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
열아홉 개 섬이 떠 있는 바다
천 년 참탑과 어묵 국수의 도시
나트랑(Nha Trang)은 베트남 중남부 해안, 카인호아(Khánh Hòa)성의 바닷가 도시예요. 시내 앞 나트랑만에는 크고 작은 섬 열아홉 개가 흩어져 있어서, 해변에 서면 빈 수평선보다 바다 위에 겹겹이 놓인 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아침에는 붉은 벽돌로 쌓은 참족의 탑에 올라 천 년 넘게 이어진 기도를 마주하고, 낮에는 배를 타고 산호가 자라는 섬으로 나가고, 저녁에는 어묵을 듬뿍 얹은 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닫지요. 이 바닷가에 반해 반세기를 머문 과학자의 이야기도 곳곳에 남아 있답니다.
만을 마주한 도시
나트랑의 중심은 노란 모래사장이 7km에 이르는 쩐푸 해변(Trần Phú)이에요. 산책로를 걷다 근처 식당이나 바에 들르기 쉬워서, 바다는 늘 하루의 배경으로 남아요. 이 해변이 마주한 나트랑만에는 섬과 작은 바위섬이 열아홉 개 흩어져 있어요. 바닷속 생물 다양성도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편이라, 해변에서 쉬는 날과 배를 타고 섬으로 나가는 날을 번갈아 보내기 좋답니다.
포나가르, 참족 여신의 언덕
시내 북쪽, 까이강(Sông Cái) 하구에 가까운 꾸라오 언덕(Cù Lao)에 붉은 벽돌탑들이 서 있어요. 포나가르 참탑(Tháp Bà Ponagar)은 8세기부터 13세기 사이 참족이 세운 사원으로, 참족이 '나라의 어머니'로 모신 여신 포 이누 나가르(Yang Po Inư Nưgar)를 기리는 곳이에요. 훗날 이 땅에 들어온 베트남 사람들도 여신을 티엔이아나 성모(Thiên Y A Na)라 부르며 신앙을 이어받았고, 지금도 이곳을 찾아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해마다 음력 3월 20~23일에는 포나가르 축제가 열려요. 20일 정오에는 여신상의 옷과 관을 벗겨 몸을 씻긴 뒤, 사람들이 바친 새 옷을 입히고 관을 씌우는 의식을 치른답니다. 이 축제는 2012년 베트남 국가 무형문화유산이 되었고, 탑은 2025년 1월 국가특별유적으로 지정됐어요.
강어귀의 어촌, 언덕 위 대불
같은 까이강 하구에는 솜봉(Xóm Bóng) 어촌이 있어요. 강어귀를 가로지르는 솜봉 다리 주변은 시내의 고깃배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해변 산책로와는 전혀 다른 나트랑의 얼굴을 볼 수 있어요. 시내의 또 다른 언덕에는 롱선사(Chùa Long Sơn)가 있어요. 계단을 따라 오르면 언덕 꼭대기에 높이 약 24m의 하얀 불상이 자리하고 있고, 불상 곁에 서면 나트랑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요.
섬으로 나가는 날
혼문(Hòn Mun)은 꺼우다(Cầu Đá) 항구에서 약 10km, 배로 45분쯤 걸리는 해양보호구역이에요. '검은 섬'이라는 이름처럼 짙은 색 바위 절벽이 섬을 두르고 있고, 물 아래에는 수백 종의 산호가 숲을 이루고 있어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기 좋아요. 물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면 바닥이 유리로 된 배에서 산호를 내려다볼 수도 있어요. '제비집 섬'이라 불리는 혼노이(Hòn Nội)에서는 모래톱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 바다의 빛깔과 수온이 서로 달라요. 놀이공원이 있는 혼째(Hòn Tre)까지는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가 이어지는데, 정기 점검 기간에는 케이블카 대신 스피드보트로 건너가요(2026년은 10월 26일~11월 10일). 섬으로 가는 배가 뜨는 꺼우다에는 해양학연구소(Viện Hải dương học)도 있어요. 1922년 세워진 인도차이나 수산해양국에서 출발한 곳으로, 연구소에 딸린 해양박물관에는 2만 점이 넘는 해양 생물 표본이 모여 있고 해마다 수십만 명이 찾아온답니다.
