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놀룰루
분화구 아래 펼쳐진 와이키키
왕국의 궁전과 서퍼의 바다
호놀룰루는 오아후(Oʻahu) 섬 남쪽 해안에 자리한 하와이주의 주도예요. 많은 분이 와이키키(Waikīkī)의 호텔 거리부터 떠올리지만, 다운타운에는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군주들이 살던 궁전이 남아 있고, 섬 동남쪽에는 분화구 테두리가 파도에 깎여 생긴 만이 있어 물고기 떼가 헤엄쳐요. 북쪽으로 한 시간쯤 달리면 계절에 따라 바다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서핑 해안이 나오고요. 이 글에서는 해변에서 쉬는 날 사이사이에 하루씩 끼워 넣기 좋은 호놀룰루와 오아후의 장소를 차례로 소개할게요.
와이키키 — 왕족이 쉬던 바닷가
와이키키는 호텔이 들어서기 훨씬 전, 하와이 왕족이 머물며 쉬던 바닷가였어요. 첫 호텔 모아나 서프라이더(Moana Surfrider)는 1901년에 이 해변에 들어섰어요. 듀크 카하나모쿠(Duke Kahanamoku)는 와이키키 파도에서 서핑을 익히며 자랐고, 서핑이라는 운동과 그 가치를 세계에 전했어요. 해변에 선 그의 동상은 와이키키 서핑 문화를 상징하는 모습이 되었어요. 앞바다는 파도가 순해서 서핑을 처음 배우기에 알맞아요. 와이키키 서쪽의 알라모아나 센터(Ala Moana Center)는 350곳이 넘는 상점과 식당이 모인 곳으로,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쇼핑센터라고 소개해요.
다이아몬드 헤드 — 요새가 된 분화구
와이키키 동쪽 끝에 솟은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는 약 30만 년 전 단 한 번의 폭발로 생긴 분화구예요. 하와이어 이름은 '참치의 이마'라는 뜻의 레아히(Lēʻahi)예요. 영어 이름은 19세기 영국 선원들이 비탈에서 반짝이는 돌을 다이아몬드로 여긴 데서 붙었다고 전해지지만, 그 돌은 값어치 없는 방해석 결정이었어요. 정상으로 가는 길은 1908년 오아후 해안 방어 시설의 일부로 놓였어요. 손전등이 필요한 어두운 터널과 옛 군사 벙커를 지나 계단 175칸을 오르면, 1911년 완공된 사격 통제소 안으로 들어가게 돼요. 분화구 바닥에서 정상까지 편도 약 1.3km, 높이 약 170m를 오르는 가파른 길이에요. 정상에서는 와이키키와 오아후 남쪽 해안이 내려다보여요.
이올라니 궁전 — 한 왕국의 마지막 장
다운타운의 이올라니 궁전(ʻIolani Palace)은 1882년 칼라카우아(Kalākaua) 왕이 지었고, 하와이의 마지막 군주들이 살았던 곳이에요. 미국 안에서 공식 왕실 거처였던 곳은 이곳뿐이에요. 오빠의 뒤를 이어 1891년 왕위에 오른 릴리우오칼라니(Liliʻuokalani) 여왕은 왕정이 무너진 뒤인 1895년, 왕당파의 복위 시도가 실패하면서 체포되었어요. 여왕은 이 궁전 2층 침실에서 8개월 가까이 갇혀 지냈어요. 궁전 길 건너편에는 하와이 제도를 통일한 카메하메하(Kamehameha) 1세의 청동상이 있어요. 6월 11일 카메하메하의 날에 가장 가까운 금요일이면 길이 9m짜리 생화 레이 수십 줄이 동상에 걸려요.
진주만 — 가라앉은 전함 위의 기념관
호놀룰루 서쪽의 진주만(Pearl Harbor)은 1941년 12월 7일의 공습을 기억하는 곳이에요. 진주만 국립기념지(Pearl Harbor National Memorial)의 중심은 가라앉은 전함 애리조나(USS Arizona) 위에 지은 기념관이에요. 배 안에는 900명이 넘는 수병과 해병이 지금도 잠들어 있고, 선체에서 새어 나온 기름이 물 위에 고여 '검은 눈물'이라 불려요. 기념관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요. 첫 프로그램은 오전 8시에 시작하고 마지막 배는 오후 3시 30분에 떠나요. 같은 만의 포드섬(Ford Island)에는 1945년 9월 2일 도쿄만에서 일본의 공식 항복이 이루어진 전함 미주리(USS Missouri)가 기념관으로 정박해 있어, 미국이 참전하게 된 공습의 자리와 전쟁이 끝난 자리를 하루에 이어 볼 수 있어요.
