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라벤더 언덕과 촛불 띄운 운하
계절을 먼저 고르는 북쪽의 섬
홋카이도(北海道)는 일본 국토의 약 22%를 차지하는 큰 섬이에요. 지도에선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삿포로에서 남쪽 끝자락 하코다테까지 특급열차로 네 시간 가까이 걸릴 만큼 넓답니다. 계절의 얼굴도 뚜렷하게 갈려요. 7월엔 후라노와 비에이의 언덕이 보랏빛과 노란빛으로 물들고, 2월엔 오타루 운하 수면에 촛불이 떠요. 같은 섬이 반년 사이에 전혀 다른 풍경이 되는 셈이에요. 그래서 이 섬에선 '어디를 다 볼까'보다 '어느 계절에, 어느 권역을 볼까'를 먼저 정해야 해요.
넓이부터 헤아리는 섬
홋카이도 여행의 첫 단추는 거리 감각이에요. 하늘길 관문은 신치토세 공항(新千歳空港)이고, 삿포로까지는 JR로 약 33~40분이에요. 여기서부터는 삿포로 기준으로 볼게요. • 오타루 — JR로 약 33~46분 • 노보리베쓰역 — 특급으로 약 1시간 15분 • 아사히카와 — 약 1시간 25분(비에이는 여기서 갈아타요) • 후라노 — 약 2시간 35분 • 하코다테 — 특급으로 약 3시간 45분~3시간 56분 • 니세코 — 차로 약 2시간 10분 하루에 두 권역 이상을 욕심내면 대부분의 시간을 차창 앞에서 보내게 돼요. 권역마다 하룻밤씩 머물며 옮겨 가는 편이 이 섬의 속도에 맞답니다.
삿포로, 권역의 출발점
삿포로(札幌)는 섬을 도는 여행의 베이스캠프예요. 이 도시를 한 장면으로 꼽자면 2월의 오도리 공원(大通公園)이에요. 이곳을 채우는 삿포로 눈축제(さっぽろ雪まつり)는 1950년, 시내 중고생들이 눈 조각상 여섯 개를 세운 데서 시작됐어요. 시민들이 치운 눈을 버리러 오던 공원에서, 바로 그 눈으로 조각을 만든 거예요. 저녁엔 투구처럼 볼록한 철판에 양고기를 굽는 징기스칸이나, 채소를 큼직하게 넣은 수프 카레를 먹어 보세요.
오타루, 운하에 남은 항구의 시간
삿포로에서 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 차창 밖에 바다가 펼쳐지면 곧 오타루(小樽)예요. 오타루 운하(小樽運河)는 1923년에 완공돼, 항구에 들어온 화물을 작은 배로 실어 나르던 물길이었어요. 지금은 산책로로 다듬어진 구간과, 당시 폭 40m를 그대로 지킨 북운하로 나뉘어요. 해가 지면 돌길을 따라 선 가스등 63개가 한꺼번에 켜져요. 이 길이 가장 고운 때는 2월이에요. '오타루 눈빛거리(小樽雪あかりの路)' 기간엔 예전에 어구로 쓰던 유리 부표로 만든 캔들 약 200개가 운하에 떠 있고, 옛 국철 데미야선(手宮線) 철길 터에는 눈으로 빚은 등에 초를 밝힌 눈 등불이 줄지어 놓여요. 기간이 대개 삿포로 눈축제와 겹쳐서, 한 번의 겨울 여행에 둘 다 담을 수 있어요.
비에이·후라노, 밭이 그린 풍경
아사히카와(旭川)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언덕이 물결치는 비에이(美瑛)와 후라노(富良野)가 이어져요. 먼저 알아 둘 것은 비에이의 언덕이 모두 농가의 밭이라는 점이에요. 감자꽃과 황금빛 밀밭, 노란 꽃밭이 자리를 바꾸는 건 돌려짓기의 결과이고, 신발에 묻은 흙이 작물에 해를 줄 수 있어 밭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아요. 후라노의 라벤더에도 사연이 있어요. 향료 원료로 키우던 라벤더는 값싼 수입·합성 향료에 밀려 값이 떨어졌고, 눈물을 삼키며 밭을 갈아엎는 농가가 늘었어요. 1973년 향료 회사가 수매를 멈추자 언덕의 라벤더는 거의 사라졌죠. 그러다 1976년 국철 달력에 라벤더 밭이 실리며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꽃은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장소마다 시기를 달리하며 피어요. 비에이역에서 버스로 약 20분인 청의 호수(青い池)는 계절마다 물빛이 바뀌어요. 늦가을부터 이듬해 4월 무렵까지는 매일 저녁 조명이 켜지고(해마다 기간이 조금씩 달라요), 한겨울엔 얼어붙은 수면을 하얀 눈이 덮어요.
