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
일곱 섬이 이어져 생긴 바닷가 도시
빅토리아 고딕과 노을 진 해안도로
뭄바이에 내리면 습한 바닷바람이 먼저 와닿고, 쉴 새 없는 경적 소리가 귀를 채워요. 그런데 남쪽 끝으로 내려가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첨탑 아래로 통근객이 쏟아져 나오고, 잔디밭 건너편에는 아르데코 건물이 줄지어 서 있어요. 해 질 무렵이면 사람들이 해안 방파제에 나란히 앉아 아라비아해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노점에서 산 바다 파브 하나로 저녁을 대신하기도 해요. 영국이 남기고 간 건물들 사이로 인도의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는 항구 도시, 뭄바이로 가 볼게요.
일곱 섬에서 한 도시로
지금의 뭄바이는 원래 일곱 개의 섬이었어요. 1661년 영국 왕실에 넘어간 뒤 섬 사이의 얕은 바다를 메우는 공사가 이어지면서 일곱 섬은 하나의 땅이 됐고, 이곳은 인도를 대표하는 항구 도시로 성장했어요. 마린 드라이브의 둥근 해안선도 1860년에 처음 구상되고 1920년대에 다시 추진된 백베이(Back Bay) 매립 사업에서 생겨났어요. 지금 걷는 산책로 자리가 백여 년 전에는 바다였던 셈이에요. 이 도시가 한마음으로 들썩이는 때는 가네샤 축제(Ganesh Chaturthi)예요. 1893년 로크마냐 틸라크가 이 축제를 성대한 공공 축제로 키운 뒤로, 집과 동네마다 코끼리 머리를 한 신 가네샤의 상을 모시고 길게는 열하루를 보내요. 마지막 날에는 신상을 물에 떠나보내는 행렬이 거리를 가득 메운답니다.
포트 지구, 고딕과 아르데코 사이
남뭄바이 포트(Fort) 지구에는 오벌 마이단(Oval Maidan)이라는 긴 잔디밭이 있어요. 동쪽에는 고등법원과 라자바이 시계탑(Rajabai Clock Tower) 같은 19세기 빅토리아 고딕 건물이, 서쪽에는 에로스 시네마(Eros Cinema)를 비롯한 20세기 아르데코 건물이 마주 서 있고, 두 건물군은 2018년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어요. 조금 북쪽의 차트라파티 시바지 마하라지 터미너스(Chhatrapati Shivaji Maharaj Terminus)는 영국 건축가 프레더릭 윌리엄 스티븐스가 설계한 세계유산 기차역이에요. 고딕 첨탑에 인도 전통 장식을 더한 이 건물은 지금도 중앙철도 본부로 쓰여요. 근처 칼라 고다(Kala Ghoda)의 제한기르 미술관(Jehangir Art Gallery)은 1952년부터 인도 미술계의 중심이 되어 온 무료 미술관이에요.
인도문에서 배를 타고 엘레판타로
콜라바(Colaba) 해안의 인도문(Gateway of India)은 1911년 영국 국왕 조지 5세와 메리 왕비의 방문을 기념하는 높이 26m의 아치로, 건축가 조지 위텟이 설계해 1924년에 완공됐어요. 식민 통치가 끝날 무렵 마지막 영국 배가 떠난 곳도 이 앞이었어요. 아치 옆 선착장에서는 약 10km 떨어진 엘레판타 섬(Elephanta Island)으로 가는 페리가 출발해요. 한 시간쯤 걸리는 뱃길에서는 멀어지는 남뭄바이 해안선이 길게 보여요. 섬의 큰 석굴에 들어서면 어둑한 안쪽에 세 얼굴을 한 시바 조각이 있어요. 높이가 6m를 넘는 이 상은 트리무르티라고 불려요. 석굴들은 5~8세기 사이에 바위를 깎아 만든 것으로 여겨지며,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어요.
