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
태평양 절벽 위에 선 페루의 수도
세비체와 흙벽돌 신전이 한 도시에
리마는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도시예요. 스페인 사람들이 1535년 이곳에 도시를 세우기 훨씬 전부터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작은 흙벽돌을 쌓아 신전을 지었고, 그 신전 하나가 지금도 미라플로레스(Miraflores) 주택가 한복판에 남아 있어요. 식민 시대 대성당이 선 광장, 흙벽돌 피라미드, 세계 미식 순위 맨 위에 올랐던 식당이 모두 이 도시에 있답니다. 리마–쿠스코–마추픽추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페루 일정에서 바다를 곁에 둔 곳은 리마뿐이라, 하룻밤만 묵고 지나치기엔 아까워요.
안개와 절벽의 도시
리마에서는 바다를 모래사장보다 절벽 위에서 먼저 만나요. 미라플로레스와 바랑코(Barranco)의 해안 산책로 말레콘(Malecón)은 깎아지른 절벽 위로 이어지고, 그 아래 해안 도로와 자갈 해변 일대를 코스타 베르데(Costa Verde)라고 불러요. 바람이 좋은 날엔 산책로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가 절벽을 따라 미끄러지고, 아래 바다에서는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려요. 남반구의 겨울에는 습도가 높고 짙은 안개가 하늘을 낮게 덮어, 한낮에도 도시가 회색빛에 잠기곤 해요. 여름이 오면 안개가 걷히고, 해 질 녘이면 태평양으로 지는 해를 보려는 사람들이 산책로 벤치를 채운답니다.
역사지구, 마요르 광장에서
리마 역사지구(Centro Histórico de Lima)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에요. 도시가 처음 세워진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는 리마 대성당(Catedral de Lima)과 정부 청사(Palacio de Gobierno)가 서 있고, 정오 무렵 청사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이 열려요. 광장에서 산마르틴 광장(Plaza San Martín)까지 이어지는 우니온 거리(Jirón de la Unión)를 걸을 땐 고개를 들어 보세요. 식민 시대와 공화국 시대의 나무 발코니가 건물 위층에 매달려 있어요. 근처의 산프란시스코 성당·수도원(Iglesia y Convento de San Francisco)은 지하 카타콤으로 이름난 곳이에요.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옛 묘지였던 지하 통로에 사람 뼈가 가지런히 쌓여 있어요.
주택가 한복판의 흙벽돌 피라미드
미라플로레스 주택가를 걷다 보면 아파트 사이로 계단처럼 쌓인 흙빛 언덕이 불쑥 나타나요. 고대 리마 문화 사람들이 의식과 장례를 위해 작은 흙벽돌과 짚으로 쌓아 올린 우아카 푸크야나(Huaca Pucllana)예요. 안내된 운영 시간은 9~17시와 19~22시, 화요일 휴무이고 일반 입장료는 15솔(S/15)이에요. 밤에는 조명을 받은 흙벽을 볼 수 있고, 유적에 딸린 레스토랑에서 피스코 사워를 곁들일 수도 있어요. 하루가 더 있다면 남쪽의 파차카막(Pachacamac)도 좋아요. 옛 판아메리카나 남부 도로 31.5km 지점에 있는 성소로, 박물관의 소개 문구를 빌리면 '1,200년 넘게 파차카막의 신탁이 지켜 온' 곳이에요. 사막 언덕에 흙벽돌 신전들이 흩어져 있어 도심의 우아카와는 규모부터 달라요.
라르코 박물관의 열린 수장고
라르코 박물관(Museo Larco)은 콜럼버스 이전 페루의 유물을 모은 곳이에요. 이곳만의 볼거리는 보통 박물관이라면 닫아 두는 수장고예요. 번호가 매겨진 고대 도자기 3만 점이 선반을 채우고 있고, 그 사이 통로를 직접 걸을 수 있어요. 사람 얼굴이나 동물을 본뜬 그릇이 끝없이 이어져, 골라 낸 몇 점이 아니라 소장품의 규모 자체를 마주하게 돼요. 따로 마련된 전시실에는 고대 페루 사람들의 성(性) 문화를 다룬 에로틱 도자기 컬렉션도 있어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연말연시 일부 날짜는 오후 6시까지) 열고, 일반 입장료는 50솔(S/50)이에요.