하코다테, 일찍 열린 항구
남쪽 끝자락의 하코다테(函館)는 1859년 가나가와(지금의 요코하마)·나가사키와 함께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위해 문을 연 항구예요. 그 시절의 흔적은 언덕 동네 모토마치(元町)에 남아, 바다로 곧게 내려가는 비탈길을 따라 서양식 교회와 옛 영사관 건물이 이어져요. 하코다테 아침시장(函館朝市)은 전쟁이 끝난 1945년, 근교 농민들이 역 앞 광장 한쪽에서 채소를 팔던 데서 시작됐어요. 지금은 약 250개 가게가 모여, 연어알과 성게를 올린 카이센동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들로 붐벼요. 밤에는 하코다테산(函館山)에 올라요. 로프웨이로 약 3분, 정상에 서면 두 바다 사이로 잘록하게 좁아진 시가지가 불빛으로 드러나요.
온천과 화산, 그리고 이 땅의 이름
신치토세 공항 남서쪽으로는 화산이 만든 온천 마을이 이어져요. 노보리베쓰(登別)의 지옥계곡(地獄谷)은 지름 약 450m의 폭렬 화구 터로, 곳곳에서 김이 솟아요. 노보리베쓰 온천은 온천수가 하루 약 1만 톤씩 저절로 솟고, 원천이 9가지나 돼 '온천 백화점'이라 불려요. 서쪽 도야호(洞爺湖)에선 4월 말부터 10월 말 무렵까지 매일 밤 약 20분간 호수 위로 불꽃이 올라요. 겨울의 니세코(ニセコ)는 '실키 스노'라 불리는 가루눈을 찾아 스키어가 모이는 곳이에요. 맑은 날엔 슬로프 너머로 '에조 후지' 요테이산(羊蹄山)이 보여요. 공항과 노보리베쓰 사이 시라오이(白老)에는 아이누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일본 첫 국립 박물관 우포포이(ウポポイ)가 있어요. '홋카이도'라는 이름은 1869년, 탐험가 마쓰우라 다케시로(松浦武四郎)가 올린 후보 '北加伊道'에서 나왔어요. 그는 '카이'를 이 땅 사람들(아이누)의 자칭이라고 적었답니다.
계절별 추천 일정
여름 6일 (7월) Day 1 — 신치토세 공항 → 삿포로, 저녁 징기스칸 Day 2 — 오타루(운하 → 스시 → 해 질 녘 가스등) Day 3 — 아사히카와 경유 비에이 언덕길·청의 호수, 비에이 또는 후라노 1박 Day 4 — 후라노 라벤더 밭 → 삿포로 Day 5 — 노보리베쓰 지옥계곡 → 온천 료칸 1박 Day 6 — 시라오이 우포포이 → 신치토세 공항 겨울 5일 (2월 초) Day 1 — 삿포로 도착 → 밤의 눈축제 Day 2 — 오타루 눈빛거리 Day 3~4 — 니세코 스키 또는 노보리베쓰 온천 Day 5 — 삿포로 → 신치토세 공항 하코다테를 넣는다면 이틀을 더해 야경과 아침시장을 함께 담아 보세요.
- 추천 시즌
- 6~8월(여름 꽃밭), 12~2월(겨울 눈·눈축제)
- 추천 기간
- 5~8일
꼭 먹어볼 것
- 징기스칸 (양고기 철판구이)
- 수프 카레 (삿포로)
- 카이센동 (하코다테 아침시장)
- 라멘 (삿포로 미소·하코다테 시오·아사히카와 쇼유)
실용 팁
- JR 홋카이도 특급은 전 좌석 지정석이라 자유석이 없어요. 외국 여권으로 사는 홋카이도 레일패스(5일권 사전 구매 22,000엔)가 있어도 타기 전에 지정석권을 꼭 받아 두세요.
- 겨울에 차를 빌린다면 예약할 때 스터드리스 타이어인지, 체인과 잭이 실려 있는지 확인하세요. 일본정부관광국도 눈길 운전은 되도록 피하라고 권해요.
- 하코다테 아침시장은 5~12월엔 새벽 5시, 1~4월엔 6시에 문을 열고 대개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닫아요(가게마다 달라요). 카이센동은 아침으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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