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가오슝
다거우라 불리던 남쪽 도시
창고 예술과 섬으로 가는 뱃길
해 질 무렵 구산 페리 선착장(鼓山輪渡站)에 서 있으면, 스쿠터를 탄 사람들이 줄지어 배 안으로 들어가요. 스쿠터 엔진이 하나둘 꺼지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박한 배들과 바닷가 언덕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고 맞은편 섬이 가까워져요. 가오슝(高雄)은 대만 남부의 항구 도시예요. 화물 창고는 예술 거리가 됐고, 지하철역 천장에는 커다란 유리 작품이 걸렸어요. 이 글에서는 항구가 처음 생겨난 언덕에서 출발해 창고 거리와 지하철역, 맞은편 섬과 호숫가 사원을 지나 야시장까지 걸어가 볼게요.
다거우에서 가오슝으로
가오슝의 옛 이름은 다거우(打狗)였어요. 일본 통치기인 1920년, 일본어 발음 '다카오(Takao)'와 비슷한 지금의 한자 이름으로 바뀌었어요. 교토의 다카오산(高雄山)과 같은 글자랍니다. 항구가 처음 생겨난 자리는 하마싱(哈瑪星)의 샤오촨터우(哨船頭)예요. 이곳에 다거우 영국 영사관(打狗英國領事館)과 영사 관저가 남아 있어요. 영국은 처음에 항구에 정박한 배 테르나테(Ternate)호 위에 영사관을 두었고, 언덕 위 붉은 벽돌 관저는 1879년부터 쓰였어요. 바닷가 영사관 사무소와 언덕 위 관저는 그 무렵 놓인 옛 돌길로 이어져요. 돌길을 따라 오르면 항구로 드나드는 배가 내려다보여요. 바로 옆 시쯔완(西子灣) 바닷가는 서쪽으로 대만 해협을 마주하고 있어서, 해가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정면에서 볼 수 있어요.
보얼 예술특구 — 창고 두 동 반에서 시작된 거리
보얼 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는 항구의 화물 창고를 고쳐 만든 예술 거리예요. 시작은 불꽃놀이 행사였어요. 그 행사를 계기로 창고 두 동 반에서 첫발을 뗐고, 2002년 예술특구로 자리를 잡았답니다. 지금은 줄지어 선 창고 사이로 대형 설치 작품과 전시장, 디자인 상점이 이어지고, 그 앞을 경전철이 천천히 지나가요. 창고마다 전시가 달라서 하나씩 들어가 보다 보면 반나절이 금방 가요. 해가 기울면 가까운 아이허(愛河)로 걸어가 보세요. 강변 산책로에 불이 켜지고, 강물에 비친 다리 조명이 길게 흔들려요.
미려도역과 웨이우잉 — 고개를 들게 되는 곳
MRT 레드라인과 오렌지라인이 만나는 미려도역(美麗島站)에서는 잠시 고개를 들어 보세요. 지름 30m, 넓이 660㎡의 유리 천장 '빛의 돔(光之穹頂)'이 역 중앙 홀을 덮고 있어요. 이탈리아 작가 나르시서스 콰글리아타(Narcissus Quagliata)가 물·흙·빛·불 네 가지 주제를 색유리로 풀어냈어요. 환승하러 바삐 걷던 사람들도 이 아래에서는 걸음을 늦춰요. 오렌지라인을 타고 동쪽으로 가면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衛武營國家藝術文化中心)가 나와요. 2018년 10월에 문을 연 공연장으로, 네덜란드 건축가 프란신 하우번(Francine Houben)이 백 년 넘은 반얀나무 군락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어요. 물결처럼 이어지는 지붕 아래는 열린 광장이라, 공연을 보지 않아도 그늘에 앉아 쉬어 가기 좋아요.
