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마라케시
붉은 성벽 안, 미로 같은 골목의 도시
해 질 녘 광장이 식당이 되는 곳
마라케시(Marrakech)는 붉은 흙빛 성벽이 구시가지 메디나(Medina)를 감싸고 있는 도시예요. 11세기에 세워진 옛 왕도의 한가운데에는 지금도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이 얽혀 있고, 그 사이를 당나귀 수레와 오토바이, 짐을 진 사람들이 서로 비켜 가며 지나가요. 낮에는 수크(souk)의 좁은 길에서 방향을 잃고, 해가 기울면 제마 엘프나 광장(Jemaa el-Fna)에 피어오르는 숯불 연기를 따라 저녁을 먹으러 가요. 리야드(riad)의 묵직한 나무 문을 닫고 들어서면, 분수 소리만 들리는 안뜰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붉은 성벽 안의 메디나
마라케시를 '붉은 도시'라고 부르는 건 성벽과 집들이 대개 붉은 흙빛을 띠기 때문이에요. 성문(bab)을 지나 메디나에 들어서면 골목이 금세 좁아지고, 지도 앱의 파란 점도 엉뚱한 곳을 가리키기 시작해요. 그럴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쿠투비아 모스크(Koutoubia)의 미너렛이에요. 77m 높이라 메디나 어디서든 보여서, 모로코 관광청도 '마라케시의 등대'라고 소개해요. 모스크 안은 원칙적으로 무슬림만 들어갈 수 있어, 여행자는 바깥 정원에서 하루 다섯 번 울리는 아잔(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듣게 돼요. 골목 깊숙한 리야드에서는 직원이 가까운 광장까지 나와 손님을 맞고 짐을 옮겨 주는 경우가 많아요. 예약할 때 만날 곳을 정해 두면 밤늦게 캐리어를 끌고 헤매지 않아요.
제마 엘프나, 낮과 밤의 두 얼굴
메디나 입구의 삼각형 광장 제마 엘프나는 도시가 세워진 11세기부터 마라케시의 상징이었어요. 이야기꾼과 시인, 뱀을 부리는 사람, 그나와(Gnaoua) 춤꾼들이 어우러지는 이 광장의 문화 공간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에요. 낮에는 오렌지 주스 수레와 헤나를 그려 주는 사람들이 광장을 채워요. 해가 기울면 그 자리에 번호를 단 노점 천막이 줄지어 서고, 숯불 연기와 호객하는 목소리가 뒤섞이며 광장 전체가 커다란 야외 식당이 돼요. 공연을 한참 구경했다면 동전 몇 개를 건네는 게 이곳의 예의예요. 원숭이나 뱀을 어깨에 올려 주겠다는 사람은 손을 저어 사양하면 돼요. 광장을 둘러싼 카페의 위층 테라스에 앉으면, 연기 너머로 쿠투비아의 미너렛이 보여요.
수크에서 길을 잃는 법
광장 북쪽으로 뻗은 수크는 메디나에서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에요. 골목마다 다루는 물건이 정해져 있어서, 놋쇠 램프를 두드리는 소리, 무두질한 가죽 냄새, 장대에 걸린 염색 실타래로 길이 구분돼요. 가격표 없는 가게가 대부분이라 값은 흥정으로 정해요. 가게 몇 곳에서 값을 먼저 들어 보고, 주인이 권하는 차를 한 잔 마시며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아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쪽은 막혔다'며 앞장서는 사람을 따라가면, 가죽 무두질 공방이나 그 사람이 아는 가게에 닿고 마지막에 안내비를 요구받기 쉬워요. 정중히 사양하고 가던 길을 가세요. 사막 투어를 싸게 해 주겠다며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응하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정원과 폐허 궁전의 오후
소음에서 비켜서고 싶을 때는 신시가지의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으로 가요.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이 1922년부터 세계 곳곳의 식물을 심어 40년에 걸쳐 가꾼 9,000㎡의 정원이에요. 1980년, 호텔 개발로 사라질 뻔한 이곳을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사들여 지켜 냈어요. 정원은 아침 8시, 옆 이브 생 로랑 박물관(Musée Yves Saint Laurent)은 10시에 문을 여니, 한산한 이른 아침에 정원부터 걷고 박물관으로 옮겨 가면 좋아요. 메디나 남쪽의 엘 바디 궁전(Palais El Badi)은 사디안 왕릉(Tombeaux Saadiens)과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아요. 지붕이 사라지고 흙벽만 남은 너른 폐허인데, 무너진 벽 위에 황새 둥지가 얹혀 있어요. 오후 햇살 아래 한참 앉아 있게 되는 곳이에요.
