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그라
야무나 강가에 남은 무굴의 시간
타지마할부터 버려진 옛 수도까지
아그라(Agra)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타지마할 하나를 보러 와요. 그런데 하루 이틀 머물다 보면 그 무덤이 홀로 선 건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타지에서 약 2.5km 떨어진 곳엔 황제가 말년을 갇혀 지냈다고 전해지는 붉은 성채가, 강 건너엔 타지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정원이, 37km 밖엔 14년 만에 비워진 옛 수도가 있어요. 1565년부터 1653년까지 무굴 황제 3대가 남긴 자취가 한 도시 안에 이어져 있는 셈이에요. 이 글은 그 자취를 따라 걷는 순서로 아그라를 소개합니다.
타지마할 — 대칭 속 단 하나의 예외
타지마할(Taj Mahal)은 1631년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 아내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을 위해 샤자한(Shah Jahan)이 지은 무덤이에요. 본묘는 1648년, 주변 건물과 정원은 1653년에 완성됐어요. 북인도 각지에서 약 2만 명이 모였고, 부하라의 조각가와 페르시아의 서예가도 손을 보탰어요. 본묘에 들어서면 대리석 투각 칸막이 안에 관 두 개가 놓여 있어요. 한가운데가 뭄타즈 마할, 그 서쪽이 샤자한의 관이에요. 건물 전체가 좌우 대칭인데 샤자한의 관만 한쪽으로 비켜나 있답니다. 1666년 샤자한이 세상을 떠나자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가 그를 아내 곁에 묻으면서 생긴 자리예요. 실제 유해는 아래층 묘실에 있어요. 본묘 안은 촬영이 금지라, 준보석으로 꽃과 식물을 박아 넣은 벽은 눈으로만 담아 가야 해요.
아그라 성 — 갇힌 황제가 바라본 무덤
타지마할에서 약 2.5km 떨어진 아그라 성(Agra Fort)은 1565년 악바르(Akbar) 황제의 명으로 지은 성채예요. 성벽이 붉은 사암이라 '붉은 성'으로도 불려요. 입구는 아마르 싱 문(Amar Singh Gate) 하나뿐이고, 성의 일부를 지금도 인도 육군이 쓰고 있어 둘러볼 수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강을 내려다보는 쪽의 무삼만 부르즈(Musamman Burj)는 아들 아우랑제브에게 연금된 샤자한이 숨을 거둘 때까지 지냈다고 전해지는 탑이에요. 지금도 이곳에서 타지마할이 보여요. 8년 동안 병과 연금 속에 지낸 그가 침상에 누운 채 벽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통해 타지를 바라봤다는 전설도 남아 있어요.
강 건너편 — 메타브 바그와 '베이비 타지'
해 질 무렵엔 야무나 강을 건너 메타브 바그(Mehtab Bagh)에 가 보세요. 타지마할 바로 맞은편 기슭에 있는 정원으로, 원래는 바부르(Babur) 황제가 강변에 조성한 11개 정원 가운데 마지막 정원이었어요. 1665년 아그라에 머문 타베르니에(Jean-Baptiste Tavernier)는 샤자한이 강 건너편에 자기 무덤을 짓기 시작했지만 아들들과의 전쟁으로 멈췄다고 기록했어요. 그 무덤을 검은 대리석으로 지으려 했다는 '검은 타지' 이야기는 전설로 전해져요. 정원 옆 강가엔 아그라 개발청이 만든 타지 전망대(Taj View Point)가 따로 있고, 공식 안내는 이곳의 아침저녁 타지를 '황금빛 타지'라고 소개해요. 같은 강변의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 묘(Itimad-ud-Daulah)는 황후 누르자한(Nur Jahan)이 아버지를 위해 1623~1628년에 지은 무덤이에요. 노랑·검정·흰 대리석 상감 덕분에 '베이비 타지'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파테푸르 시크리 — 14년 만에 비워진 수도
아그라에서 37km 떨어진 파테푸르 시크리(Fatehpur Sikri)는 악바르가 수피 성자 셰이크 살림 치시티(Sheikh Salim Chishti)를 기려 세운 도시예요. 1571년부터 1585년까지 무굴 제국의 수도였지만, 물이 부족해 끝내 버려졌어요. 1571년에 지은 자미 마스지드(Jami Masjid)는 인도에서 손꼽히게 큰 모스크이고, 단지 안에는 성자의 대리석 묘가 있어요. 쿠란 구절로 장식한 거대한 문 불란드 다르와자(Buland Darwaza)는 13m 계단 위에 우뚝 서 있어요.