치진 — 뱃길 건너 해산물 골목
구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면, 항구를 감싸듯 길게 누운 섬 치진(旗津)에 닿아요. 선착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다의 여신 마쭈(媽祖)를 모신 치진 천후궁(旗津天后宮)이 나오고, 그 앞 거리를 따라 해산물 가게가 이어져요. 가게 앞 얼음 위에는 생선과 조개가 놓여 있고, 고른 재료를 원하는 방식으로 요리해 주는 집이 많아요. 구운 오징어와 생선회를 한 상에 받아 보세요. 숭어알을 말린 어란(烏魚子)은 이 섬의 특산이라, 얇게 썬 한 접시를 곁들이는 사람도, 선물로 사 가는 사람도 많아요. 식사를 마친 뒤에는 언덕 위 치허우 등대(旗後燈塔)로 올라가 보세요. 한쪽으로는 항구 입구가, 다른 쪽으로는 대만 해협이 보여요. 자전거를 빌려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무지개 교회(彩虹教堂)와 풍차 공원(風車公園)이 차례로 나와요.
롄츠탄 —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도심 북쪽 쭤잉(左營)의 롄츠탄(蓮池潭)은 사원들이 둘레를 감싼 호수예요. 호수 위에 나란히 선 두 탑이 용호탑(龍虎塔)이에요. 쭤잉 츠지궁(慈濟宮)에 딸린 이 탑은 1974년 공사가 시작돼 1976년에 완성됐어요. 이 탑에는 걷는 순서가 있어요. 용의 입으로 들어가 탑을 둘러본 뒤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화를 피하고 복을 부른다고 해요. 탑 앞에 선 용과 호랑이 조각의 벌린 입이 그대로 출입구예요. 위층에 오르면 잔잔한 호수와 둘레의 사원 지붕이 한눈에 들어와요.
야시장에서 끝나는 하루
가오슝에서는 하루를 야시장에서 마무리해 보세요. 미려도역 바로 옆 류허 야시장(六合夜市)은 큰길 하나를 따라 노점이 늘어서 있어서 처음 가도 길을 잃을 일이 없어요. 철판에서 갓 부친 굴전(蚵仔煎)과 해산물 구이에 파파야 우유 한 잔을 곁들여요. 노점이 바둑판처럼 빼곡한 곳을 좋아한다면 레드라인 쥐단(巨蛋)역 근처 루이펑 야시장(瑞豐夜市)으로 가 보세요. 매일 열지는 않으니 여는 요일을 확인하고 가는 게 좋아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가오슝 국제공항 도착 → MRT 레드라인 공항역(R4)에서 시내로 → 미려도역 빛의 돔 → 류허 야시장 저녁 Day 2 — 하마싱 산책 → 다거우 영국 영사관 → 구산 선착장에서 배로 치진 → 해산물 점심·치허우 등대 → 시쯔완 노을 Day 3 — 보얼 예술특구 → 경전철로 항구를 따라 이동 → 아이허 강변 저녁 산책 Day 4 — 롄츠탄 용호탑 →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 → 공항
- 추천 시즌
- 11~4월(태풍이 드물고 비가 적은 때)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치진 해산물 (구운 오징어·생선회)
- 어란 (烏魚子, 치진 특산)
- 파파야 우유 (야시장 과일 음료)
- 굴전 (蚵仔煎, 류허·루이펑 야시장)
실용 팁
- 치진행 배는 구산 페리 선착장(鼓山輪渡站)에서 타요. 성인 NT$30이고, 아이패스(一卡通)·이지카드(悠遊卡)를 그대로 찍을 수 있어요. 첫 배는 새벽 5시 치진 출발이고,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다녀요.
- MRT 음식물 금지 구역에서는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껌만 씹어도 NT$1,500~7,500 벌금 대상이에요.
- 다거우 영국 영사관은 매주 수요일 고적 관리를 위해 쉬어요(국경일이면 문을 열어요). 나머지 평일은 10~19시, 주말·공휴일은 9~19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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