해 질 녘의 해안선
마린 드라이브(Marine Drive)는 바다를 따라 C자로 휘어진 3.6km의 해안 도로예요. 야자수와 1920~30년대 아르데코 건물이 늘어선 길에 가로등이 켜지면 굽은 해안선을 따라 불빛이 진주 목걸이처럼 이어져, '여왕의 목걸이'라는 별명이 붙었어요. 북쪽 끝 기르가움 차우파티(Girgaum Chowpatty) 해변의 노점에서는 쿨피(인도식 아이스크림)로 산책을 마무리할 수 있어요. 조금 더 북쪽 바다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하지 알리 다르가(Haji Ali Dargah)가 있어요. 이란에서 온 성자 피르 하지 알리 샤 부카리를 모신 묘당으로, 해안에서 약 460m 떨어진 바위 위에 서 있어요. 난간 없는 약 640m의 둑길을 걸어 들어가는 동안 양옆으로 파도가 밀려와,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들어요.
길거리 음식과 이라니 카페
바다 파브(Vada Pav)는 매콤한 감자 완자를 튀겨 부드러운 빵에 끼운 음식이에요. 역 앞 노점에서 선 채로 하나 먹고 기차에 오르는 사람이 많아요. 파브 바지(Pav Bhaji)는 버터 바른 빵을 매콤한 채소 커리에 찍어 먹는 음식이에요. 이란계 이민자들이 열었던 오래된 이라니 카페에서는 버터를 듬뿍 바른 번 마스카(Bun Maska)를 달콤한 차이에 적셔 먹어요. 해안 도시답게 봄빌(Bombil)이라는 생선을 바삭하게 튀긴 요리도 해산물 식당의 단골 메뉴랍니다. 점심 무렵 사무실 거리에서는 흰옷에 간디 모자를 쓴 다바왈라(Dabbawala)와 마주칠지도 몰라요. 이들의 도시락 배달은 1890년부터 이어져 왔고, 약 5,000명이 집과 사무실 사이를 오가며 20만 명 가까운 사람에게 매일 집밥을 날라요.
기차와 바다 위 다리
뭄바이 사람들의 하루는 교외 열차 안에서 흘러가요. 웨스턴·센트럴·하버 세 노선이 도시를 남북으로 잇고, 출퇴근 시간에는 객차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벼요. 2025년 10월 전 구간 개통한 지하철 3호선은 도시 최초의 완전 지하 노선으로, 북쪽 아레이(Aarey)에서 공항을 거쳐 남쪽 끝 커프 퍼레이드(Cuffe Parade)까지 이어져요. 서쪽 교외로 갈 때 지나는 반드라-워를리 시링크(Bandra-Worli Sea Link)는 바다 위에 놓인 8차선 사장교예요. 인도 관광부에 따르면 이 다리로 서쪽 교외와 도심 사이 이동 시간이 45~60분에서 7~10분으로 줄었어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공항에서 지하철 3호선으로 남뭄바이 이동 → 오벌 마이단·라자바이 시계탑 산책 → 마린 드라이브 일몰 → 차우파티 노점 저녁 Day 2 — 아침 일찍 인도문 → 페리로 엘레판타 석굴 → 콜라바로 돌아와 이라니 카페에서 차이 Day 3 — 차트라파티 시바지 마하라지 터미너스 → 칼라 고다·제한기르 미술관 → 하지 알리 다르가 → 시링크를 건너 반드라에서 저녁 Day 4 — 한낮에 교외 열차 몇 정거장 타 보기 → 공항
- 추천 시즌
- 10~2월(건기·쾌적함), 8~9월(가네샤 축제·몬순)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바다 파브 (감자 완자 튀김을 끼운 빵)
- 파브 바지 (차우파티 해변 노점)
- 번 마스카와 차이 (이라니 카페)
- 봄빌 튀김 (해산물 식당)
실용 팁
- 공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면 남쪽 끝 커프 퍼레이드(Cuffe Parade)까지 약 45분이에요. 출퇴근 시간 도로로는 최대 2시간까지 걸리던 길이라, 남뭄바이 숙소로 갈 때 정체를 피할 수 있어요.
- 엘레판타 석굴은 월요일에 문을 닫아요. 섬에 내려서도 석굴까지 계단을 올라야 하고,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섬 안의 작은 관광 열차를 탈 수 있어요.
- 하지 알리 다르가의 참배 시간은 오전 5시 30분~오후 10시예요. 7~8월 몬순철에는 파도가 잦아들 때까지 둑길 양쪽 문을 몇 시간씩 닫으니, 이 시기엔 일정에 여유를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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