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산호초 라군이 감싼 서태평양의 섬
옥빛 바다 곁에 남은 1944년의 기억
사이판은 서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에요. 서쪽 해안을 따라 산호초가 둘러싼 얕은 라군이 펼쳐져서, 해변 가까이는 옥색, 산호초 너머부터는 짙은 남색으로 바다 색이 또렷하게 갈립니다. 이 섬에는 오래전부터 살아온 차모로 사람들과 뒤이어 건너온 캐롤리니언 사람들의 문화가 이어지고 있고, 1944년 여름 태평양 전쟁의 격전 하나가 벌어진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어요. 오전엔 라군에서 물놀이를 하고 오후엔 섬 북쪽 절벽 앞에 서 보는, 하루 안에 두 얼굴을 다 만나게 되는 섬이랍니다.
라군 한가운데, 마나가하섬
사이판 서쪽 바다는 산호초가 먼바다의 파도를 막아 주는 넓은 라군이에요. 그 안에 떠 있는 작은 섬이 마나가하섬(Managaha)입니다. 사이판에서 배로 잠깐이면 닿고, 섬을 한 바퀴 걷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바다가 얕고 잔잔해서 모래 해변에서 걸어 들어가 바로 스노클링을 시작할 수 있답니다. 섬 안쪽에는 1815년 무렵 캐롤라인 제도의 사타왈(Satawal)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건너와 사이판에 첫 캐롤리니언 마을을 세운 아구루브 추장(Chief Aghurubw)의 동상이 서 있어요. 나무 그늘 사이로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남긴 방어 시설의 잔해도 보여서, 물놀이하러 들른 섬에서 이 바다의 이주사와 전쟁사를 함께 만나게 됩니다. 본섬으로 돌아오면 가라판 북쪽 끝의 마이크로 비치(Micro Beach)가 해 질 녘 자리로 좋아요. 라군 너머로 마나가하섬의 낮은 실루엣이 걸리고, 그 뒤로 해가 내려갑니다.
바다와 이어진 동굴, 그로토와 새섬
섬 북동쪽의 그로토(Grotto)는 석회암 동굴이 바닷속 통로로 먼바다와 이어진 다이빙 장소예요. 가파른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동굴 바닥에 고인 물이 나타나는데, 그 통로로 들어온 빛이 물을 아래에서 밝혀서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해도 푸른빛이 남다릅니다. 바깥 바다와 연결된 구조라 물이 세게 들고 나는 날이 있어서, 물에 들어가려면 현지 다이빙 숍 가이드와 함께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다이빙을 하지 않아도 계단 위 전망 자리에서 동굴 입구를 내려다볼 수 있어요. 그로토에서 멀지 않은 새섬(Bird Island)은 바닷새가 깃드는 석회암 바위섬이에요. 새들의 보호구역이라 해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곳이고, 산호초에 부서지는 흰 파도와 깎아지른 바위가 한눈에 들어와 잔잔한 서쪽 라군과는 전혀 다른 동쪽 바다의 얼굴을 보여 줍니다.
1944년 여름, 북쪽 절벽에서
사이판의 역사는 해변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무거워져요. 1944년 6월 15일 미 해병대가 해안에 상륙하면서 사이판 전투가 시작됐고, 7월 9일 섬에 미국 국기가 오르기까지 3주 남짓 격전이 이어졌습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상륙한 미군 7만 1천 명 가운데 3천 명 가까이 전사했어요. 당시 섬에는 민간인 약 2만 6천 명이 살고 있었고, 전투 막바지인 7월 9~12일 일본 민간인 수백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많은 이가 몸을 던진 섬 북쪽 끝의 곶이 지금의 반자이 절벽(Banzai Cliff)이고, 내륙에서 해안 평지를 내려다보는 높은 벼랑은 수어사이드 클리프(Suicide Cliff)라 불려요. 반자이 절벽 일대는 위령비와 공양탑이 모인 평화기념공원이 되었고, 섬 북쪽에는 이 섬에서 숨진 한국인을 기리는 한국평화기념탑과 오키나와 출신 희생자를 기리는 탑도 있습니다. 절벽 아래 바다는 놀랄 만큼 파래서, 생각보다 오래 그 앞에 머물게 돼요.
