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왕국의 성과 게라마 블루
나하를 베이스로 본섬 한 바퀴
오키나와 본섬은 남북으로 길쭉한 섬이에요. 나하(那覇)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류큐 왕국의 왕성이 있는 언덕에 닿고, 차로 북쪽을 향해 두 시간쯤 달리면 고래상어가 헤엄치는 대수조와 바다 위로 곧게 뻗은 다리가 나옵니다. 섬 곳곳에는 1층에서 고른 생선을 2층에서 요리해 주는 시장, 리조트 호텔이 늘어선 서해안, 곶 아래에서 파랗게 빛나는 동굴,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남부의 언덕도 있어요. 이 가이드는 나하를 베이스로 삼아 본섬을 한 바퀴 도는 동선을 따라갑니다.
나하 — 시장 2층의 저녁
나하의 중심은 약 1.6km 이어지는 국제거리(国際通り)예요. 가게와 카페, 바가 줄지어 있지만, 큰길에서 아케이드 골목으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집니다. 그 안쪽의 제일마키시 공설시장(第一牧志公設市場)은 전쟁 직후 자연스럽게 생겨난 암시장에서 출발해 1950년에 문을 연 '나하 시민의 부엌'이에요. 이 시장에는 '모치아게(持ち上げ)'라는 방식이 있어요. 1층 가게에서 고른 생선이나 고기를 2층 식당에 가져가면 그 자리에서 요리해 줍니다. 얼음 위에 놓인 색색의 열대 생선 앞에서 오늘 저녁을 고르는 셈이죠. 저녁 전에는 국제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쓰보야(壺屋)에 먼저 들러 보세요. 류큐 왕국 시절 도자기의 중심지였던 동네라, 쓰보야 야치문 거리(壺屋やちむん通り)에 오키나와 도자기 '야치문'을 파는 가게가 이어져요.
슈리 — 다시 지붕을 올린 왕성
오키나와는 약 450년 동안 류큐 왕국이 다스린 땅이었어요. 1429년 쇼하시(尚巴志)가 처음으로 통일 왕권을 세웠고, 1879년 일본이 오키나와현을 설치하면서 왕국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 중심이 언덕 위의 슈리성(首里城)이었어요. 2019년 10월 31일 화재로 정전을 비롯한 9개 시설이 불탔고, 2022년 11월 시작된 복원 공사를 거쳐 정전은 2026년 11월 23일 정오부터 다시 공개됩니다. 공개 전날인 22일에는 완공식이 열려 공원 전체가 하루 쉬어요. 성 아래 비탈로는 16세기에 놓인 긴조초 돌길(金城町石畳道)이 이어져요. 오키나와 전투 때 상당 부분이 부서졌지만 약 300m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슈리에서 나하항으로 내려가던 옛 주요 도로라, 반들반들해진 돌을 밟으며 내려가다 보면 왕도의 일상이 조금씩 그려져요. 같은 언덕에는 1501년 쇼신(尚真) 왕이 세운 왕릉 다마우둔(玉陵)도 있어요.
서해안 — 절벽과 푸른 동굴
나하에서 국도 58호선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온나(恩納) 해안이 나와요. 길가에 리조트 호텔이 이어지는,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휴양지예요. 이 해안의 얼굴은 높이 20m의 석회암 절벽 만자모(万座毛)입니다. 절벽 위 산책로에서 내려다보면 바다색이 얕은 곳의 옥색에서 먼 바다의 남색으로 층층이 짙어져요. 남쪽으로 조금 내려간 마에다 곶(真栄田岬)은 오키나와에서 손꼽히는 스노클링·다이빙 포인트예요. 곶 아래 푸른 동굴(青の洞窟)에 들어가면 물이 안에서 빛을 내는 것처럼 파랗게 보입니다. 해 질 무렵에는 차탄(北谷)의 선셋 비치로 가 보세요. 바로 옆 아메리칸 빌리지(美浜アメリカンビレッジ)를 비롯해 이 동네에 여러 나라의 문화와 음식이 섞인 데에는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군 주둔의 영향도 있답니다.
