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
피라미드와 천 년 골목이 한 도시에
코샤리 한 그릇, 해 질 녘 나일강
카이로(Cairo)는 나일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시대가 마주 보는 도시예요. 강 서쪽 기자(Giza) 고원에는 약 4,600년 전 쿠푸 왕을 위해 쌓은 대피라미드가 사막 끝에 서 있고, 동쪽 구시가에는 969년 파티마 왕조가 도시를 세울 때 난 길이 지금도 시장 골목으로 쓰이고 있어요. 아침에는 피라미드의 석회암 블록 앞에 섰다가, 저녁에는 900년 넘은 성문 곁 골목에서 달게 끓인 홍차 한 잔을 마시는 하루가 이곳에서는 특별한 일정이 아니랍니다.
강 하나, 겹겹의 도시
641년 아랍 정복 뒤 아므르 이븐 알아스(Amr ibn al-As)가 세운 푸스타트(Fustat)가 이집트 최초의 이슬람 수도였고, 969년에는 파티마 왕조의 장군 자우하르(Jawhar al-Siqilli)가 새 도시 카이로를 세웠어요. 강 건너 서쪽 사막의 피라미드는 그보다 3,500년쯤 먼저 세워졌고요. 나일강 가운데 자말렉(Zamalek) 섬에는 연꽃 모양을 본뜬 카이로 타워(Cairo Tower)가 서 있어요. 높이 187m로, 대피라미드보다 약 43m 높아요.
기자 고원, 세 왕의 무덤
기자 고원의 세 피라미드는 한 집안의 무덤이에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것이 쿠푸(Khufu) 왕의 대피라미드이고, 나머지 둘은 그 아들 카프레(Khafre)와 손자 멘카우레(Menkaure)의 것이에요. 쿠푸가 다스린 때는 기원전 2589~2566년 무렵이에요. 고원은 오전 8시에 열고 오후 4시에 닫아요. 고원 전체가 그늘이 거의 없는 석회암 대지라 해가 높아지면 걷기 힘들어요.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들어가 대피라미드 둘레부터 걸으면 덜 지쳐요. 가까이 다가가면 사진에서 매끈해 보이던 면이 큼직한 돌덩이를 층층이 쌓은 계단이라는 걸 알게 되고, 고원 아래쪽에서는 스핑크스(Great Sphinx)가 세 무덤을 등지고 엎드려 있어요.
대이집트 박물관, 투탕카멘을 한자리에
기자 피라미드가 내다보이는 자리에 지은 대이집트 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은 건물 면적만 30만㎡가 넘어요. 그랜드 홀(Grand Hall)에는 람세스 2세(Ramesses II) 석상이 서 있고, 대계단(Grand Stairs)과 투탕카멘 갤러리, 쿠푸의 배 박물관(Khufu's Boats Museum)까지 표 한 장으로 들어가요. 투탕카멘의 보물을 1922년 11월 무덤 발견 이후 처음으로 빠짐없이 한데 모은 곳이에요. 표는 공식 사이트(tickets.gem.eg)에서 날짜와 입장 시간대를 골라 사요. 시간대는 들어가는 시각만 정할 뿐 머무는 시간은 제한하지 않아요. 전시관은 오전 9시~오후 6시, 수요일과 토요일은 밤 9시까지 열고, 마지막 입장은 닫기 한 시간 전이에요. 표는 환불되지 않고, 삼각대와 셀카봉은 안에서 쓸 수 없어요. 타흐리르 광장의 이집트 박물관(Egyptian Museum)은 1902년에 문을 열었어요. 공식 페이지 기준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에 열고 외국인 성인은 550파운드이며, 2026년 10월 현재 보안 설비와 전시 방식을 손보는 공사도 진행되고 있어요.
무이즈 거리와 칸 엘 칼릴리
동쪽 구시가의 중심축은 무이즈 거리(Al-Muizz Street)예요. 969년 카이로가 세워질 때부터 이어진 길로, 북쪽 나스르 문(Bab al-Nasr)·푸투흐 문(Bab al-Futuh)에서 남쪽 주웨일라 문(Bab Zuweila)까지 칼라운 복합 건축물, 아크마르 모스크 같은 건물이 줄지어 있고, 옆 골목에는 옛 저택 베이트 알수하이미가 있어요. 거리와 나란히 뻗은 칸 엘 칼릴리(Khan el-Khalili) 시장은 술탄 바르쿠크의 아미르였던 자르카스 알칼릴리가 세웠고, 600년 넘게 장이 서 왔어요. 남쪽 끝 주웨일라 문은 1092년 파티마 왕조의 재상 바드르 알자말리가 세운 성문이에요. 근처 와칼라트 알구리(Wekalet al-Ghuri)에서는 토요일·월요일·수요일에 커다란 치마를 펼치며 도는 탄누라 공연이 열려요.
