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돌로 다시 쌓은 광장의 도시
와플·프랄린·람빅 한 잔까지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그랑플라스(Grand-Place)에 들어서면, 사방을 둘러싼 건물 정면마다 뾰족한 박공과 금빛 장식이 눈에 들어와요. 유럽연합 기관이 모인 행정 도시로 먼저 알려졌지만, 브뤼셀에서 보내는 하루는 의외로 손에 쥐는 것들로 채워져요. 종이 고깔에 담긴 감자튀김, 갓 구운 와플, 하나씩 골라 상자에 담는 프랄린, 다 맛보기 어려울 만큼 종류가 많은 맥주까지요. 그 사이 건물 벽에는 만화 주인공이 그려져 있고, 미술관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그림이 걸려 있답니다.
포격 뒤 돌로 다시 세운 광장
1695년 8월, 아우크스부르크 동맹 전쟁 중에 빌루아 원수가 이끈 프랑스군이 도시를 포격해 그랑플라스의 집 대부분이 무너졌어요. 정작 표적이던 시청사는 정면과 탑이 살아남았답니다. 길드들은 주변 집을 서둘러 다시 지었고, 이번에는 돌로 쌓았어요. 이 광장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어요. 광장은 계절마다 다른 행사를 맞아요. 7월 초에는 1549년 카를 5세의 브뤼셀 입성을 기리는 오메강(Ommegang) 행렬에 1,400명이 참가하고, 짝수 해 8월 15일 무렵 주말에는 베고니아·달리아·잔디·나무껍질로 1,680㎡를 덮는 꽃 카펫이 깔려요. 겨울 축제 윈터 원더스(Winter Wonders) 기간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서고 빛과 소리 쇼가 열리는데, 2026년에는 11월 27일부터 2027년 1월 3일까지예요.
900벌의 옷을 가진 소년
그랑플라스에서 골목 몇 개만 내려가면 오줌싸개 소년상(Manneken-Pis)이 나와요. 이 동상이 있는 자리는 15세기부터 사람들에게 마실 물을 나눠 주던 분수였어요. 소년의 옷장에는 900벌이 넘는 옷이 있어요. 날짜를 정해 두고 옷을 입히는 날만 23번이고, 새 옷을 선물받으면 공식 전달식까지 열린답니다. 옷은 가까운 셴 거리 19번지(Rue du Chêne 19)의 가르드로브 마네켄피스(GardeRobe MannekenPis) 박물관에 모여 있어서, 동상이 옷을 입지 않은 날에도 그 옷장을 둘러볼 수 있어요.
유리 지붕 아래에서 태어난 프랄린
그랑플라스 가까이에 있는 생튀베르 왕립 갤러리(Galeries Royales Saint-Hubert)는 1847년 6월 20일 레오폴드 1세가 참석한 가운데 문을 연 아케이드예요. 아치가 받치는 유리 지붕 덕분에 비 오는 날에도 쇼윈도를 따라 걸을 수 있어요. 프랄린은 이 아케이드의 갤러리 드 라 렌(Galerie de la Reine)에 있던 약국에서 태어났어요. 장 노이하우스(Jean Neuhaus)는 처음엔 약에 초콜릿을 입히다가 1912년에 속을 채운 초콜릿으로 바꿨고, 1915년에는 그의 아내 루이즈 아고스티니(Louise Agostini)가 초콜릿을 보호하고 보기 좋게 담는 상자, 발로탱(ballotin)을 고안했어요.