북부 — 고래상어와 후쿠기 길
나하 공항에서 고속도로로 약 2시간, 모토부 반도의 해양박공원(海洋博公園) 안에 추라우미 수족관(沖縄美ら海水族館)이 있어요. 가장 큰 볼거리는 용량 7,500㎥의 대수조 '구로시오의 바다(黒潮の海)'.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인 고래상어와 만타가오리가 커다란 아크릴 창 너머로 유유히 지나갑니다. 수족관을 나와서는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備瀬のフクギ並木)로 가 보세요. 후쿠기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골목이라 자전거로 천천히 도는 게 잘 어울려요. 나하로 돌아가는 길에는 약 2km의 고우리 대교(古宇利大橋)를 건너 고우리섬(古宇利島)에 들러요. 반지름 약 1km의 둥근 섬이라 차로 15분이면 한 바퀴를 돕니다. 인류가 처음 생겨날 때 두 연인이 바닷가 동굴에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티누 해변(ティーヌ浜)에는 하트 모양 바위 두 개가 바다 위로 솟아 있어요.
남부 — 성지와 전쟁의 기억
본섬 남동쪽 지넨 반도(知念半島)의 세화우타키(斎場御嶽)는 세계유산이자 성지예요. 동굴과 바위를 산책로가 잇고, 바다 건너에는 '신의 섬'이라 불리는 구다카지마(久高島)가 있어요. 다만 산구이(三庫理) 안으로는 성지 보호와 안전을 위해 들어갈 수 없어요. 2027년 1월 초까지는 보존·수리 공사로 경내 돌길 일부와 참배 터 주변의 출입도 기간을 나눠 제한될 예정이에요. 남쪽 끝 이토만(糸満)의 평화기념공원(平和祈念公園)은 1945년 6월에 끝난 오키나와 전투에서 숨진 모든 이를, 어느 편이었는지 가리지 않고 추모하는 곳이에요. 가까운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ひめゆり平和祈念資料館)에서는 여학생과 교사들이 겪은 전쟁 이야기를 마주하게 돼요.
게라마 제도 — 하루 떼어 바다 건너기
본섬 서쪽의 게라마 제도(慶良間諸島)는 도카시키(渡嘉敷), 자마미(座間味), 아카(阿嘉), 게루마(慶留間) 네 유인도와 주변 무인도가 함께 국립공원을 이루는 곳이에요. 나하 도마리항(泊港)에서 고속선으로 약 1시간, 페리로 약 2시간이라 당일치기도 충분해요. 고속선은 도마리항 북쪽, 페리는 남쪽 선착장에서 떠나요. 자마미 마을은 이 바다의 투명도를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소개하고, 현지에서는 이 바다색을 게라마 블루(ケラマブルー)라고 불러요. 겨울에는 번식을 위해 혹등고래가 이 바다로 돌아와 고래 관찰 투어가 열립니다.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나하 공항 도착 → 유이레일로 시내 → 국제거리 → 쓰보야 야치문 거리 → 제일마키시 공설시장(2층에서 저녁) Day 2 — 슈리성·긴조초 돌길 → 렌터카 인수 → 온나 해안 만자모·마에다 곶 → 차탄 선셋 비치 Day 3 — 추라우미 수족관 →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 → 고우리 대교·고우리섬 → 온나 또는 나하로 복귀 Day 4 — 세화우타키 → 평화기념공원·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 → 공항 하루를 더 낼 수 있다면 Day 3과 Day 4 사이에 게라마 제도 당일치기를 넣어 보세요.
- 추천 시즌
- 4~5월 초(바다 개장·우기 전), 10~11월(태풍철이 지난 뒤)
- 추천 기간
- 3~5일
꼭 먹어볼 것
- 오키나와 소바 (돼지갈비 얹은 소키소바)
- 고야 찬푸루 (여주·두부 볶음)
- 타코라이스 (긴초에서 탄생)
- 사타안다기 (오키나와식 도넛)
실용 팁
- 유이레일 1일권(1,000엔)과 2일권(1,800엔)은 날짜가 아니라 산 시각부터 24시간·48시간 유효해요. 오후에 1일권을 사면 다음 날 오전 공항 가는 길까지 쓸 수 있어요.
- 슈리성 정전 내부는 30분 단위 사전 예약제로 관람해요. 2026년 11월 23일 입장분부터 유료 구역 어른 요금이 400엔에서 1,000엔으로 오르고, 2027년 1월 이후 관람분은 방문하는 달의 두 달 전 1일 13시에 판매가 시작돼요(1월 관람분은 11월 1일).
- 렌터카를 몬다면 국제운전면허증을 꼭 챙기세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은 오키나와 등에서 한국인 렌터카 교통사고가 잦다고 안내하고, 2026년 1월 이시가키섬에서 국제운전면허 미소지 혐의로 여행자가 체포된 사례도 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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