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진흙 강가에서 시작된 열대의 수도
모스크와 사원, 노점이 한 동네에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는 하루에 세 나라를 오가는 기분이 들어요. 아침엔 마막 노점에서 로티 차나이를 찢어 커리에 적시고, 한낮엔 차이나타운 사원의 향 연기 사이를 지나고, 해 질 녘엔 유리 빌딩 사이로 모스크의 아잔(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울려요.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사람들이 함께 사는 수도라, 말레이어 간판 옆에 한자 간판, 그 옆에 타밀 문자 간판이 이어지는 거리도 있답니다. 그래서 이곳에선 끼니마다 동네를 옮겨 다니는 여행을 권해요.
두 강이 만나는 자리
쿠알라(kuala)는 말레이어로 강이 다른 강이나 바다와 만나는 곳을, 룸푸르(lumpur)는 물기 많은 진흙을 뜻해요. 이름이 생긴 그 자리는 지금도 도심 한가운데 있어요. 클랑강(Sungai Klang)과 곰박강(Sungai Gombak)이 Y자로 만나는 뾰족한 땅끝에 붉은 벽돌과 흰 줄무늬의 마스지드 자멕(Masjid Jamek)이 서 있어요. 쿠알라룸푸르가 정식으로 시(市)가 된 건 1972년 2월 1일이에요. 조금 걸으면 메르데카 광장(Dataran Merdeka)이 나와요. 잔디밭 건너편의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Bangunan Sultan Abdul Samad)은 구릿빛 돔과 시계탑을 얹은 옛 식민지 관청 건물이랍니다. 해가 기울면 시계탑과 아치에 조명이 들어와 건물의 윤곽이 또렷해져요.
세 문화가 마주 보는 거리
마스지드 자멕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페탈링 거리(Jalan Petaling)를 중심으로 한 차이나타운이에요. 초록 지붕을 씌운 거리에 노점이 빼곡하고, 안쪽엔 벽화를 그려 넣은 뒷골목 콰이차이홍(Kwai Chai Hong)이 있어요. 바로 옆 툰 H.S. 리 거리(Jalan Tun H.S. Lee)에서는 남인도식 탑문이 화려한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Sri Mahamariamman)과 관디 사원(Guan Di)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서, 한쪽에선 재스민 꽃목걸이 향기가, 다른 쪽에선 향 연기가 건너와요. 센트럴 마켓(Pasar Seni)은 1888년 재래시장으로 문을 연 곳인데, 지금은 하늘색 아르데코 건물에 바틱 천과 공예품 가게가 들어서 있어요. 캄풍 바루(Kampung Baru)에는 나무 기둥 위에 올린 말레이 전통 가옥이 남아 있어, 낮은 지붕 너머로 유리 타워가 빛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답니다.
아침은 마막, 저녁은 잘란 알로
하루는 마막(mamak) 노점에서 시작해 보세요. 인도계 무슬림이 꾸려 온 이 노천 식당에서는 얇게 펴 접어 구운 로티 차나이(roti canai)를 달 커리에 찍어 먹고, 높은 데서 부어 거품을 낸 밀크티 테 타릭(teh tarik)을 곁들여요. 밤늦게까지 여는 집이 많아서, 자정 무렵에도 축구 중계를 보는 손님들로 북적이곤 해요. 나시 르막(nasi lemak)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삼발 양념장, 튀긴 멸치, 땅콩, 삶은 달걀, 오이를 곁들인 한 접시예요. 점심은 브릭필즈(Brickfields)의 리틀 인디아에서 바나나 잎 위에 밥과 채소 반찬, 커리를 올려 주는 바나나 리프 라이스로 드셔 보세요. 저녁엔 부킷 빈탕(Bukit Bintang) 뒤편 잘란 알로(Jalan Alor)로 가요. 해가 지면 길 양쪽에 플라스틱 테이블이 깔리고 사테 굽는 연기와 웍 소리가 거리를 채워요. 짙은 간장에 굵은 면을 볶은 KL식 호키엔 미(Hokkien mee)도 이런 중국계 노점에서 맛볼 수 있어요.
