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할롱
용이 내려왔다는 바다, 할롱
섬 사이에 닻을 내리는 하룻밤
할롱(하롱, Hạ Long)은 '용이 내려오다'라는 뜻이에요. 베트남 북동쪽 꽝닌(Quảng Ninh)의 바다, 흔히 하롱베이라고 부르는 이 만에는 섬이 1,969개 흩어져 있고, 그중 이름이 붙은 섬은 980개랍니다. 하노이에서 165km, 차로 2시간 반쯤 가면 석회암 봉우리들이 물 위로 솟은 풍경이 펼쳐져요. 1994년과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고, 2023년엔 깟바 군도를 더해 '하롱베이–깟바 군도'로 새로 등재됐어요. 이 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나는 방법은 단순해요. 배에 올라 섬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거예요.
석회암이 그린 수묵화
하롱베이의 섬들은 두께 1,000m쯤 되는 석회암층에서 시작됐어요. 덥고 습한 기후 속에 땅이 천천히 솟는 동안 석회암이 깎여 카르스트 봉우리가 되었고, 그 사이로 바다가 여러 차례 밀려들었답니다. 이 일대의 지질 기록은 5억 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요. 이 만은 흔히 거대한 수묵화에 비유되는데, 그 말은 겨울에 실감이 나요. 선선하고 비교적 건조한 겨울엔 만 위에 옅은 안개가 깔려요. 가까운 봉우리는 짙게, 먼 봉우리는 한 겹씩 흐리게 겹쳐 보여서 맑은 날과는 다른 하롱베이를 만나게 돼요.
당일이냐, 1박이냐
배는 뚜언쩌우(Tuần Châu) 섬과 바이짜이(Bãi Cháy)의 항구에서 떠나요. 하롱베이 관리위원회가 정한 관람 항로는 여덟 개인데, 처음이라면 이 두 항로부터 살펴보면 돼요. • 1번 항로 — 티엔꿍(Thiên Cung) 동굴, 향로를 닮은 딘흐엉(Đỉnh Hương) 섬, 수탉과 암탉이 마주 선 듯한 쫑마이(Trống Mái) 바위. • 2번 항로 — 티톱(Ti Tốp) 섬, 승솟(Sửng Sốt) 동굴, 루온(Luồn) 동굴. 당일 관람료는 두 항로 모두 1인 250,000동이에요. 1박은 출항 시점부터 24시간 안에 돌아오는 일정이고, 2번 항로를 돌며 하룻밤을 묵으면 관람료가 550,000동이 돼요. 1박이면 늦은 오후의 카약과 갑판 위의 아침까지 누릴 수 있어요. 5번 항로는 1번 항로의 명소를 지나 하이퐁(Hải Phòng)에 속한 깟바(Cát Bà) 섬의 자루언(Gia Luận) 선착장까지 가요. 같은 '하롱베이 크루즈'라도 도착하는 곳이 다를 수 있으니, 예약 전에 항로 번호를 확인해 보세요.
두 동굴과 한 섬
승솟 동굴은 보혼(Bồ Hòn) 섬에 있어요. 뚜언쩌우 항구에서 14km쯤 떨어져 있고, 하롱베이에서 발견된 전형적인 카르스트 동굴 가운데 가장 넓답니다. 깊숙한 곳에선 온갖 모양의 종유석이 반짝여 걸음마다 감탄이 나오는데, '놀람(Sửng Sốt)'이라는 이름도 거기서 왔다고 해요. 티엔꿍은 '하늘의 궁전'이라는 뜻이에요. 해발 20m에 자리한 동굴로 바닥 면적이 3,000㎡쯤 되는데, 들어선 사람이 화려한 궁전에 온 것 같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어요. 티톱 섬은 바이짜이에서 남동쪽으로 7~8km 떨어진 작은 섬이에요. 초승달 모양 해변이 섬 아랫자락을 감싸고, 물이 자주 드나드는 덕분에 모래가 깨끗하답니다. 정상까지 오르면 만이 넓게 내려다보여요. 세 곳의 관람 시간은 4월 16일~10월 31일엔 7시 30분~17시 30분, 나머지 기간엔 17시까지예요.
