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
도루강 위로 노을이 지는 도시
포트와인 저장고와 파란 타일의 골목
해 질 무렵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Luís I) 위층에 서면 발아래로 도루강(Douro)이 바다 쪽으로 천천히 흘러가요. 북쪽 강변에는 히베이라(Ribeira)의 좁고 알록달록한 집들이 언덕을 따라 층층이 쌓여 있고, 남쪽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에는 포트와인 회사 이름을 내건 저장고 지붕이 줄지어 있어요. 포르투(Porto)와 가이아는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도시예요. 다리를 몇 번 오가며 타일 벽과 와인 저장고, 내장 스튜 한 그릇까지 따라가 볼게요.
언덕에서 시작된 도시
포르투의 첫 정착지는 지금 대성당(Sé do Porto)이 선 언덕이었어요. 히베이라는 그 언덕에서 강가로 흘러내리듯 이어진 동네로, 빨래가 걸린 계단 골목이 강변 광장까지 닿아 있답니다. 1996년 12월 이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를 때 동 루이스 1세 다리와 강 건너 세하 두 필라르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도 함께 올랐어요. 1886년에 개통한 다리는 2층 철교예요. 아래층은 강가 높이에서 두 강변을 잇고, 위층은 언덕 높이에서 메트로와 사람이 함께 건너요. 해 질 녘엔 위층을 걸어 가이아 쪽 모후 정원(Jardim do Morro)까지 가 보세요. 잔디밭에 앉은 사람들 너머로 히베이라의 지붕이 차례로 노을빛을 받고, 이따금 메트로가 그 풍경을 가로질러요.
포트와인이 잠든 가이아
포트와인은 도루강 상류 계곡의 포도로 만들어요. 발효가 끝나기 전에 포도 증류주(aguardente)를 더해 발효를 멈추기 때문에 단맛이 남고, 알코올 도수는 보통 18~22%로 일반 와인보다 높아요. 1756년 도루 와인을 관리하는 회사가 세워졌고, 곧이어 재배 지역의 경계가 그어졌어요. 그래서 도루는 세계 최초의 원산지 지정 지역으로 꼽혀요. 수백 년 동안 와인 통은 하벨루(rabelo)라는 나무배에 실려 강을 따라 가이아까지 내려왔고, 1926년부터는 포트와인을 이곳의 지정 구역에서만 저장하도록 정해졌어요. 1964년 무렵부터는 철도가 하벨루 대신 그 일을 맡았지만, 지금도 와인 회사 이름을 단 배들이 강변에 매여 있어요. 셀러 투어에서는 대개 서늘한 저장고의 오크통 사이를 걸은 뒤 시음으로 마무리해요. 과일 향을 살린 루비(Ruby)와 나무통에서 오래 숙성해 견과류 향이 도는 토니(Tawny)를 나란히 맛보면 차이가 바로 느껴져요.
타일과 탑의 구시가
히베이라에서 언덕을 오르면 상 벤투역(Estação de São Bento)이 나와요. 기차를 타지 않아도 대합실엔 들어가 보세요. 사방 벽을 덮은 파란 타일 벽화 아줄레주(azulejo)에 역사 속 장면과 농촌 풍경이 그려져 있어, 가까이 다가갈수록 붓질까지 또렷하게 보여요. 클레리구스 탑(Torre dos Clérigos)은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우 나조니(Nicolau Nasoni)가 설계한 클레리구스 성당에 딸려 있어요. 1754년에 짓기 시작해 1763년에 완공됐고, 240개 계단 끝에 서면 붉은 지붕과 도루강이 한눈에 들어와요. 근처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은 1906년부터 이어져 왔고, 붉은 곡선 계단으로 이름나 있어요. 강 쪽으로 내려가면 볼사 궁전(Palácio da Bolsa)이 있어요. 큰불로 상 프란시스쿠 수도원이 성당만 남기고 불타 버린 자리에 1842년 상인 협회가 첫 돌을 놓았고, 안쪽 '아랍의 방(Salão Árabe)'은 공사에만 18년이 걸려 1880년에 문을 열었답니다.