가라판과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2024년에 새로 단장한 가라판(Garapan)은 호텔과 식당, 상점이 모인 사이판의 중심가예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거리 파세오 데 마리아나스(Paseo de Marianas)를 따라 저녁 먹을 곳을 고르기 좋아요. 가라판 바로 옆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American Memorial Park)는 2차 세계대전 마리아나 제도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과 섬 주민을 기리는 국립 기념 공원이에요. 입장료가 없고, 사이판 전투 50주년인 1994년 6월 15일에 봉헌된 추모 광장(Court of Honor)에는 이름 5,204개가 새겨져 있어요. 공원 습지에는 사이판에 남은 가장 큰 맹그로브 숲이 있고, 봄이면 불꽃나무(Flame Tree)가 주황빛과 붉은빛 꽃으로 뒤덮여 나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여요. 공원이 마이크로 비치와 맞닿아 있어서 추모 광장을 걷고 나와 그대로 바다 앞에 앉게 된답니다.
차모로의 식탁
사이판에는 약 4,000년 전부터 차모로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 남아 있어요. 차모로 사람들이 집을 떠받치던 돌기둥 라테 스톤(Latte Stone) 유적에서도 그 역사를 볼 수 있고, 차모로와 캐롤리니언의 전통 항해 문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이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곳은 식탁이에요. 아초테 씨앗으로 붉게 물들인 레드 라이스는 잔치와 졸업식 상에 빠지지 않는 밥이고, 켈라구엔(Kelaguen)은 고기나 해산물을 불 대신 레몬즙 같은 산으로 익혀 버무린 음식이에요. 간장에 고추와 양파를 넣은 피나데네(Fina'denne') 소스는 거의 모든 끼니에 곁들여지고, 바비큐에도 빠지지 않아요. 마을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고추와 타로, 갓 잡은 해산물로 만든 음식이 상에 오른다고 해요.
섬의 꼭대기와 이웃 섬 티니안
섬 한가운데 타포차우산(Mount Tapochau)은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곳이에요. 정상에 서면 서쪽의 옥빛 라군과 동쪽의 짙은 먼바다가 양쪽으로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이웃 섬 티니안(Tinian)이 낮게 보여요. 티니안은 소형 항공기로 오가는 조용한 섬이라, 일정이 넉넉하다면 하루 건너가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사이판 국제공항 도착 → 가라판 숙소 체크인 → 마이크로 비치에서 해 질 녘 산책 Day 2 — 오전 마나가하섬(스노클링) → 오후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 파세오 데 마리아나스에서 저녁 Day 3 — 북쪽 일주: 그로토 → 새섬 전망대 → 반자이 절벽·한국평화기념탑 → 타포차우산 Day 4 — 라군 해변에서 오전 휴식 → 공항 하루를 더 낼 수 있다면 티니안 당일 다녀오기를 넣어 보세요.
- 추천 시즌
- 12~6월(건기)
- 추천 기간
- 3~5일
꼭 먹어볼 것
- 레드 라이스 (아초테로 물들인 밥)
- 켈라구엔 (시트러스로 익혀 버무린 고기·해산물)
- 차모로식 바비큐 (피나데네 소스)
- 타로·해산물 요리 (마을 축제 음식)
실용 팁
- 출발 전 ESTA 승인(또는 G-CNMI ETA)을 받아 두세요. 한국은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국가라 ESTA로 최대 90일 머물 수 있고, 온라인 CNMI 세관 신고서를 미리 써 두면 입국이 빨라져요.
-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 방문자 센터는 화·목·금·토 오전 9시~오후 4시에만 열어요(공원 입장료는 없음). 전시를 보려면 요일을 맞추세요.
- 7~11월은 우기라 태풍이 올 수 있어요. 지연·결항에 대비해 귀국 전날은 일정을 비워 두면 마음이 편해요.
예약하기
본 서비스는 예약 당사자가 아니며, 예약·결제·환불은 해당 예약처의 조건에 따릅니다. 링크를 통한 예약 성사 시 수수료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