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
성과 신궁, 된장 향이 밴 도시
지나치기엔 아까운 나고야메시
나고야는 도쿄와 오사카 사이, 신칸센 창밖으로 스쳐 가기 쉬운 도시예요. 도쿠가와 가문이 세운 성을 중심으로 자란 도시이고, 창건 1,900년을 넘긴 신궁이 도심 숲속에 있고, 직물 기계에서 자동차로 이어진 토요타 그룹이 시작된 곳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장어를 잘게 썰어 밥과 함께 내고 돈카츠에 된장 소스를 끼얹는 '나고야메시(なごやめし)'를 먹으러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이에요. 혼마루 고텐의 장벽화와 신궁 숲의 녹나무, 아침 킷사텐의 토스트까지 차례로 따라가 볼게요.
나고야성 — 금빛 샤치호코 아래에서
나고야성(名古屋城)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세운 성이에요. 황금 샤치호코(金鯱)를 얹은 천수각으로 이름났고 성곽으로는 처음 국보로 지정됐지만, 1945년 5월 공습으로 천수각과 혼마루 고텐이 불탔어요. 지금의 천수각은 1959년 철골 철근 콘크리트로 다시 지은 것인데, 현재는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나고야시는 이 천수각을 나무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성의 주인공은 2018년 복원을 마치고 공개된 혼마루 고텐(本丸御殿)이에요. 장지문과 천장에 그린 장벽화는 지금도 한 점씩 복원 모사가 이어지고 있어요. 복도를 따라 방을 하나씩 지나다 보면, 성주를 만나러 온 손님이 어떤 위세를 느꼈을지 짐작하게 된답니다. 관람료는 어른 1,000엔이고, 혼마루 고텐 입장은 오후 4시에 마감돼요. 정문에서 고텐 입구까지 걸어서 10분쯤 걸리니 여유 있게 들어가세요.
아츠타 신궁 — 도심 속 신궁의 숲
아츠타 신궁(熱田神宮)은 삼종신기 가운데 하나인 쿠사나기 검(草薙神剣)을 모신 데서 시작된 곳이에요. 경내가 약 19만 제곱미터에 이르러서, 도리이를 지나면 도시 소음이 금세 나무 그늘 속으로 가라앉아요. 본궁으로 가는 길에 손 씻는 곳(手水舎) 북쪽의 대녹나무(大楠)를 올려다보세요. 수령이 1,000년을 넘는다고 전해져요. 조금 더 걸으면 낮은 흙담이 나와요. 1560년 오케하자마 전투에 나서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이곳에서 승리를 빌었고, 크게 이기자 답례로 이 담을 봉납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노부나가 담(信長塀)'이라고 불러요. 참배 뒤에는 경내의 '미야 키시멘(宮きしめん)'에서 넓적한 면 키시멘 한 그릇으로 쉬어 가세요.
나고야메시 — 된장과 장어의 밥상
이 지역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음식을 나고야에서는 '나고야메시'라고 불러요. 그중 여러 음식의 바탕에는 콩된장(豆味噌)이 있어요. 미소카츠(味噌カツ)는 돈카츠에 콩된장으로 만든 진한 소스를 끼얹은 음식이고, 미소니코미 우동(味噌煮込みうどん)은 뚝배기에 콩된장 국물로 끓여 보글보글 끓는 채로 나와요. 가장 유명한 건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예요. 잘게 썬 장어구이를 밥과 함께 나무 밥통에 담아 내면, 첫 그릇은 그대로, 두 번째는 파·와사비 같은 고명을 얹어서, 세 번째는 육수나 차를 부어 훌훌 먹어요. 1873년 요정으로 문을 연 아츠타 호라이켄(あつた蓬莱軒)이 이 이름의 상표를 갖고 있답니다. 저녁엔 이자카야에서 테바사키(手羽先)를 시켜 보세요. 튀긴 닭날개에 달콤짭짤한 양념을 바르고 향신료와 깨를 뿌려 내는데, 살짝 매콤하면서 고소해요.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나고야의 밤이 시작돼요.