하나우마 베이 — 영상부터 보고 들어가는 바다
오아후 동남쪽의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는 코코 헤드(Koko Head)를 만든 여러 분화구 가운데 두 개가 빚은 만이에요. 분화구의 바다 쪽 테두리가 파도에 깎여 나가면서 바닷물이 안으로 들어찼어요. 1967년 하와이주 최초의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산호초 가장자리에는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가 많고 바다거북도 꽤 자주 보여요. 방문객은 들어갈 때마다 극장에서 교육 영상을 먼저 봐야 해요.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일, 모래나 산호를 가져가는 일은 모두 금지되어 있어요. 입장은 오후 1시 30분에 마감되니 오전에 들어가는 편이 좋아요.
노스쇼어 — 계절마다 바뀌는 바다
와이키키에서 차로 한 시간쯤 북쪽으로 가면 노스쇼어(North Shore)예요. 11월부터 2월까지는 빅 웨이브 서핑을 보기 좋은 때로, 파도가 때로 9m 넘게 솟아요. 11~12월에는 반스 트리플 크라운(Vans Triple Crown of Surfing)이 열리고, 숙련자만 들어가는 반자이 파이프라인(Banzai Pipeline)과 1950년대 빅 웨이브 서핑 초창기의 무대였던 와이메아 베이(Waimea Bay)도 이 해안에 있어요. 5월부터 9월까지는 파도가 잦아들어 수영과 서핑을 즐기기 좋아져요. 서핑 마을 할레이바(Haleʻiwa)에서는 무지개색 셰이브 아이스로 더위를 식혀 보세요. 돌아올 때 동쪽 해안으로 내려오면 일본 불교 사원을 본떠 지은 뵤도인(Byodo-In)과 누우아누 팔리(Nuʻuanu Pali) 전망대를 거쳐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한 접시의 점심 — 플레이트 런치와 말라사다
하와이 현지 음식의 기본은 플레이트 런치예요. 밥 두 주걱과 마카로니 샐러드에 칼루아 포크나 한국식 바비큐 같은 주 요리를 곁들인 한 접시예요. 밥 위에 햄버그스테이크와 달걀을 얹고 그레이비를 끼얹은 로코모코는 하와이섬 힐로의 카페 100(Café 100)에서 이름을 처음 붙였다고 전해져요. 단것은 포르투갈식 도넛 말라사다를 골라 보세요. 카파훌루 거리(Kapahulu Ave)의 레너즈 베이커리(Leonard's Bakery)는 1952년에 문을 열었어요. 개업 직후 창업자의 어머니가 포르투갈 전통대로 참회 화요일(Shrove Tuesday)에 말라사다를 만들자고 권했고, 지금은 가게의 대표 메뉴가 되었어요. 매일 오전 5시 30분에 문을 열어요.
- 추천 시즌
- 4~6월(비가 많은 철을 지난 때), 9~10월(바다가 잔잔한 때)
- 추천 기간
- 4~6일
꼭 먹어볼 것
- 플레이트 런치 (밥 두 주걱·마카로니 샐러드)
- 로코모코 (밥 위 햄버그스테이크·달걀)
- 말라사다 (레너즈 베이커리)
- 셰이브 아이스 (노스쇼어 할레이바)
실용 팁
- 다이아몬드 헤드는 하와이 비거주자라면 입장·주차 예약이 필수이고, 입장료는 카드로만 받아요. 하나우마 베이는 월·화요일에 쉬고 방문 이틀 전 오전 7시(하와이 시간)에 예약이 열려요. 현장 표는 선착순으로 조금만 나와요.
- 진주만 국립기념지는 입장료가 없지만, USS 애리조나 기념관 프로그램은 Recreation.gov에서 예약하고 1달러 수수료를 내요. 가방은 기념관과 방문자 센터에 들고 갈 수 없어 입구 근처 유료 보관소에 맡겨야 해요.
- TheBus와 스카이라인을 HOLO 카드(발급비 2달러)로 타면 하루 7.50달러를 넘는 요금은 내지 않아요. 현금은 탈 때마다 3.25달러이고 거스름돈이 없어요. 버스에는 중간 크기 여행 가방 하나와 기내용 가방 하나까지 들고 탈 수 있고, 스카이라인 공항역에서 W라인 버스로 갈아타면 와이키키까지 빠르게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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