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강 하구에 세운 북쪽의 수도
황금 돔과 운하, 그리고 하얀 밤
1703년 5월, 네바강(Нева) 하구의 작은 섬에 요새 하나가 들어섰어요. 표트르 1세가 세운 그 요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지금도 도심은 강과 운하로 잘게 나뉘어 있고, 물가마다 궁전과 성당이 늘어서 있어요. 6월 무렵에는 해가 져도 하늘이 다 어두워지지 않고, 배가 다니는 철이면 새벽마다 큰 다리들이 하나씩 들려 올라가요. 낮에는 박물관 안에서, 밤에는 강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도시랍니다.
요새에서 시작된 도시
그 요새가 토끼섬(Заячий остров)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Петропавловская крепость)예요. 1703년 5월 27일에 터를 잡은 요새 안 성당에는 표트르 1세부터 니콜라이 2세까지, 표트르 2세와 이반 6세를 뺀 러시아 황제들이 잠들어 있어요.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면 넵스키 대로(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가 시작돼요. 1710년대에 습지를 가로질러 낸 길이 1719년 큰길로 완성됐고, 지금은 궁전 광장(Дворцовая площадь)에서 알렉산드르 넵스키 광장까지 4km 넘게 이어져요. 14번지 벽에는 레닌그라드 봉쇄(1941~1944년) 때 시민들에게 알린 경고문이 지금도 적혀 있어요. 「시민 여러분! 포격 때는 길의 이쪽이 가장 위험합니다!」 쇼윈도 사이에서 이 한 줄을 만나면 걸음이 절로 느려져요.
궁전 광장과 에르미타주
궁전 광장의 초록빛 건물이 겨울궁전(Зимний дворец)이에요. 엘리자베타 여제의 주문으로 건축가 라스트렐리가 1754~1762년에 지은 궁전으로, 1917년 11월 박물관이 됐어요. 지금은 에르미타주(Эрмитаж)의 중심이에요. 한 건물에 하루를 다 쓰기보다 본관과 구 참모본부를 나눠 보는 편이 좋아요. 광장 건너편 구 참모본부(Главный штаб) 4층의 시추킨·모로조프 형제 기념 전시실에는 인상파를 비롯한 19세기 후반 프랑스 회화가 걸려 있고, 마티스와 피카소 작품을 건 방들도 이어져요. 본관과 마주 보고 있어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가기 좋아요. 밀리온나야 거리(Миллионная улица)로 돌아가면 신 에르미타주(Новый Эрмитаж) 현관을 회색 화강암 아틀라스상 열 개가 떠받치고 있어요. 조각들은 1848년에 자리를 잡았고, 이 현관은 1930년대까지 에르미타주의 정문이었어요.
황금 돔과 모자이크
성 이삭 대성당(Исаакиевский собор)은 1818년부터 1858년까지 40년에 걸쳐 지은 성당이에요. 높이는 101.5m이고, 설계는 몽페랑이 맡았어요. 돔은 금도금한 구리판으로 덮여 있어요. 돔 둘레의 콜로네이드에 오르면 43m 높이에서 도심의 지붕과 물길이 한눈에 들어와요. 5월부터 9월까지는 저녁 6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문을 더 열어서, 해가 길게 남은 여름밤에 오르기 좋답니다. 그리보예도프 운하(канал Грибоедова) 가의 피의 구원 사원(Спас на Крови)은 1881년 3월 1일 알렉산드르 2세가 치명상을 입은 바로 그 자리에 세운 성당이에요. 안에 들어서면 벽과 천장이 7,000㎡ 넘는 모자이크로 덮여 있어요. 그림처럼 보이는 성화가 전부 작은 조각을 이어 붙인 것이라 한참 올려다보게 돼요. 두 성당 모두 수요일에는 쉬어요.
