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여덟 개의 도시가 겹쳐 쌓인 수도
무굴의 정원과 올드델리의 골목
델리는 여러 번 세워지고 허물어지기를 되풀이하며 여덟 개의 옛 도시가 겹쳐 쌓인 곳이에요. 12세기 말에 기초를 놓은 탑과 16세기 무굴 황제의 정원 묘, 17세기 성벽 도시 올드델리(Old Delhi), 20세기에 영국이 설계한 뉴델리(New Delhi)가 한 도시 안에 함께 있어요. 하루 일정에 수백 년이 담기는 셈이에요. 아침엔 마른 고추 냄새에 코끝이 매운 향신료 시장을 지나고, 한낮엔 무굴 정원의 수로 옆에서 그늘을 찾고, 저녁엔 시크교 사원의 공동 부엌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같은 음식을 나누게 되는 도시예요.
두 개의 델리
올드델리의 옛 이름은 샤자하나바드(Shahjahanabad)예요. 1639년 무굴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이 궁정을 아그라에서 옮겨 오기로 하며 세운 수도로, 그 한가운데 붉은 사암 성벽의 붉은 요새(Lal Qila)가 있어요. 지금도 독립기념일(8월 15일)이면 총리가 이 성에서 국기를 올린답니다. 뉴델리는 약 270년 뒤의 도시예요. 1911년 델리 더르바르(Delhi Durbar)를 계기로 영국령 인도의 수도를 캘커타에서 델리로 옮기게 되면서, 에드윈 러티언스(Edwin Lutyens)가 새 수도를 설계했어요. 라이시나 언덕(Raisina Hill)의 대통령궁(Rashtrapati Bhavan)은 옛 총독 관저로, 17년 넘는 공사 끝에 1929년 첫 입주자를 맞았어요. 여기서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까지 뻗은 의전 대로 카르타비야 파트(Kartavya Path)를 걸으면 올드델리와는 규모부터 다른 도시가 펼쳐져요.
올드델리의 시장 골목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는 샤 자한이 아끼던 딸 자하나라(Jahanara) 공주가 1650년에 설계한 시장 거리예요. 골목마다 파는 물건이 달라요. • 카리 바올리(Khari Baoli) — 아시아 최대로 꼽히는 향신료 도매시장. 손수레 사이를 지나다 보면 마른 고추 냄새에 재채기가 나기도 해요. • 다리바 칼란(Dariba Kalan) — 예부터 '보석상 거리'로 불린 골목. • 키나리 바자르(Kinari Bazaar) — 장식 술·테두리 장식 가게가 모인 골목. 찬드니 초크 남쪽에는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가 있어요. 1650~1656년에 샤 자한이 세운 델리 최대의 모스크로, 안뜰에서 2만 5천 명이 함께 기도할 수 있어요. 남쪽 첨탑에 오르면 올드델리의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와요. 정오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는 문을 닫으니 오전에 들러 보세요.
무굴의 정원과 술탄의 탑
후마윤 묘(Humayun's Tomb)는 1570년에 완성된 무굴 황제 후마윤의 무덤이에요. 인도 아대륙 최초의 정원 묘로, 수로가 정원을 넷으로 나누는 차하르 바그(charbagh) 한가운데 묘당이 서 있어요. 이 형식이 다듬어져 타지마할로 이어졌답니다. 해 뜰 무렵 문을 여니 더위가 오기 전에 정원을 걸어 보세요. 쿠트브 미나르(Qutb Minar)는 1199년에 기초를 놓은 높이 72.5m의 탑이에요. 붉은 사암과 담황색 사암을 층층이 쌓았고, 안뜰의 철 기둥에는 탑보다 800년 넘게 앞선 4세기 브라흐미 문자 산스크리트 비문이 남아 있어요. 로디 가든(Lodhi Garden)은 1444년에 세운 무함마드 샤의 묘와 시칸다르 로디의 묘 사이로 산책로가 난 동네 공원이에요.