달빛 아래 타지 — 한 달에 닷새
타지마할은 보름날과 그 앞뒤 이틀씩, 한 달에 닷새는 밤에도 문을 열어요. 밤 8시부터 자정 직전까지 30분씩 8회차로 나뉘고, 회차마다 최대 50명만 들어가요. 외국인 성인 요금은 ₹750이고, 금요일과 라마단 한 달 동안은 야간 관람이 없어요. 표는 인도 고고학조사국(ASI) 온라인 예매처에서 사요. 표에 적힌 시간 30분 전까지 동문 근처 실프그램(Shilpgram)에 도착해, 신분증을 챙겨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해요. 밤엔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지만 일반 카메라는 검색을 거치면 괜찮아요.
아그라의 맛과 손재주
아그라의 아침은 도시 곳곳에서 파는 베다이(bedai)와 잘레비(jalebi)로 시작해요. 베다이는 부풀려 튀긴 빵에 매콤한 채소 커리(사브지)를 곁들인 음식이고, 잘레비는 발효 반죽을 튀겨 시럽에 적신 과자예요. 이 도시를 대표하는 단맛은 페타(petha)예요. 동아(박과 채소)로 만든 과자로, 350년 넘게 이어져 왔다고 해요. 딱딱하고 쫄깃한 마른 것과 시럽에 담긴 부드러운 것, 두 가지가 있어요. 견과·렌틸·향신료를 섞은 짭짤한 달모트(dalmoth)도 맛보세요. 저녁엔 크림을 넉넉히 쓴 무굴식 고기 커리를 맛보고, 출출할 땐 사다르 바자르(Sadar Bazar)의 차트 골목(chaat wali gali)을 찾아가 보세요. 아그라는 타지마할 벽처럼 대리석에 색돌을 박아 넣는 피에트라 두라(pietra dura) 상감과 러그, 가죽 제품으로도 이름난 도시예요.
추천 2박 3일 일정
Day 1 — 델리 쪽에서 기차나 야무나 고속도로(Yamuna Expressway · 그레이터노이다와 아그라를 잇는 165km)로 이동 → 오후 아그라 성 → 해 질 녘 메타브 바그 Day 2 — 개장(일출 30분 전)에 맞춰 타지마할 → 한낮엔 숙소에서 휴식 → 오후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 묘와 시칸드라(Sikandra)의 악바르 묘(1613년 완공) → 저녁 사다르 바자르 Day 3 — 오전 파테푸르 시크리 → 오후 델리 방향으로 출발 외국인 입장료는 아그라 성 ₹650, 파테푸르 시크리 ₹610, 이티마드 우드 다울라 묘와 시칸드라 각 ₹310, 메타브 바그 ₹300이에요(금요일엔 대부분 조금 내려가요).
- 추천 시즌
- 10~11월(우기가 끝나 건조함), 2~3월(본격 더위 전)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페타 (동아로 만든 아그라 과자)
- 베다이·잘레비 (아그라식 아침)
- 무굴 요리 (크림 고기 커리)
- 차트 (사다르 바자르 골목)
실용 팁
- 타지마할은 매주 금요일에 쉬어요. 외국인 입장료는 ₹1,100이고, 본묘 안까지 들어가려면 ₹200을 더 내요(15세 미만 무료). 표는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살 수 있어요.
- 외국인 입장권엔 덧신·생수·아그라 지도가 포함돼요. 음식·휴대전화 충전기·이어폰·삼각대·드론은 반입 금지이고, 큰 가방은 보안 검색을 늦추니 짐은 가볍게 챙기세요.
- 타지 반경 500m 안엔 매연을 내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요. 동문은 실프그램(Shilpgram), 서문은 아므루드 카 틸라(Amrood ka Teela) 주차장에서 내려 전기 버스나 골프 카트(외국인 입장권이면 무료)로 갈아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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