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이린
봉우리 사이로 흐르는 리강의 물길
20위안 지폐 속 풍경을 눈앞에서
구이린(桂林)은 평평한 땅 위로 바위 봉우리가 불쑥불쑥 솟은 도시예요. 시내 한가운데에도 홀로 선 봉우리가 있고, 남쪽으로 흐르는 리강(漓江)을 따라 내려가면 그런 봉우리들이 강 양쪽에 줄지어 서요. 오랜 세월 빗물이 석회암을 녹여 만든 지형으로, 봉우리가 나무처럼 하나하나 떨어져 선 모습을 펑린(峰林), 곧 '봉우리 숲'이라고 불러요. 이 일대는 남중국 카르스트 세계자연유산에 들어 있답니다. 시내에서는 강과 호수를 따라 걷고, 양숴(阳朔)에서는 뗏목과 자전거로 봉우리 사이 물길과 시골길을 다니게 돼요.
「천하제일」이라는 말의 출처
「구이린 산수는 천하제일(桂林山水甲天下)」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이 도시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문장이에요. 그런데 이 말을 처음 남긴 사람이 확인된 건 생각보다 최근이랍니다. 1983년 초여름, 구이린의 문화재 담당자 두 사람이 시내 한가운데 옛 왕성(王城) 안 독수봉(独秀峰) 아래에서 석각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동굴 입구 바위벽에 비석 같은 흔적이 보였지만, 오랫동안 스며든 물이 만든 종유석 층이 두껍게 덮고 있었죠. 며칠에 걸쳐 걷어 내자 남송의 연호 '가태(嘉泰)'와 함께 그 일곱 글자가 드러났어요. 1201년 구이린에 관리로 와 있던 왕정공(王正功)이 향시에 합격한 열한 명을 격려하는 연회에서 지은 시 두 수 가운데, 둘째 수의 첫 구절이었어요. 음력 9월 16일, 둥근 달이 뜬 가을밤이었다고 해요. 독수봉은 평지에서 홀로 솟은 봉우리예요. 왕성에 들어가면 지금도 그 석각을 직접 찾아볼 수 있어요.
리강 — 봉우리 사이 83km 물길
구이린에서 양숴까지 리강의 물길은 약 83km예요. 유람선은 모판산(磨盘山) 부두에서 출발해 양숴까지 내려가요. 양디(杨堤)에서 싱핑(兴坪)까지는 강이 굽이굽이 휘어 돌고, 맑은 물에 기이한 봉우리가 거꾸로 비치는 구간이에요. '잉어가 용문을 뛰어오른다', '미인이 거울을 본다'처럼 봉우리와 바위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오래 남는 건 이름보다 물 위에 거꾸로 비친 산 그림자예요. 비가 막 그친 날에는 봉우리 허리에 구름이 걸려 산이 몇 겹으로 겹쳐 보이기도 해요. 큰 배 대신 뗏목으로 한 구간만 내려가는 방법도 있어요. 수면 가까이 앉는 만큼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이고, 뗏목에 부딪는 물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요.
싱핑 — 지폐 속 그 풍경
싱핑(兴坪)은 양디와 양숴 사이 강가에 자리한 옛 마을이에요. 마을 가까이에서 강물에 산 그림자가 비치는 자리, 황포도영(黄布倒影)이 중국 20위안 지폐 뒷면에 들어간 풍경이랍니다. 강가에서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눈앞의 능선에 대 보는 여행자를 자주 보게 돼요. 지폐 속 봉우리 선이 실제 봉우리 선과 겹쳐지는 순간을 직접 확인해 보는 거죠. 바람이 잦아드는 이른 아침이면 수면이 거울처럼 잔잔해져 봉우리 그림자가 거의 흔들리지 않아요. 유람선 위에서는 이 풍경이 금세 지나가니, 오래 보고 싶다면 양숴에 묵으면서 따로 찾아오는 편이 좋아요.
양숴 — 우룡하의 뗏목과 논길
양숴(阳朔)는 리강 유람선이 닿는 곳이자, 며칠 머물며 주변을 다니기 좋은 거점이에요. 읍내 중심 거리 서가(西街)는 밤늦게까지 식당과 가게 불빛이 이어지고, 한 블록만 벗어나도 지붕 너머로 봉우리가 바로 보여요. 낮에는 우룡하(遇龙河)로 나가 보세요. 양숴를 흐르는 리강 지류 가운데 가장 긴 물줄기로, '작은 리강(小漓江)'이라고 불려요. 사공이 긴 장대로 강바닥을 짚어 미는 뗏목에 앉으면 엔진 소리 없이 물소리만 남아요. 낮은 보를 넘을 때 뗏목 앞머리가 미끄러지듯 내려앉는 순간이 이 강의 작은 재미예요. 양쪽으로는 대숲과 연밭, 논이 차례로 지나가고, 물가에서 백로가 날아올라요. 뗏목에서 내린 뒤에는 자전거를 빌려 강을 따라 난 시골길을 달려 보세요. 봉우리 사이 평지라 오르막이 거의 없고, 작은 마을과 다리가 잇달아 나와요.