노를 저어 들어가는 석호
루온 동굴은 바닥이 물에 잠긴 터널처럼 생겼어요. 이 터널이 바다와 안쪽의 작은 호수를 잇고 있어서, 호수에 들어가려면 대나무 배를 타거나 카약을 저어야 해요. 물이 높이 차오른 날엔 배 위에서 몸을 숙여야 지나갈 수 있답니다. 루온 동굴 일대에는 붉은털원숭이 수백 마리가 살아요. 3번 항로의 끄어반(Cửa Vạn)은 어민들이 물 위에 모여 살던 곳이에요. 2014년 주민들이 뭍으로 옮겨 간 뒤, 지금은 2006년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으로 문을 연 수상 문화센터에서 이들의 옛 생활을 볼 수 있어요. 여기서도 대나무 배와 카약을 타 보거나 어민들의 양식장을 둘러볼 수 있답니다. 카약은 늦은 오후가 좋아요. 관광청은 고요한 석호와 고깃배를 가까이 볼 수 있는 해 지기 직전을 권하지만, 루온 동굴과 끄어반도 앞의 세 곳과 같은 시각에 문을 닫으니 그 전에 물 위로 나가 보세요.
바다가 기억하는 일들
하롱베이 일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에요. 4,500~3,500년 전의 선사 문화는 이곳 이름을 따 '하롱 문화'라고 불리고, 그보다 앞선 소이뉴(Soi Nhụ) 문화는 1만 8,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리(Lý) 왕조 때인 1149년에는 이 일대에 번돈(Vân Đồn) 무역항이 세워졌어요. 가장 극적인 장면은 1946년 3월 24일에 있었어요. 호찌민이 프랑스 고등판무관 다르장리외(d'Argenlieu)와 이 만에 떠 있던 군함 에밀 베르탱(Émile Bertin) 위에서 회담을 했거든요. 지금 크루즈가 오가는 바로 그 바다 위에서였죠.
뭍의 할롱과 식탁
할롱 시내는 끄어룩(Cửa Lục) 만 어귀를 사이에 두고 서쪽 바이짜이와 동쪽 혼가이(Hòn Gai)로 나뉘어요. 바이짜이의 선월드(Sun World) 단지에서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를 타면 끄어룩 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세계에서 손꼽히게 높은 대관람차 '선 휠'도 이곳에 있어요. 해가 지면 바이짜이 보행자 거리와 할롱 야시장, 선 카니발 플라자에 불이 들어와요. 식탁에선 짜묵(chả mực)부터 맛보세요. 오징어 살로 만들어 기름에 튀겨 낸 어묵으로, 꽝닌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베트남 국가 브랜드가 됐어요. 아침엔 얇은 쌀 피에 짜묵을 곁들인 바인꾸온 짜묵, 저녁엔 바이짜이에서 고른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조리해 주는 식당을 찾아보세요. 겨울엔 말린 별벌레를 고소하게 볶은 사숭(sá sùng)도 주전부리로 즐겨요.
추천 2박 3일 일정
Day 1 — 하노이 출발(차로 약 2시간 반) → 바이짜이 숙소 → 오후 선월드 케이블카 → 할롱 야시장 Day 2 — 바인꾸온 짜묵 아침 → 뚜언쩌우 항구에서 1박 크루즈 승선 → 티톱 섬 정상 → 승솟 동굴 → 늦은 오후 카약 → 배 위에서 1박 Day 3 — 갑판에서 맞는 아침 → 루온 동굴 대나무 배 → 하선 후 짜묵 점심 → 하노이로
- 추천 시즌
- 3~5월(잔잔한 봄 바다), 10~11월(맑은 가을)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짜묵 (튀긴 오징어 어묵)
- 바인꾸온 짜묵 (얇은 쌀 피에 짜묵을 곁들인 요리)
- 바이짜이 해산물 (고르면 그 자리에서 조리)
- 사숭 볶음 (말린 별벌레 · 겨울 주전부리)
실용 팁
- 관람료는 당일 1·2번 항로가 1인 250,000동, 1박은 항로에 따라 500,000~550,000동이에요. 키 1.2m 미만(또는 7세 미만)은 무료, 7세 이상 16세 미만은 20% 할인돼요. 관람료가 크루즈 요금에 포함됐는지는 예약할 때 확인하세요.
- 항구 밖에서 호객하는 사람에게 배를 빌리지 마세요. 하롱베이 관리위원회도 여객항 터미널 안에서 안내를 받고 정해진 항로의 표를 사라고 권해요.
- 만을 관람하는 동안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가져가거나 쓰는 것이 금지돼 있어요. 물은 다회용 병에 담아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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