아침은 킷사텐에서 — 나고야의 모닝
한 번쯤은 호텔 조식 대신 동네 킷사텐(喫茶店)으로 가 보세요. 오전에 음료를 주문하면 토스트와 삶은 달걀이 무료로 따라 나오는 '모닝(モーニング)'이 이 도시에 뿌리내린 습관이거든요. 여기에 단팥을 듬뿍 바른 오구라 토스트(小倉トースト)를 곁들이면 나고야식 아침이 완성돼요. 동네 단골들 사이에 앉아 천천히 토스트를 뜯다 보면, 관광지에서는 보기 힘든 이 도시의 평일 표정이 눈에 들어와요.
오스에서 사카에까지 — 골목과 탑
오스 관음(大須観音)은 1612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미노(지금의 기후현)의 오스에서 옮겨 온 절이에요. 절의 오스 문고에는 국보로 지정된 『고사기(古事記)』 사본을 비롯해 약 15,000권이 전해지고, 매월 18일과 28일에는 경내에 골동품 시장이 열려요. 절 주변으로 펼쳐지는 오스 상점가(大須商店街)에는 가게와 시설 약 1,200곳이 모여 있어요. '아이치의 아키하바라'로 불릴 만큼 전자제품 가게가 많고, 구제 옷 가게와 각국 음식점, 오래된 킷사텐까지 한데 섞여 '잡탕 상점가'라는 말이 붙었어요. 해가 지면 북쪽 사카에(栄)로 넘어가 보세요. 미라이 타워(中部電力 MIRAI TOWER)는 1954년에 완성된 일본 최초의 집약 전파탑으로, 2022년 일본의 타워 가운데 처음 국가 중요문화재가 됐어요. 바로 옆 오아시스21(オアシス21)의 물을 채운 유리 지붕 '물의 우주선'에는 지상 14m 높이로 둘레를 도는 산책로가 있어요(오전 10시~오후 9시). 그 길을 걸으며 불 켜진 탑을 바라보면 하루가 조용히 마무리돼요.
만드는 도시 — 기계와 철도, 다이묘의 보물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トヨタ産業技術記念館)은 토요타 그룹이 시작된 자리에 다이쇼 시대 공장 건물을 살려 만든 박물관이에요. 실을 천으로 짜는 섬유 기계부터 자동차까지, 진짜 기계가 움직이는 시연을 볼 수 있어요. 철도를 좋아한다면 나고야역에서 아오나미선으로 24분 걸리는 리니어·철도관(リニア・鉄道館)에 들러 보세요. 역대 신칸센과 일반 열차를 아우르는 실물 차량 39량이 늘어서 있고, 신칸센과 초전도 리니어가 움직이는 원리도 체험하며 배울 수 있어요. 조용한 하루라면 도쿠가와 미술관(徳川美術館)으로 가 보세요.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에 대대로 전해진 다이묘 유품을 중심으로 소장품이 1만 건을 넘는다고 해요. 국보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源氏物語絵巻)』는 해마다 11월 하순에 몇 장면씩 골라 특별 공개된답니다.
추천 2박 3일 일정
Day 1 — 주부 국제공항 센트레아 도착(메이테츠로 나고야까지 28~35분) → 나고야성·혼마루 고텐 → 저녁은 히츠마부시 Day 2 — 킷사텐 모닝 →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 오스 관음·오스 상점가 → 사카에 미라이 타워·오아시스21 야경 → 이자카야에서 테바사키 Day 3 — 아츠타 신궁과 미야 키시멘 → 리니어·철도관 → 공항
- 추천 시즌
- 3월 말~5월(벚꽃·신록), 10~11월(선선한 가을)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히츠마부시 (세 가지로 먹는 장어 덮밥)
- 미소카츠 (된장 소스 돈카츠)
- 테바사키 (달콤짭짤한 닭날개 튀김)
- 킷사텐 모닝 (오구라 토스트)
실용 팁
- 주말·공휴일과 매월 8일에는 지하철과 시영 버스를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도니치 에코 킷푸(ドニチエコきっぷ)가 어른 620엔이에요. 일반 1일 승차권(870엔)보다 저렴해요.
- 지브리 파크(ジブリパーク)는 예약제이고 하루 정원이 5,000명 안팎이에요. 여행 날짜가 정해지면 입장권부터 잡아 두세요.
- 나고야시는 2023년 10월부터 조례로 에스컬레이터에서 좌우 상관없이 멈춰 서서 타도록 정했어요. 한쪽을 비워 두고 걸어 오르는 습관은 여기서는 접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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