탄지아와 민트 티
마라케시에서 요리를 하나만 고르라면 탄지아(tanjia)예요. 목이 긴 항아리에 소고기나 양고기, 절인 레몬, 향신료를 넣고 입구를 종이로 봉한 뒤, 동네 공중목욕탕 하맘(hammam)의 아궁이를 지키는 사람에게 맡겨요. 잿불 속에서 몇 시간을 보낸 고기는 숟가락만 대도 결대로 풀어져요. 밤의 제마 엘프나에서는 렌틸과 콩을 끓인 하리라(harira)와, 수레에서 떠 주는 향신료 국물의 달팽이가 오래 기억에 남아요. 식사 끝에는 민트 티를 마셔요. 녹차에 생민트와 설탕을 듬뿍 넣어 우리고, 주전자를 높이 들어 거품이 일도록 따라 줘요. 라마단 기간에는 해 지기 전까지 문을 닫는 현지 식당이 많아요. 대신 해가 지는 순간, 거리 곳곳에서 일제히 단식을 깨는 식사가 시작돼요.
리야드와 하맘
메디나에 묵는다면 리야드를 골라 보세요. 골목 쪽으로는 장식 없는 문 하나뿐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분수나 작은 정원을 둔 안뜰을 방들이 둘러싸고 있어요. 두꺼운 흙벽 덕에 안뜰에는 새소리와 물소리만 남아요. 아침은 대개 옥상 테라스에 차려지는데, 겹겹이 접어 부친 멤센(msemen)과 꿀을 앞에 두고 아틀라스산맥 쪽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해요. 하맘은 모로코식 증기 목욕탕이에요. 올리브로 만든 검은 비누(savon beldi)를 바르고 수증기에 몸을 데운 다음, 거친 장갑(kessa)으로 각질을 밀어내요. 공중 하맘은 남녀가 시간이나 입구를 나눠 쓰고, 처음이라면 리야드나 스파의 하맘에서 관리사에게 맡겨도 돼요.
성벽 밖 하루와 추천 일정
며칠을 메디나에서 보냈다면 하루는 성벽 밖으로 나가 보세요. 아틀라스산맥(Atlas) 자락의 베르베르 마을, 돌과 흙으로 된 아가파이(Agafay) 사막, 바람 센 대서양 항구 도시 에사우이라(Essaouira)가 마라케시에서 많이 떠나는 당일 여행지예요. Day 1 — 리야드 체크인 → 해 질 녘 제마 엘프나 광장 → 노점 저녁 Day 2 — 수크 산책 → 쿠투비아 모스크 → 엘 바디 궁전·사디안 왕릉 → 하맘 Day 3 — 마조렐 정원 → 이브 생 로랑 박물관 → 옥상 카페 → 탄지아 저녁 Day 4 — 아틀라스산맥 자락 또는 아가파이 사막 당일 여행 → 마지막 밤 광장
- 추천 시즌
- 3~5월(봄), 9~11월(가을)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탄지아 (마라케시식 항아리 고기 요리)
- 타진 (원뿔 뚜껑 냄비 요리)
- 하리라 (렌틸·콩 수프)
- 민트 티 (설탕을 넣은 녹차)
실용 팁
- 마조렐 정원과 이브 생 로랑 박물관 표는 공식 사이트(tickets.jardinmajorelle.com)에서 온라인으로만 팔아요. 다른 사이트에서 산 표로는 들어갈 수 없고, 박물관은 수요일에 쉬어요.
- 디르함은 국외 반출이 엄격히 통제돼서 남은 돈은 출국할 때 공항에서 다시 바꿔야 해요. 공항 재환전에는 환전 증명서가 꼭 필요하니, 환전할 때 받은 증명서를 버리지 마세요.
- 프티 택시(petit taxi)는 타기 전에 미터기를 켜 달라고 하거나 요금을 먼저 정하세요. 저녁 8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요금이 50% 할증돼요.
예약하기
본 서비스는 예약 당사자가 아니며, 예약·결제·환불은 해당 예약처의 조건에 따릅니다. 링크를 통한 예약 성사 시 수수료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