세비체에서 센트랄까지
리마의 첫 끼로는 세비체(cebiche)가 좋아요. 날생선을 리몬(limón) 즙에 재우고 고추와 소금으로 간한 음식으로, 202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어요. 세비체리아(cebichería)에서는 생선을 재운 새콤한 국물을 '레체 데 티그레(leche de tigre)'라는 이름으로 잔에 따로 담아 내기도 해요. 식탁에는 이민의 역사도 배어 있어요. 중국계 이민자들의 웍 요리는 페루식 중화요리 치파(chifa)가 됐고, 소고기를 양파·토마토와 센 불에 볶아 감자튀김과 밥을 곁들이는 로모 살타도(lomo saltado)에도 그 흔적이 남았어요. 특별한 한 끼를 원한다면 바랑코의 센트랄(Central)이 있어요. 바다에서 안데스, 아마존까지 페루의 고도와 생태계를 코스로 풀어내는 곳으로, 2023년 '세계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올랐어요. 술은 포도 증류주 피스코(pisco)로 만든 피스코 사워나 칠카노가 대표적이에요.
미라플로레스에서 바랑코까지
고급 숙소가 많이 모인 미라플로레스는 바다 쪽 절벽을 따라 공원이 이어지는 동네예요. 사랑의 공원(Parque del Amor)에는 끌어안고 입 맞추는 연인을 빚은 커다란 조각이 누워 있어요.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걸으면 바랑코에 닿아요. 바랑코는 돌로 포장된 길과 벽화, 현대 미술 갤러리가 어우러진 보헤미안 동네예요. 바다로 내려가는 옛 비탈길 위에 놓인 나무 다리, 탄식의 다리(Puente de los Suspiros)에는 처음 건널 때 숨을 참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다리 아래 계단길은 바다까지 이어지고, 해가 지면 동네의 바와 페냐(peña, 라이브 음악 주점)에 하나둘 불이 켜져요.
마추픽추로 떠나기 전에
리마에서 쿠스코(Cusco)까지는 비행기로 약 1시간 15분이에요. 쿠스코는 해발 3,399m가 넘는 고지대라 바닷가에서 곧장 날아가면 고산병 증상이 올 수 있어요. 도착한 날은 무리하지 말고,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시고, 처음 며칠은 술을 피하세요. 마추픽추 마을(아구아스칼리엔테스, Aguas Calientes)까지는 기차로 가요. 페루레일(PeruRail) 기준으로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에서 약 1시간 45분, 쿠스코 근교 포로이(Poroy)역에서 약 3시간 30분이 걸려요. 안데스는 4~10월이 건기, 11~3월이 우기라 날짜를 고를 수 있다면 건기가 좋아요.
- 추천 시즌
- 12~3월(안개가 적은 시기)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세비체 (세비체리아)
- 로모 살타도 (소고기 볶음)
- 안티쿠초 (소 염통 꼬치)
- 피카로네스 (호박 도넛)
실용 팁
- 외교부는 리마를 포함한 페루 대부분 지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를 발령해 두었어요(아야쿠초·우앙카벨리카·후닌 주 일부와 쿠스코 주 라 콘벤시온 지역은 3단계 출국권고). 리마 도심 상권에서 조직 범죄단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공지도 있으니, 출발 전 해외안전여행(0404.go.kr) 페루 페이지를 확인하세요.
- 마추픽추 입장권은 페루 정부 공식 판매 사이트(tuboleto.cultura.pe)에서 미리 사 두세요. 현장 판매는 마추픽추 마을 매표소에서 하루 최대 1,000장뿐이고, 본인이 직접 가서 사야 하며 다음 날 입장권만 살 수 있어요.
- 공항에서 시내로 갈 땐 공항의 인가 택시나 공항버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리마'를 이용하세요. 버스는 미라플로레스 중심가 4곳에 서고, 요금은 15솔(S/15)부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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