백야와 다리가 들리는 밤
도스토옙스키가 1848~1849년 성 이삭 광장의 집에 살며 쓴 소설이 『백야』예요. 그 백야 철을 대표하는 행사가 학교 졸업생을 위한 「붉은 돛(Алые паруса)」 축제예요. 궁전 광장과 네바강에서 열리고, 2026년에는 6월 27일이었어요. 강 위에서 빛과 불꽃 공연이 이어지다가 범선 한 척이 들어오는 장면으로 축제가 끝나요. 밤 산책에서 꼭 기억할 건 다리예요. 배가 다니는 4월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는 새벽마다 큰 다리들이 들려 올라가요. 2026년 일정으로는 궁전 다리(Дворцовый мост)가 새벽 1시 10분~2시 50분, 3시 10분~4시 55분 두 번 들려서 그동안 차가 다닐 수 없어요. 두 번째는 취소되는 날도 있어요. 숙소가 강 건너편이라면 다리가 들리기 전에 건너와야 해요.
페테르고프의 분수 정원
하루는 핀란드만 가의 페테르고프(Петергоф)에 비워 두세요. 발트역(Балтийский вокзал)에서 교외 열차를 타고 노비 페테르고프(Новый Петергоф)역에 내려 버스로 10분쯤 가면 돼요. 102.5헥타르 넓이의 하부 정원(Нижний парк)에 분수가 150개쯤 있어요. 궁전 앞 대폭포(Большой каскад)에만 조각이 225개 늘어서 있고, 그 한가운데서 삼손 분수가 물기둥을 20m 높이로 쏘아 올려요. 폴타바 전투 25주년을 기념해 1735년 처음 세운 분수인데, 2차 세계대전 때 조각을 잃었고 지금의 삼손상은 전쟁 전 사진과 옛 그림을 보고 다시 만들어 1947년에 세운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불쑥 물을 뿌리는 장난 분수도 곳곳에 있으니 아이와 함께라면 여벌 옷을 챙기세요. 분수는 겨울에는 멈추고, 가동 기간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요.
도넛 한 접시, 봄 생선 한 마리
볼샤야 코뉴셴나야 거리(Большая Конюшенная улица) 25번지의 피셰치나야(Пышечная)는 1958년부터 피시키(пышки)를 튀겨 온 가게예요. 도넛과 커피 만드는 법, 메뉴가 수십 년째 그대로라고 하고, 커피는 큰 통에서 따라 줘요. 실내와 주문 방식, 가격까지 소련 시절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서 넵스키 대로를 걷다 들르기 좋아요. 봄에는 코류시카(корюшка)를 찾아보세요. 핀란드만에서 잡히는 작은 생선으로, 이 도시 낚시꾼들이 특히 좋아하는 어종이고 5월에는 코류시카 축제도 열려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 넵스키 대로 → 피셰치나야 → 새벽 1시 10분 궁전 다리 Day 2 — 겨울궁전(에르미타주 본관) → 구 참모본부 인상파 전시실 → 성 이삭 대성당 콜로네이드(여름엔 저녁) Day 3 — 페테르고프 하루 Day 4 — 피의 구원 사원 → 그리보예도프 운하 산책 → 출국
- 추천 시즌
- 5월 말~7월(백야), 8~9월(선선함)
- 추천 기간
- 3~5일
꼭 먹어볼 것
- 피시키 (피셰치나야의 도넛과 커피)
- 코류시카 (5월 축제가 열리는 생선)
- 보르시 (비트 수프)
- 블리니 (얇은 팬케이크)
실용 팁
- 외교부는 북카프카즈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3·4단계)을 뺀 러시아 전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렸어요.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여기에 포함되고, 행동 요령은 2단계(여행자제)~3단계(출국권고)에 준해요. 외교부는 군사·기반 시설은 물론 쇼핑몰·물류창고도 촬영을 삼가고, 오해받을 만한 사진·영상은 입국 전에 휴대전화에서 지우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 한국 여권이 있으면 무비자로 한 번에 최대 60일, 처음 입국한 날부터 180일 안에 모두 90일까지 머물 수 있어요. 입국 때 받는 흰 종이 출입국카드는 호텔 체크인과 출국 때 꼭 필요하니 여권 사이에 끼워 두세요.
- 러시아 밖에서 발급된 비자(Visa) 카드는 2022년 3월부터 러시아 안에서 쓸 수 없어요. 다른 해외 발급 카드도 쓰기 어렵다고 보고 머무는 동안 쓸 돈은 현금으로 준비하세요. 출국할 때 1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가지고 나가려면 미리 신고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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