쌍둥이 타워 아래에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s)의 두 동은 41층과 42층 높이에서 스카이브리지로 이어져 있어요. 다리는 정해진 시간에만 일반에 열리니, 올라갈 생각이라면 열리는 시간부터 확인하고 일정을 짜 두세요. 뒤편 KLCC 공원(KLCC Park)은 50에이커(약 20헥타르)의 녹지로, 놀이터와 얕은 물놀이장, 조깅 트랙이 있어요. 인공 호수 레이크 심포니(Lake Symphony) 앞 테라스는 두 타워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곳이에요. 해 질 녘 분홍빛을 머금던 외벽이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나기까지, 그 변화를 여기 앉아 지켜볼 수 있어요.
바투 동굴, 계단 끝의 사원
도심에서 조금 북쪽으로 벗어나면 석회암 언덕에 뚫린 바투 동굴(Batu Caves)이 나와요. KL 센트럴(KL Sentral)에서 KTM 코뮤터(KTM Komuter) 바투 동굴행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역 앞에서 금빛 무루간(Murugan) 신상부터 눈에 들어와요. 그 옆으로 알록달록 칠한 가파른 계단을 다 오르면, 천장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동굴 안에 힌두 사원이 있어요. 난간을 오가는 원숭이들이 음료나 비닐봉지를 낚아채 가기도 하니 먹을 것은 가방에 넣어 두세요. 타밀력 타이(Thai) 달에 열리는 타이푸삼(Thaipusam) 축제(양력으로 대개 1~2월) 때는 우유 단지를 머리에 이거나 공작 깃털로 꾸민 카바디(kavadi)를 멘 순례자들이 맨발로 이 계단을 오르는 행렬이 밤새 이어진답니다.
비 쏟아지는 오후엔 박물관으로
이 도시의 비는 오래 내리기보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편이라, 하늘이 어두워지면 실내로 자리를 옮길 때예요. 페르다나 식물원(Taman Botani Perdana) 옆 이슬람 예술 박물관(Islamic Arts Museum Malaysia)은 12개 전시실에 1,400년에 걸친 이슬람 세계의 미술과 공예를 담고 있어요. 타일 장식과 쿠란 필사본, 세계 곳곳의 모스크를 줄여 만든 건축 모형 사이를 걷다 보면 빗소리를 잊게 돼요. 매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마지막 입장 5시 30분)에 열어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KLIA 도착 → KLIA 익스프레스로 KL 센트럴 → 부킷 빈탕 숙소 → 잘란 알로 저녁 Day 2 — 마스지드 자멕 → 메르데카 광장 → 센트럴 마켓 → 차이나타운·콰이차이홍 → KLCC 공원 야경 Day 3 — 아침 일찍 바투 동굴 → 브릭필즈 바나나 리프 라이스 → 이슬람 예술 박물관·국립 모스크 → 캄풍 바루 저녁 Day 4 — 마막 노점 아침 → 페트로나스 스카이브리지(개방 시간에 맞춰) → KL 센트럴 → 공항
- 추천 시즌
- 6~7월(연중 비가 가장 적은 때), 2월(비가 한 번 더 줄어드는 때)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나시 르막 (코코넛 밥과 삼발)
- 로티 차나이 (마막 노점의 아침)
- 바나나 리프 라이스 (브릭필즈)
- 호키엔 미 (KL식 검은 볶음면)
실용 팁
- 말레이시아 디지털 입국카드(MDAC)는 입국 전 3일 안에 이민국 사이트(imigresen-online.imi.gov.my)에서 제출해야 해요.
- KLIA 익스프레스를 타면 KLIA 1터미널에서 KL 센트럴까지 28분(2터미널은 3분 더), 편도 RM55예요.
- 호텔에 묵는 외국인 여행자는 객실 1개·1박마다 관광세 RM10을 체크인할 때 따로 내요. 말레이시아 국민·영주권자만 면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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