한 그릇에 담긴 바다
흔히 '베트남 해산물의 수도'라 불릴 만큼 나트랑의 식탁은 바다에서 시작돼요. 대표 메뉴는 분짜까(bún chả cá)예요. 꼬치고기나 매퉁이 같은 바닷고기 살을 쫀득하게 치대 어묵을 빚고, 노릇하게 튀긴 것과 하얗게 찐 것을 함께 얹은 뒤 삼치 뼈를 우린 맑은 국물을 부어 내요. 분스어(bún sứa)에는 라임을 섞은 소금물에 담갔다 헹군 해파리를 얇게 썰어 올리는데, 씹을 때마다 오도독 소리가 나요. 늦은 오후면 문을 여는 반깐(bánh căn) 노점에서는 작은 토기 틀에 반죽을 붓고 새우·오징어·메추리알을 얹어 구워 내요. 닌호아(Ninh Hòa)에서 온 넴느엉(nem nướng)은 구운 돼지고기에 바삭한 튀김 라이스페이퍼, 신 스타프루트, 풋바나나, 채소를 곁들여 부드러운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음식이에요. 돼지고기·간·새우·찹쌀로 끓인 걸쭉한 주황빛 소스가 맛을 좌우해요. 값은 1인분 4만~6만 동쯤이에요. 담 시장(Chợ Đầm)은 나트랑의 중심 시장이에요. 이른 아침과 저녁이면 찬거리를 사러 온 주민들로 북적여요.
예르생이 머문 바닷가
의사 알렉상드르 예르생(Alexandre Yersin)은 1891년 여름, 배를 타고 지나다 이 해안에 처음 내렸어요. 1894년 페스트가 번진 홍콩에서 원인균을 찾아낸 그는 이듬해 나트랑에 연구실을 열었고, 이것이 지금의 나트랑 파스퇴르 연구소가 됐어요. 1943년까지 50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내며 일했어요. 주민들은 그를 '남 아저씨(Ông Năm)' 같은 애칭으로 불렀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어촌 솜꼰(Xóm Cồn)의 어부들이 애도에 잠겼대요. 쩐푸 거리 8번지 연구소 안의 옛 도서관은 지금 예르생 박물관이에요. 그가 책을 읽고 쉬던 자리를 책장과 타자기 책상, 침대로 되살려 두었고, 실험 기구와 책도 함께 볼 수 있어요. 무덤은 수오이저우(Suối Dầu)의 실험 목장 안에 있답니다.
진흙 온천과 해변의 밤
나트랑을 대표하는 휴식은 머드 목욕이에요. 시내 북쪽 언덕 쪽에 온천과 진흙 목욕 시설이 몇 곳 모여 있어요. 탑바 온천(Suối khoáng nóng Tháp Bà)은 시내 중심에서 북쪽으로 약 4km 떨어져 있고 포나가르와도 가까워서, 오전에 탑을 보고 이어서 들르기 좋아요. 시내 머드 목욕 시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는 아이리조트(I-Resort)가 꼽혀요. 나트랑의 진흙은 미네랄이 풍부해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해가 지면 해변의 분위기가 바뀌어요. 바닷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루프톱 바에 올라, 해안을 따라 켜진 불빛을 내려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해 보세요.
- 추천 시즌
- 1~8월(건기, 섬 투어 적기)
- 추천 기간
- 3~5일
꼭 먹어볼 것
- 분짜까 (어묵 쌀국수)
- 분스어 (해파리 쌀국수)
- 반깐 (토기 틀에 굽는 쌀 전병)
- 넴느엉 (닌호아식 돼지고기 쌈)
실용 팁
- 깜라인(Cam Ranh)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18번 버스가 1인 5만 동, 50~60분 걸려요. 공항 택시는 4인승 정액 30만 동부터인데 시간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타기 전에 기사와 요금을 맞춰 두는 게 좋아요.
- 달랏과 묶는다면 길을 미리 살펴 두세요. 두 도시를 잇는 카인레 고개(Khánh Lê)는 2025년 11월 큰 산사태가 난 구간이에요. 주호치민 총영사관은 대사관 누리집 공지에서 11~12월 우기에는 낙석·토사 위험이 매우 높다며, 기상 악화 예보가 있는 날은 산악도로 이동을 자제하라고 안내했어요.
- '제비집 섬'으로 불리는 혼노이(Hòn Nội)는 하루 방문 인원을 제한해 오전에 배가 한 편만 다닌다고 베트남 관광청이 안내해요. 다만 인원 기준과 운항 시기는 안내처마다 달라(3~9월에만 운영한다는 안내도 있어요), 일정에 넣으려면 날짜를 정하기 전에 투어 운영사에 운항 여부부터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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