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조지타운
네 신앙의 예배당이 한 거리에
노점 한 접시로 기억되는 섬
페낭 섬 동북쪽 끝, 말라카 해협을 마주한 조지타운(George Town)은 1786년 프랜시스 라이트(Francis Light) 선장이 영국 정착지를 세우면서 시작된 항구 도시예요. 그 뒤로 중국·인도·말레이·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원과 가게를 지으며 이웃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오래된 숍하우스 1층에서는 국수를 볶고, 그 위층 창가에는 빨래가 걸려 있어요. 세계유산 구역은 2.5㎢로 아담해서 걸어서도, 자전거나 트라이쇼로도 둘러볼 수 있어요.
항구가 시작된 자리
조지타운의 출발점은 바다를 마주한 잔디밭,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예요. 군 행진과 운동 경기, 축하 행사가 열리던 터는 지금 아침 산책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되었어요. 바로 옆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는 라이트가 막 생긴 정착지를 지키려고 쌓은 성채로,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는 요새 가운데 가장 커요. 골목으로 들어가기 전에 페낭 역사 갤러리(Penang History Gallery)도 들러 보세요. 1786년부터 1957년까지의 시간이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어서, 뒤이어 만나는 사원과 클랜 하우스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잘 읽혀요.
하모니 거리 — 한 길 위의 여러 신앙
조지타운 한복판에는 하모니 거리(Street of Harmony)라고 불리는 길이 있어요. 서로 다른 신앙의 예배당이 몇 걸음 간격으로 서 있어, 여러 신앙의 평화로운 공존을 보여 주는 길로 알려져 있어요. • 카피탄 클링 모스크(Kapitan Keling Mosque) — 19세기 초 인도계 무슬림 상인들이 지었어요. 복장 규정에 맞지 않으면 걸칠 겉옷을 빌려줘요. •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Sri Maha Mariamman Temple) — 페낭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 사원으로, 알록달록한 입구 탑으로 이름나 있어요. • 세인트 조지 교회(St. George's Church) — 1818년에 완공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공회 교회예요. • 관음 사원(Goddess of Mercy Temple) — 페낭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으로, 향 연기 속에서 점괘 막대를 뽑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클랜 하우스와 바다 위 마을
일찍 바다를 건너온 중국계 이주민들은 같은 성씨끼리 '콩시(Kongsi)'라는 씨족 회관을 세워 서로를 돌보고 조상을 모셨어요. 가장 화려한 쿠 콩시(Khoo Kongsi)는 쿠 씨 일가가 가장 번성하던 1906년에 지어진 곳으로, 마당에 들어서면 지붕과 처마를 빈틈없이 채운 조각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와요. 가까운 세텍통 체아 콩시(Seh Tek Tong Cheah Kongsi)는 페낭에서 가장 오래된 클랜 하우스예요. 해안 쪽으로 내려가면 클랜 제티(Clan Jetties)가 나와요. 바다 위 나무 기둥에 지은 집들이 판자 길을 따라 이어지는 수상 마을로, 한 세기도 더 전에 자리 잡은 중국계 가족의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어요.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 판자 길 끝에 서면 해협 위로 빛이 낮게 깔려요.
벽화와 철제 조각
조지타운의 거리 미술이 세계에 알려진 건 2012년 조지타운 페스티벌(George Town Festival) 때예요. 리투아니아 출신 작가 에르네스트 자카레비치(Ernest Zacharevic)가 '미러스 조지타운(Mirrors George Town)' 프로젝트로 그린 벽화는, 벽 앞에 선 사람이 그림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한 참여형 작품이에요. 2009년 페낭 주정부가 연 공모전 '마킹 조지타운(Marking George Town)'에서 비롯된, 검은 쇠막대로 선을 그리듯 만든 조각 52점도 거리와 골목, 건물 벽면 곳곳에 있어요. 유명한 벽화 여럿은 카페와 공방, 갤러리가 늘어선 아르메니안 거리(Armenian Street) 일대에 있어요.
노점에서 한 접시씩
페낭 음식의 중심은 노점이에요. 한 노점이 한 가지 음식만 파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곳을 돌며 한 접시씩 모아 먹게 돼요. • 차퀘티아오(Char Koay Teow) — 납작한 쌀국수를 새우·숙주·달걀과 센 불에 볶아 불 향을 입혀요. • 아삼 락사(Assam Laksa) — 생선을 우린 새콤한 국물에 굵은 쌀국수를 말고, 파인애플과 민트를 고명으로 올려요. • 나시 칸다르(Nasi Kandar) — 흰밥에 여러 커리를 섞어 끼얹는 인도계 무슬림식 한 접시예요. • 첸돌(Cendol) — 초록색 판단 젤리 면에 코코넛 밀크와 야자 흑설탕 시럽을 부은 빙수예요. 오래된 노점 거리로는 거니 드라이브(Gurney Drive) 일대와 뉴 레인(New Lane), 출리아 거리(Chulia Street)가 있어요.
섬 안쪽으로 — 페낭 힐과 극락사
유산 지구를 충분히 걸었다면 섬 안쪽으로도 나가 보세요. 페낭 힐(Penang Hill)은 해발 700m가 넘는 언덕들이 모인 곳으로, 가장 높은 웨스턴 힐(Western Hill)이 833m예요. 말레이시아에 하나뿐인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는 동안 창밖으로 조지타운의 지붕과 해협이 점점 넓게 펼쳐지고, 해 질 무렵이면 아래 도시에 불이 하나둘 켜져요. 산자락의 극락사(Kek Lok Si)는 1891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동남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불교 사원 단지예요. 계단과 회랑을 따라 층층이 올라가는 구조라 오를수록 시야가 트여요. 두 곳을 하루에 묶어 다녀오기 좋아요.
다니는 법과 3박 4일 일정
유산 지구 안은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고, 먼 곳은 래피드 페낭(Rapid Penang) 버스나 그랩(Grab)으로 가면 돼요. 트라이쇼(Trishaw)는 타기 전에 요금과 경로를 먼저 정해 두세요. Day 1 — 에스플러네이드·콘월리스 요새 → 하모니 거리 → 피낭 프라나칸 맨션(Pinang Peranakan Mansion) → 거니 드라이브 저녁 Day 2 — 쿠 콩시·체아 콩시 → 아르메니안 거리 벽화 → 늦은 오후 클랜 제티 → 뉴 레인 저녁 Day 3 — 극락사 → 페낭 힐 → 해 질 녘 전망 → 출리아 거리 Day 4 — 페낭 페리 박물관(Penang Ferry Museum) 또는 페리로 버터워스(Butterworth) 왕복 → 공항
- 추천 시즌
- 1~2월(비가 가장 적은 시기)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차퀘티아오 (센 불에 볶은 납작 쌀국수)
- 아삼 락사 (새콤한 생선 국물 국수)
- 나시 칸다르 (여러 커리를 끼얹은 밥)
- 첸돌 (판단 젤리 면을 넣은 코코넛 빙수)
실용 팁
- 말레이시아 입국 전에 디지털 입국카드(MDAC)를 온라인으로 내야 해요. 도착일이 제출일 포함 3일 이내여야 접수돼요.
- 조지타운 중심가는 무료 CAT 버스(Central Area Transit)가 돌아요. 한낮에 유산 지구 끝에서 끝까지 옮겨 갈 때 요긴해요.
- 페낭 힐 푸니쿨라는 현지 신분증(MyKad 등) 요금과 Standard 요금이 따로예요. Standard 요금으로 성인(13~59세) 왕복은 일반 줄 RM40, 익스프레스 줄 RM80이고, 편도표는 현장 매표소에서만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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