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지붕 위를 걷는 도시
해 질 녘 운하에서 아페리티보 한 잔
밀라노라고 하면 패션과 금융의 도시가 먼저 떠오르지요. 그런데 두오모 광장에서 흰 바탕에 분홍빛 줄이 비치는 대리석 성당을 올려다보면 도시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그 대리석은 북쪽 산자락의 채석장에서 배에 실려 강과 호수, 운하를 거쳐 들어왔고, 그 운하가 지금 저녁마다 사람들이 잔을 드는 나빌리예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수도원 식당 벽에 남긴 그림부터 1778년에 막을 올린 오페라 극장, 나무 800그루를 심은 아파트까지, 50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지하철 몇 정거장 안에 모여 있답니다.
두오모 — 늘 손질 중인 대성당
두오모(Duomo di Milano)를 짓고 돌보는 기관 베네란다 파브리카(Veneranda Fabbrica)는 1387년 밀라노의 영주 잔 갈레아초 비스콘티가 세웠어요. 그는 벽돌로 지으려던 계획을 대리석으로 바꿨고, 그해 10월 24일에는 칸돌리아(Candoglia) 채석장을 파브리카에 넘겼답니다. 파브리카는 지금도 그 채석장을 관리하며 성당을 고쳐 나가요. 남쪽 가림막 구역에서 시작하는 작업장은 최고 108.5m 높이까지 이어지고, 지붕 테라스에 오르면 첨탑과 조각상 사이를 걸으며 그 손길을 가까이에서 보게 돼요. 성당 안에는 큰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으니 짐은 숙소에 두고 나서세요.
최후의 만찬 — 15분의 방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화가·음악가·군사 기술자·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길게 적은 편지로 밀라노의 통치자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1482년 이 도시에 왔어요. 그 통치자 루도비코 스포르차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Santa Maria delle Grazie) 수도원 식당의 벽을 레오나르도에게 맡기며 열두 제자와 함께한 그리스도의 마지막 만찬을 그려 달라고 했답니다. 레오나르도는 1499년까지 그의 궁정에 머물렀어요. 지금은 그림을 지키기 위해 식당 안 공기를 따로 관리하고 관람 인원도 제한해요. 한 번에 최대 40명이 15분만 머물 수 있고, 입장료는 25세 이상 €15, 18~25세 €2, 18세 미만은 무료예요.
갈레리아를 지나 스칼라 극장으로
두오모 광장 북쪽의 갈레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는 유리 지붕을 인 십자형 아케이드예요. 반대편으로 나가면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 앞 광장이고, 북동쪽으로 몇 블록 더 가면 몬테나폴레오네 거리(Via Montenapoleone)를 낀 패션 지구 콰드릴라테로 델라 모다(Quadrilatero della Moda)가 나와요. 극장은 1778년 8월 3일 살리에리의 오페라 「에우로파 리코노슈타(L'Europa riconosciuta)」로 첫 막을 올렸어요. 이름은 이 자리에 있던 산타 마리아 알라 스칼라 성당에서 따왔답니다. 2004년 12월 7일 복원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 때도 같은 오페라를 올렸고, 지휘는 리카르도 무티가 맡았어요. 1951년부터는 해마다 밀라노 수호성인 성 암브로시오의 축일인 12월 7일에 시즌을 열어요.
브레라와 스포르체스코 성
스칼라 극장 북쪽의 브레라(Brera)는 돌길 사이로 화랑과 작은 식당이 늘어선 동네예요.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의 「그란데 브레라」 통합권(€20) 한 장이면 가까운 팔라초 치테리오(Palazzo Citterio)의 소장품도 볼 수 있고, 치테리오는 표의 날짜부터 7일 안에만 가면 돼요. 브레라에서 서쪽으로 걸으면 붉은 벽돌의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이 나와요. 레오나르도를 궁정에 두었던 스포르차 가문의 성으로,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조각 「론다니니의 피에타」가 이곳에 있어요. 성 뒤로는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이 이어집니다.