트리페이루의 식탁
포르투 사람들의 오랜 별명은 '트리페이루(Tripeiro)', 내장 먹는 사람이에요. 이 도시에서 태어난 엔히크 왕자(Infante D. Henrique)의 함대가 도루강 조선소에서 출항할 때, 시민들이 좋은 고기는 배에 실어 보내고 자기들은 내장을 남겨 먹은 데서 생긴 이름이라고들 해요. 다만 포르투 시청은 북유럽과 바닷길로 교역하던 이 도시가 그 전부터 그런 보급에 익숙했을 거라고 덧붙여요. 그 이야기 속 내장 요리가 소 내장과 흰콩을 오래 끓인 트리파스 아 모다 두 포르투(Tripas à moda do Porto)예요. 프랑세지냐(Francesinha)는 햄과 소시지, 고기를 빵 사이에 겹쳐 넣고 치즈로 덮은 뒤, 맥주와 토마토로 만든 뜨거운 소스를 부어 내는 포르투식 샌드위치예요. 장 구경은 볼량 시장(Mercado do Bolhão)에서 해 보세요. 100년 넘게 이어 온 시장이 복원 공사를 마치고 2022년 9월 다시 문을 열었고, 생선·채소·과일 가게 사이로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 있어요.
강어귀까지, 1번 트램
구시가 강변에서 옛 전차가 다니는 1번 트램을 타고 도루강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포즈 두 도루(Foz do Douro)의 파세이우 알레그르 정원(Jardim do Passeio Alegre)에 닿아요. 방파제 쪽으로 걸어 나가면 강물이 대서양과 섞이는 자리가 보이고, 골목이 좁은 구시가와 달리 바람과 파도 소리가 탁 트인 바다로 퍼져요. 트램 승차권은 차 안에서만 판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미술관과 18헥타르 넓이의 공원이 함께 있는 세랄베스(Serralves),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각진 흰 공연장 카사 다 무지카(Casa da Música)에 들러 보세요.
하루를 더 낸다면, 도루 밸리
포트와인이 시작되는 곳을 보고 싶다면 하루를 내어 상류의 도루 밸리(Douro Valley)에 다녀오세요. 강 양쪽 비탈을 계단처럼 깎은 포도밭이 굽이마다 이어지는 이 땅은 2001년 '살아 있고 계속 변해 가는 문화 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어요. 기차나 유람선, 와이너리 투어로 갈 수 있답니다.
추천 3일 일정
Day 1 — 상 벤투역 → 볼량 시장 점심 → 클레리구스 탑·렐루 서점 → 히베이라 → 다리 위층을 건너 모후 정원 일몰 Day 2 — 가이아 셀러 투어·시음 → 강변 점심 → 볼사 궁전 → 1번 트램으로 포즈 두 도루 → 바닷가 저녁 Day 3 — 세랄베스 미술관·공원 → 카사 다 무지카 → 시내 저녁 / 또는 하루 통째로 도루 밸리
- 추천 시즌
- 5~6월(비가 적고 걷기 좋음), 9~10월(볕이 온화함)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프랑세지냐 (포르투식 샌드위치)
- 트리파스 아 모다 두 포르투 (내장·흰콩 스튜)
- 비파나 (돼지고기 샌드위치)
- 포트와인 (가이아 셀러 시음)
실용 팁
- 메트로·STCP 시내버스·근교 열차는 안단테(Andante) 교통카드 하나로 탈 수 있어요. 파란 카드(€0.60)에 1회권을 충전하는 방식이고 요금은 구간별로 Z2 €1.40부터, 24시간권 'Andante Tour 1'은 €7.75예요. 버스에서 기사에게 사는 승차권(€2.50)은 그 한 번만 쓸 수 있어요.
- 렐루 서점(Livraria Lello) 입장권은 책을 살 때 쓸 수 있는 바우처를 겸해요. 기념으로 책 한 권 살 생각이라면 계산할 때 입장권을 함께 내세요.
- 볼량 시장(Mercado do Bolhão)은 일요일에 상점과 식당 모두 문을 닫아요. 평일은 오전 8시~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 열고, 식당은 월~토 자정까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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