밤 — 호수의 두 탑, 강 위의 무대
구이린 시내에서는 해가 지면 사람들이 물가로 모여요. 시내를 둘러싼 두 강과 네 호수를 묶어 양강사호(两江四湖)라고 부르는데, 저녁이면 이 물길을 따라 도는 유람선이 다녀요. 삼호(杉湖) 위에 나란히 선 일월쌍탑(日月双塔), 해탑과 달탑에 불이 들어오면 두 탑의 그림자가 호수 위에 길게 늘어져요. 강가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으면 코끼리가 코를 강물에 담그고 물을 마시는 모양의 상비산(象鼻山)이 나와요. 양숴에 묵는다면 저녁 공연 「인상 유삼저(印象·刘三姐)」를 볼 만해요. 2004년 첫 공연 뒤로 매일 밤 리강 위에서 열려, 2024년 초까지 8,000회를 넘겼어요. 진짜 강과 그 뒤의 봉우리가 그대로 무대 배경이 되고, 조명이 어둠 속 봉우리를 비추면 산의 윤곽이 무대의 일부로 드러나요.
아침은 미펀, 저녁은 맥주 생선찜
구이린의 아침은 미펀(米粉) 한 그릇으로 시작돼요. 동그란 쌀국수에 여러 향신료를 넣고 달인 양념장 루수이(卤水)를 붓고, 바삭하게 튀긴 돼지고기와 볶은 땅콩, 절인 줄콩을 얹어 먼저 비벼 먹어요. 반쯤 먹었을 때 뼈 육수를 부어 국물로 마무리하는 게 이곳 방식이랍니다. 양숴에서는 맥주 생선찜 피주위(啤酒鱼)를 맛보세요. 강에서 잡은 생선을 기름에 지진 뒤 토마토·고추와 함께 맥주를 부어 졸여 내요. 소를 채워 익히는 냥차이(酿菜)도 이 지역 음식이에요. 우렁이 살을 다진 고기와 섞어 다시 껍데기에 채운 톈뤄냥(田螺酿)이 대표적이고, 고추나 가지, 두부에 소를 넣기도 해요. 잔칫상에 오르는 리푸 토란 커우러우(荔浦芋扣肉)는 포슬포슬한 토란과 삼겹살을 번갈아 쌓아 찐 요리예요.
추천 3박 4일 일정
Day 1 — 구이린 도착 → 왕성·독수봉에서 '천하제일' 석각 찾기 → 상비산 → 저녁 양강사호 유람선과 일월쌍탑 야경 Day 2 — 모판산 부두에서 리강 유람선 → 양숴 도착, 서가 산책 → 저녁 「인상 유삼저」 Day 3 — 우룡하 뗏목 → 자전거로 논길 달리기 → 오후 싱핑 옛 마을과 황포도영 Day 4 — 구이린으로 돌아와 '국빈동(国宾洞)'이라는 별명이 붙은 종유 동굴 노적암(芦笛岩) → 공항
- 추천 시즌
- 3~5월(봄·물안개 낀 리강), 9~11월(가을·비가 적음)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구이린 미펀 (루수이에 비비는 쌀국수)
- 피주위 (양숴의 맥주 생선찜)
- 톈뤄냥 (고기 소를 채운 우렁이)
- 리푸 토란 커우러우 (토란·삼겹살찜)
실용 팁
- 공항버스(20위안)는 T2 1층 도착 로비 6번 문 밖에서 타요. 상비산이 있는 상산공원(象山公园) 3번 문 근처와 중심광장을 거쳐 가니, 시내 숙소라면 이 노선으로 충분해요.
- 상비산은 2022년부터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실명 사전 예약제예요. 여권 정보가 필요하니 가기 전에 미리 예약해 두세요.
- 리강 유람선은 편도예요. 모판산 부두에서 양숴까지 배에 따라 3시간 반쯤 걸리고 구이린까지는 차로 1시간쯤 되돌아와야 하니, 양숴에서 하룻밤 이상 묵어야 일정이 덜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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