말·공휴일과 연말연시(12월 29일~1월 3일)에는 지하철 1일 승차권 「도니치카 킷푸」가 520엔이에요. 일반 지하철 1일권은 830엔이고, 둘 다 현금으로만 살 수 있어요.
- 연례 정비 점검으로 2027년 3월 29일부터 4월 28일까지 모이와산 로프웨이·미니 케이블카는 물론 관광 자동차도와 정상 기념품 가게까지 쉬어서, 탈것으로는 정상에 갈 수 없어요.
- 2027년 제77회 눈축제는 2월 4일부터 11일까지 오도리·스스키노·쓰도무 세 행사장에서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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