나빌리 — 대리석이 지나던 물길
두오모의 대리석은 칸돌리아에서 배에 실려 토체 강과 마조레 호수, 티치노 강, 나빌리오 그란데(Naviglio Grande) 운하를 차례로 지나 밀라노 산테우스토르조 선착장에 닿았어요. 물길 운송은 1920년까지 이어졌고, 그 운하 주변이 지금의 나빌리(Navigli) 동네예요. 해가 기울면 운하 양쪽 바에 사람이 모여 아페리티보를 시작해요. 저녁 식사 전 술 한 잔에 가벼운 안주를 곁들이는 밀라노의 습관이랍니다. 대리석 실은 배가 오가던 물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져요. 운하 둑에는 대개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골동품 시장 「메르카토네 델란티콰리아토」가 서요. 날짜는 navigliogrande.mi.it 에 미리 올라와요.
밀라노의 식탁
밀라노의 전통 요리에는 올리브유보다 버터, 파스타보다 쌀이 자주 쓰여요. 리소토 알라 밀라네제(risotto alla milanese)는 사프란으로 노랗게 익힌 리소토로, 송아지 정강이를 오래 졸여 낸 오소부코(ossobuco)와 한 접시에 나오기도 해요. 코톨레타 알라 밀라네제는 뼈 붙은 송아지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버터에 튀기듯 구워 낸 요리랍니다. 걸으며 점심을 해결하려면 두오모 광장 옆 산타 라데곤다 거리의 루이니(Luini)에 들러 보세요. 토마토와 모차렐라를 넣어 튀긴 반달 모양 판체로티로 알려진 가게예요. 겨울에는 밀라노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빵 파네토네가 빵집 진열장마다 쌓여요.
새 밀라노와 사흘 일정
포르타 누오바(Porta Nuova)의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나무 800그루를 심은 높이 110m·76m의 아파트 두 동이에요. 밀라노 남쪽 끝 라르고 이사르코의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은 1910년에 지어진 진 증류소를 고쳐 쓴 미술관이고요. 봄에는 디자인 위크가 열려요. 2027년에는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가 4월 13~18일 로(Rho) 박람회장에서,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가 4월 12~18일 시내에서 열려요. • 1일 — 두오모 지붕 테라스 → 갈레리아 → 스칼라 극장 → 브레라 → 저녁 리소토 • 2일 — 「최후의 만찬」 → 스포르체스코 성·셈피오네 공원 → 포르타 누오바 → 나빌리 아페리티보 • 3일 — 프라다 재단 또는 기차로 코모 호수 당일 여행
- 추천 시즌
- 4~6월(봄·초여름), 9~10월(가을)
- 추천 기간
- 2~3일
꼭 먹어볼 것
- 리소토 알라 밀라네제 (사프란 리소토)
- 코톨레타 알라 밀라네제 (버터에 튀기듯 구운 송아지 커틀릿)
- 오소부코 (송아지 정강이 찜)
- 판체로티 (루이니)
실용 팁
- 「최후의 만찬」 표는 분기마다 몇 달 치가 한꺼번에 풀리고, 판매 개시일은 공식 사이트에 공지돼요. 매진이어도 매주 수요일 정오에 그다음 한 주 치 추가분이 온라인에 나오니 그때를 노려 보세요.
- 지하철은 컨택리스 카드나 휴대폰 간편결제로 개찰구를 찍고 들어가, 나올 때도 같은 카드로 찍어야 해요. 90분 안에 여러 번 타면 €2.20만 적용되고, 첫 승차부터 24시간 안에 네 번째 승차를 넘기면 일일 요금(Mi1~Mi3 구역 €7.60)으로 계산돼요.
- 월요일엔 「최후의 만찬」과 브레라 미술관이 함께 쉬어요. 매달 첫째 일요일엔 두 곳 모두 무료지만 예약은 해야 해요(「최후의 만찬」은 직전 수요일 정오부터 온라인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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