성채에서 올드 카이로까지
살라딘 성채(Saladin Citadel)는 무카탐(Muqattam) 산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언덕 위에 있어요. 성채 안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는 1830년 무함마드 알리 파샤가 짓기 시작해 그가 세상을 떠난 1849년까지 공사가 이어졌고, 그 자신도 이곳에 묻혔어요. 같은 날 둘러보기 좋은 술탄 하산 모스크는 1356년부터 7년에 걸쳐 지은 건물로, 첨탑 두 개 가운데 더 오래된 쪽의 높이가 약 81m예요. 올드 카이로(Old Cairo)에는 2세기 트라야누스 황제가 쌓게 한 바빌론 요새(Babylon Fortress)가 있고, 그 문 위에 4세기 말~5세기 초 공중 교회(Hanging Church)를 지었어요. 그 곁에 성가족이 머물렀다는 자리에 지은 아부 세르가 교회, 벤 에즈라 회당, 카이로에서 처음 지어진 모스크인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가 모여 있어요.
카이로의 식탁
카이로의 아침은 잠두콩으로 시작해요. 푹 삶은 잠두콩을 기름과 커민으로 버무린 풀 메담스(ful medames), 병아리콩 대신 잠두콩을 갈아 튀긴 이집트식 팔라펠 타메야(ta'ameya)를 납작한 빵에 싸 먹는 게 흔한 아침이에요. 점심은 쌀·렌틸콩·마카로니·병아리콩 위에 토마토소스와 바삭하게 튀긴 양파를 얹고 마늘 식초를 뿌려 먹는 코샤리(koshari) 한 그릇이면 든든하답니다. 저녁에는 마늘과 고수 향이 나는 걸쭉한 초록 수프 몰로키아(molokhia)를 밥에 곁들이거나, 쌀이나 그을린 밀로 속을 채운 비둘기 구이 하맘 마흐시(hamam mahshi)를 맛볼 수 있어요. 외교부는 식당·주차장·주유소 등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20~50파운드 정도 팁을 주는 게 관례라고 안내해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도착 → 자말렉 섬 카이로 타워 → 해 질 녘 나일강 돛배(펠루카) Day 2 — 기자 고원 오전 8시 입장 → 스핑크스 → 대이집트 박물관(수·토요일이면 밤까지) Day 3 — 살라딘 성채 → 술탄 하산 모스크 → 무이즈 거리 → 칸 엘 칼릴리(토·월·수요일이면 탄누라 공연) Day 4 — 올드 카이로(공중 교회·벤 에즈라 회당) → 마지막 시장 구경 → 공항
- 추천 시즌
- 10~11월(더위가 꺾임), 12~4월(선선하고 맑음)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코샤리 (쌀·렌틸콩·마카로니 한 그릇)
- 풀 메담스·타메야 (잠두콩 아침)
- 몰로키아 (마늘 향 초록 수프)
- 하맘 마흐시 (속을 채운 비둘기 구이)
실용 팁
- 한국 여권은 이집트 전자비자(visa2egypt.gov.eg)를 출발 7일 전까지 신청할 수 있고, 단수 관광비자는 30달러예요. 공항 도착비자도 받을 수 있지만 외교부 안내 기준 36달러(QR 수수료 6달러 포함)라 미리 받는 편이 저렴해요.
- 기자 고원 입장권(외국인 성인 700파운드)에는 쿠푸·카프레·멘카우레 피라미드 내부 입장이 포함되지 않아 별도 표를 사야 해요. 관광유물부 공식 예매 사이트(egymonuments.com)에서 은행 카드로 미리 살 수 있어요.
- 시내 이동은 우버·인드라이브 같은 차량 호출 앱을 쓰면 요금 시비를 줄일 수 있어요. 일반 택시는 미터기를 쓰지 않는 일이 잦아, 타기 전에 요금을 정하고 내린 뒤에 치르라는 게 외교부 안내예요.
예약하기
본 서비스는 예약 당사자가 아니며, 예약·결제·환불은 해당 예약처의 조건에 따릅니다. 링크를 통한 예약 성사 시 수수료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