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골목 카페에서 하루를 여는 도시
골드러시의 거리를 달리는 트램
멜버른(Melbourne)의 아침은 좁은 골목에서 시작돼요. 출근하는 사람들이 카페 창구 앞에 잠깐 멈춰 에스프레소를 받아 들고, 골목 밖 큰길에서는 트램이 19세기 석조 건물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요. 도심의 굵직한 건물들에는 1850년대 골드러시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금을 찾아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을 이루었고, 같은 무렵 주립 도서관과 금괴를 보관할 재무부 건물이 들어섰죠. 그래서 이 도시를 걷다 보면 커피 한 잔과 시장 구경 사이사이로 금광 시대의 이야기를 자주 만나게 된답니다.
골목에서 보내는 아침
플린더스 스트리트역(Flinders Street Station) 건너편의 디그레이브스 거리(Degraves Street)는 아침마다 좁은 길 양쪽이 카페 테이블로 채워져요. 바리스타가 창구 너머로 컵을 내밀면 손님은 그 자리에서 받아 들고 다시 걸음을 옮겨요. 이곳 사람들에게 커피는 앉아서 쉬는 시간이라기보다 하루를 여는 첫 동작에 가까워 보여요. 몇 블록 떨어진 호지어 레인(Hosier Lane)은 분위기가 전혀 달라요. 벽과 문, 배수관까지 스프레이 그림으로 덮여 있고, 그 위로 새 그림이 계속 덧칠돼요. 지난번 사진 속 벽을 다시 찾기 어려운 골목이라, 갈 때마다 다른 전시를 보는 기분이 든답니다.
금이 남긴 거리
1850년대 골드러시 때 멜버른에는 금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차이나타운(Chinatown)은 중국에서 온 채굴꾼들이 금광으로 떠나기 전에 머물던 거리에서 시작됐고, 서구권에서 가장 오래 이어져 온 중국인 거주지로 꼽혀요. 그 시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구 재무부 건물(Old Treasury Building)이에요. 열아홉 살 건축가 J. J. 클라크(J. J. Clark)가 설계해 1858년부터 1862년까지 지은 건물로, 안에는 골드러시 때 금괴를 보관하던 금고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어요. 금고 안을 걷다 보면 바깥의 넓은 대로와 석조 건물이 어떤 돈으로 지어졌는지 짐작하게 돼요. 자유 관람은 무료이고, 건물은 토요일에 문을 닫아요.
트램으로 다니기
교통카드 마이키(myki) 한 장이면 트램·기차·버스를 모두 탈 수 있어요. 첫날은 35번 시티 서클(City Circle) 트램으로 시작해 보세요. 이 무료 노선에서는 옛 W형 트램이 도심을 한 바퀴 돌며 주 의사당(Parliament House)과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 도클랜즈(Docklands)를 지나가요. 창밖으로 흘러가는 거리를 눈에 담아 두면, 이튿날부터 걸어서 다닐 길이 한결 쉽게 그려진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스카이버스(SkyBus)가 다니고, 성인 편도 요금은 25.90호주달러예요.
시장과 식탁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은 1878년 3월 20일에 문을 연 시장이에요. 7헥타르에 이르는 부지에 채소·고기·치즈 가게가 늘어서 있고, 2018년에는 호주 국가유산 목록에도 올랐어요. 퀸 스트리트(Queen Street) 쪽 F 셰드(F Shed) 앞에는 1950년대부터 장사해 온 도넛 가게가 있는데, 이곳의 핫 잼 도넛은 멜버른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통해요. 갓 튀긴 반죽 속 잼이 꽤 뜨거우니 한 김 식혀서 드세요. 저녁에는 차이나타운의 덤플링 가게나 동네 펍으로 가 보세요. 펍 메뉴판에 자주 보이는 '파르마'는 빵가루를 입혀 튀긴 닭고기에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얹어 구운 요리인데, 감자튀김과 샐러드를 곁들여 한 접시에 담겨 나와요.
도서관과 경기장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Victoria)은 1856년 문을 연 뒤 줄곧 같은 자리를 지켜 왔어요. 가운데의 라 트로브 열람실(La Trobe Reading Room)은 1913년에 문을 연 팔각형 공간으로, 6층 높이로 트인 돔 아래 320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어요.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를 조용히 한 바퀴 돌며 천장을 올려다보면, 이 도시가 책 읽는 자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진답니다. 도서관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어요. 도심 동쪽의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Melbourne Cricket Ground), 줄여서 MCG는 1853년에 생긴 경기장이에요. 해마다 열리는 호주식 풋볼(AFL) 그랜드 파이널에는 최대 10만 명의 관중이 모여요. 1월에는 이 도시에서 호주 오픈 테니스가 열려요.
도시 밖으로 하루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는 멜버른에서 차로 약 90분 거리예요. 섬으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20분쯤 더 달리면 펭귄 퍼레이드(Penguin Parade) 관람장이 나와요. 세계에서 가장 큰 쇠푸른펭귄 집단 서식지가 있는 섬으로, 해가 지면 바다에서 돌아온 펭귄들이 해변으로 올라와요. 서머랜즈 해변(Summerlands Beach)을 내려다보는 계단식 관람석 일반권이 성인 34호주달러이고, 예약이 필수예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남극해에서 솟은 석회암 기둥들,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가 나와요. 포트 캠벨(Port Campbell)에서 동쪽으로 약 7km 떨어진 자리에 2026년 10월 새 방문자 센터가 문을 열었어요. 해 질 무렵에는 12사도 바위와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 근처에서 바다에서 돌아오는 쇠푸른펭귄이 보이기도 해요.
추천 4박 5일 일정
Day 1 — 공항 도착 → 스카이버스로 시내 → 35번 시티 서클 트램으로 도심 한 바퀴 → 차이나타운에서 덤플링 저녁 Day 2 — 디그레이브스 거리에서 아침 커피 → 호지어 레인 → 구 재무부 건물 금고 →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Day 3 — 그레이트 오션 로드 당일 여행 → 12사도 바위 → 늦은 저녁 시내 복귀 Day 4 —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핫 잼 도넛 → MCG 투어 → 오후에 필립 아일랜드로 출발해 해 질 녘 펭귄 퍼레이드 Day 5 — 마지막 골목 카페 → 스카이버스로 공항
- 추천 시즌
- 3~5월(맑고 선선함), 10~11월(꽃 피는 시기)
- 추천 기간
- 4~5일
꼭 먹어볼 것
- 플랫 화이트 (골목 로스터리 카페)
- 핫 잼 도넛 (퀸 빅토리아 마켓)
- 덤플링 (차이나타운)
- 치킨 파르마 (동네 펍)
실용 팁
- 도심의 무료 트램 구역(Free Tram Zone) 안에서만 다닐 땐 교통카드 마이키(myki)를 찍지 않아도 돼요. 무료 구역 밖까지 갈 때는 탈 때 한 번 찍고, 내릴 때는 보통 찍지 않아요.
-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의 낮 시장은 화·목·금·토·일에만 열어요. 평일은 오후 3시, 주말은 오후 4시에 문을 닫으니 오전에 들르는 편이 좋아요.
-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는 2026년 10월 16일부터 모든 방문객이 미리 예약해야 해요. 예약은 30일 전부터 할 수 있고, 예약 한 번에 주차장 이용과 방문자 센터 입장이 모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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