와플, 홍합, 그리고 람빅
리에주(Liège)식 와플과 달리 브뤼셀 와플은 네모나고 반죽에 단맛을 넣지 않아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데, 위에 무엇을 올릴지는 먹는 사람 마음이에요. 식사로는 홍합찜에 감자튀김을 곁들인 물 프리트(moules-frites)가 먼저 꼽혀요. 회색 새우와 베샤멜 소스로 속을 채운 새우 크로켓은 브뤼셀의 대표 음식이라, 해마다 최고의 크로켓을 뽑는 대회까지 열려요. 소고기에 진저브레드와 맥주 소스를 곁들인 카르보나드(carbonade), 으깬 감자라는 뜻의 네덜란드어에서 이름이 온 스툼프(stoemp)도 있어요. 벨기에 맥주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고, 이 나라에서 만드는 맥주는 1,500종에 가까워요. 람빅을 맛보려면 안더레흐트(Anderlecht)의 캉티용 양조장(Brasserie Cantillon)으로 가 보세요. 브뤼셀에서 지금도 맥주를 빚는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월·화·목·금·토요일 10~16시에 열고 수·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닫아요. 여름에는 한 주쯤 연례 휴업도 하니 휴무 공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벽 위의 만화, 액자 속 초현실
브뤼셀 건물 벽에는 1991년부터 만화 벽화가 하나둘 늘어나 지금은 80점이 넘어요. 땡땡(Tintin)이나 코르토 말테제(Corto Maltese) 같은 주인공을 따라 동네를 옮겨 다니다 보면 반나절이 금방 가요. 벽화 산책은 만화 박물관(Comic Art Museum)에서 시작하면 좋아요. 1906년 직물 사업가의 창고로 문을 연 건물로, 아르누보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가 설계했어요. 성인 입장료는 14유로예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왕립 광장(Place Royale)의 마그리트 미술관에 모여 있고, 성인 입장료는 13유로예요. 왕립 광장 쪽 입구는 온라인으로 표를 산 사람만 드나들 수 있어서, 표가 없다면 레장스 거리 3번지(rue de la Régence 3) 정문 매표소로 가야 해요.
철 결정을 1,650억 배 키운 아토미움
아토미움(Atomium)은 1958년 브뤼셀 만국박람회의 상징으로 지은 건물이에요. 공 9개로 철 결정을 1,650억 배 키운 모양을 나타냈어요. 박람회가 끝난 뒤까지 남을 계획이 없던 건물인데, 지금은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됐어요. 꼭대기 공에 오르면 브뤼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요. 평소에는 매일 10~18시에 열고(입장 마감 17시 30분) 성인 입장권은 17유로예요. 해마다 겨울에 정기 점검으로 몇 주 문을 닫는데, 2027년에는 1월 18일부터 2월 5일까지예요.
하루는 브뤼헤나 겐트로
브뤼셀 남역에서 브뤼헤(Brugge)행 열차가 시간당 3대 있고, 약 1시간이면 닿아요. 브뤼헤역에서 중심 광장 마르크트(Markt)까지는 걸어서 20분, 5분마다 다니는 1·2번 버스를 타도 돼요. 겐트(Gent)의 성 바보 대성당(Sint-Baafskathedraal)에는 반 에이크 형제의 겐트 제단화 〈신비한 어린 양〉이 있어요. 2027년 봄까지 마지막 복원이 이어지는 동안 대성당에는 일곱 패널 자리에 고화질 사진이 걸려 있고, 윗단을 복원하는 모습은 겐트 미술관(MSK)에서 볼 수 있어요. 겐트 신트피터르스역(Gent-Sint-Pieters)에서 시내까지는 트램 1·3번이 10분 간격으로 다녀요.
- 추천 시즌
- 5~9월(해가 길고 광장 축제가 많은 때), 12월(크리스마스 마켓)
- 추천 기간
- 2~4일
꼭 먹어볼 것
- 물 프리트 (홍합찜과 감자튀김)
- 브뤼셀 와플 (네모나고 달지 않은 반죽)
- 프랄린 (갤러리 드 라 렌에서 시작)
- 람빅 맥주 (캉티용 양조장)
실용 팁
- 지하철·트램·버스 요금은 비접촉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1회 2.40유로이고, 하루에 8.50유로까지만 빠져나가요. 처음 찍은 뒤 60분 안에 갈아타면 무료인데, 그러려면 갈아탈 때마다 같은 카드를 대야 해요.
- 마그리트 미술관과 만화 박물관은 월요일에 쉬어요(만화 박물관은 7~8월엔 대부분의 월요일에도 열어요). 매달 첫째 수요일 13시부터는 마그리트 미술관과 고전 거장 미술관(Old Masters Museum)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어요.
- 브뤼셀 남역은 프랑스어로 Bruxelles-Midi, 네덜란드어로 Brussel-Zuid라고 적혀 있어요. 시간표나 표지판에 어느 쪽 이름으로 나와도 같은 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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