델리의 식탁
델리에서는 무굴 요리(Mughlai) 노포와 길거리 간식을 하루에 함께 맛볼 수 있어요. • 버터 치킨 — 다르야간지(Daryaganj)의 모티 마할(Moti Mahal) 같은 노포에서 크림 같은 그레이비에 난을 찍어 먹어요. • 촐레 바투레 — 부푼 튀김빵 바투레를 찢어 매콤한 병아리콩 커리 촐레에 적셔 먹어요. • 파라타 — 감자 같은 소를 넣어 구운 밀전병.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의 카케 다 호텔(Kake Da Hotel)이나 올드델리 파란테 왈리 갈리(Paranthe Wali Gali)에서. • 카바브 — 올드델리 카림스(Karim's)의 이름난 메뉴예요. 틈틈이 길거리 차트(chaat)도 사 먹어 보세요. 바삭한 튀김 과자에 감자와 요거트, 새콤달콤한 처트니를 얹은 간식이라 한 입마다 맛이 달라요.
기도와 노래가 있는 곳
방글라 사힙 구루드와라(Gurudwara Bangla Sahib)는 24시간 문을 여는 시크교 사원이에요. 1664년 여덟 번째 구루 하르 크리샨(Guru Har Krishan)이 머문 저택 자리에 있고, 공동 부엌 랑가르(langar)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날마다 수천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내요. 머리와 어깨를 천으로 가리고 들어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한 끼를 받아 보세요. 니자무딘 다르가(Nizamuddin Dargah)는 수피 성자 니자무딘 아울리야의 영묘예요. 영묘 앞에서는 수피 시를 노래로 부르는 종교 음악 카왈리(qawwali)를 들을 수 있어요. 27장의 대리석 꽃잎으로 지은 연꽃 사원(Lotus Temple)은 1986년 문을 연 뒤로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날씨와 안개, 공기
델리를 포함한 인도의 한 해는 크게 셋으로 나뉘어요. 10월부터 3월까지는 비가 거의 없는 건기, 4~6월은 가장 무더운 혹서기, 7~9월은 1년 비의 대부분이 몰리는 몬순이에요. 델리도 혹서기에는 기온이 45도 안팎까지 오르는 날이 있어요. 건기에도 감안할 게 있어요. 비가 내리지 않으니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일교차가 큰 10월~1월에는 안개 낀 날이 많아 비행기 이착륙이 늦어지기도 해요. 이 무렵엔 마스크를 챙기고, 귀국편 뒤에 환승이나 중요한 일정을 바짝 붙이지 마세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도착 → 코넛 플레이스 산책과 저녁 → 인디아 게이트 Day 2 — 자마 마스지드(오전) → 찬드니 초크·카리 바올리·파란테 왈리 갈리 → 붉은 요새(16시 30분 마감) Day 3 — 후마윤 묘(이른 아침) → 니자무딘 다르가 → 로디 가든 → 방글라 사힙 랑가르 Day 4 — 쿠트브 미나르 → 하우즈 카스(13세기 요새 유적과 저수지, 카페 거리) → 공항
- 추천 시즌
- 10월(우기 뒤 건조함), 2~3월(포근하고 맑음)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버터 치킨 (다르야간지 모티 마할)
- 촐레 바투레 (병아리콩 커리와 튀김빵)
- 파라타 (속을 채워 구운 밀전병)
- 카바브 (올드델리 카림스)
실용 팁
- 비자가 필요해요. 전자비자는 공식 사이트(indianvisaonline.gov.in)에서만 신청할 수 있고, 도착 4일 전까지는 신청을 마쳐야 해요. 한국·일본 국적이면 델리 공항 도착비자도 받을 수 있지만, 외교부는 현지 사정이 바뀔 수 있어 미리 받아 갈 것을 권해요.
- 쿠트브 미나르의 외국인 입장료는 현금 600루피, 온라인 결제 550루피예요. 붉은 요새와 악샤르담은 월요일에 쉬니, 그날은 매일 문을 여는 후마윤 묘 중심으로 동선을 짜 보세요. 붉은 요새는 해마다 독립기념일(8월 15일) 행사를 앞두고 일반 관람을 막아요. 2026년에는 7월 중순 무렵부터 8월 15일까지 닫았답니다.
- 공항·기차역에서 택시나 오토릭샤 기사가 여행객을 '정부 운영 여행사'를 사칭하는 사설 여행사로 데려가고, 그곳에서 비싼 상품을 강매하는 일이 있다고 외교부가 안내해요. 택시는 타기 전에 차량 번호를 찍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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