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고개를 들면 신전이 보이는 도시
아침엔 유적, 밤 9시엔 타베르나
아테네의 하루는 바위 언덕 하나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모나스티라키 광장에 서도, 플라카 골목을 걸어도, 옥상 테라스에서 저녁을 먹어도 고개를 들면 파르테논 신전이 보여요. 2,400년 넘은 신전 아래에서 사람들은 얼음 커피 한 잔을 몇 시간씩 붙들고 이야기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저녁 식탁에 앉습니다. 유적을 보러 가는 도시라기보다 유적 곁에서 하루를 보내는 도시예요. 아침엔 신전, 한낮엔 박물관, 해 질 녘엔 언덕, 밤엔 늦은 식탁으로 하루를 나누면 이 도시의 리듬과 잘 맞아요.
아침의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Ακρόπολη)는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오르는 편이 좋아요. 이른 아침에는 단체 관광객이 아직 적고, 해가 높아지기 전이라 그늘 없는 언덕길도 걸을 만합니다. 언덕 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건 파르테논 신전(Παρθενώνας)이에요. 기원전 447년에 공사를 시작해 15년 만에 완성됐으니, 2,400년 넘게 이 자리에 서 있는 셈이에요. 북쪽의 에레크테이온(Ερέχθειο)은 기원전 420년에 지은 작은 신전으로, 남쪽 현관에서 여인 모습의 기둥 카리아티드가 지붕을 받치고 있어요. 지금 그 자리에 선 여인상은 복제품이고, 원래 여섯 중 다섯은 언덕 아래 박물관으로 옮겨졌답니다.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는 신전
언덕 남쪽 아래에 아크로폴리스 박물관(Μουσείο Ακρόπολης)이 있어요. 2009년에 문을 연 이 건물은 바닥 곳곳이 유리라서, 발아래로 옛 아테네의 길과 안뜰 딸린 집, 우물, 공방 터가 내려다보여요. 기원전 4천년기부터 서기 12세기까지 사람이 살던 자리이고, 2019년 6월부터는 그 발굴지 안을 직접 걸어 볼 수도 있답니다. 꼭대기 층 파르테논 갤러리는 신전 내부 공간과 방향·크기를 똑같이 맞춰 지었어요. 프리즈 조각은 신전에 붙어 있던 위치 그대로 배치돼 있고, 유리벽 너머로 언덕 위 신전이 바로 보여요. 군데군데 석고 복제품이 섞여 있는데, 영국박물관 등 해외 박물관에 있는 조각들의 자리를 채워 둔 거예요.
아고라에서 플라카로
박물관을 나와 언덕 북서쪽으로 돌아가면 고대 아고라(Αρχαία Αγορά)예요. 고대 아테네의 정치와 장사, 종교와 문화가 모두 이 광장에서 펼쳐졌고, 500명으로 이루어진 시 평의회가 모이던 회의장도 여기 있었어요. 기원전 5세기에 지은 헤파이스토스 신전(Ηφαιστείο)이 한쪽에 서 있고, 아탈로스 스토아(Στοά Αττάλου)는 기원전 2세기에 상점들이 줄지어 있던 회랑을 1950년대에 다시 세운 건물이에요. 고대 아고라는 아크로폴리스와 입장권을 따로 사야 해요. 아고라에서 동쪽으로 걸으면 플라카(Πλάκα)의 오래된 골목이 이어져요. 그 위쪽, 아크로폴리스 바위 바로 밑에는 아나피오티카(Αναφιώτικα)가 있어요. 키클라데스 제도의 아나피섬에서 온 일꾼들이 터를 잡은 동네라, 하얀 벽 사이를 비집고 걷다 보면 섬마을에 들어선 것 같아요.
밤 9시에 시작하는 저녁
아테네 사람들은 저녁을 늦게 먹어요. 9시 전에는 식당이 대개 한산하니, 오후엔 카페에 앉아 있다가 9시가 넘어 타베르나로 가면 됩니다. 카페에서는 프레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보세요. 에스프레소를 흔들어 얼음 위에 부어 내는 커피이고, 차가운 우유 거품을 얹으면 프레도 카푸치노가 돼요. 인스턴트커피로 만드는 프라페는 1957년 테살로니키 박람회에서 우연히 생겨났다고 해요. 길에서 먹는 한 끼는 수블라키예요. 꼬치를 뜻하는 말에서 이름이 왔고, 숯불에 구운 고기를 피타에 싸서 토마토, 붉은 양파와 함께 먹어요. 양념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겹겹이 꽂아 세로로 돌려 굽는 건 기로스예요. 단것이 당기면 꿀을 붓고 시나몬을 뿌린 튀김 도넛 루쿠마데스를 드셔 보세요. 장 구경을 하고 싶다면 1884년에 문을 연 바르바키오스 중앙시장(Βαρβάκειος Αγορά)의 생선 시장과 정육 홀을 걸어 보세요.
해 질 녘의 언덕들
해 질 무렵 오를 언덕은 여럿이에요. 가장 가까운 곳은 아크로폴리스에서 서쪽으로 300m쯤 떨어진 바위 언덕 아레오파고스(Άρειος Πάγος)예요. 신전과 도시를 함께 보기 좋은 자리로 꼽혀요. 수많은 사람이 오르내린 탓에 바위 계단이 반들반들하니 운동화를 신으세요. 남서쪽, 숲이 우거진 필로파포스 언덕(Λόφος Φιλοπάππου)에서는 같은 신전을 조금 떨어져서 마주 보게 됩니다.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고 싶다면 콜로나키 위쪽의 리카비토스 언덕(Λυκαβηττός)으로 가세요. 높이가 300m에 가까운 꼭대기에 18세기에 지은 하얀 성 게오르기오스 예배당이 있고, 맑은 날엔 바다 건너 아이기나섬까지 보여요. 내려올 때는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보세요. 도시가 또 다른 각도로 보인답니다.
광장의 근위병, 대리석 경기장
신타그마 광장(Πλατεία Συντάγματος)을 내려다보는 국회의사당 앞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고, 전통 복장의 근위병 에브조네스(Εύζωνες)가 하루 24시간 그 곁을 지켜요. 교대식은 한 시간마다 열리고, 일요일 오전 11시에는 정식 의장 행사가 펼쳐집니다. 신타그마 역에서 1km쯤 걸으면 파나티나이코 경기장(Παναθηναϊκό Στάδιο)이 나와요. 1896년 첫 근대 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흰 아티카 대리석 관중석이 트랙을 둘러싸고 있어요. 입장료 12유로에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돼 있답니다.
하루 더 — 수니온곶과 바다
하루를 더 낼 수 있다면 아티카반도 남쪽 끝 수니온곶(Σούνιο)으로 가 보세요. 에게해를 내려다보는 곶 끝에 기원전 444~400년 사이에 지은 포세이돈 신전이 서 있어요. 아고라의 헤파이스토스 신전을 설계한 건축가가 지었을 거라고 하고, 신전 돌에는 19세기 초 이곳에 반한 시인 바이런이 새긴 이름이 남아 있답니다. 한 번만 간다면 해 질 무렵에 맞추세요. 섬으로 건너가고 싶다면 지하철 1호선이 닿는 피레우스(Πειραιάς) 항으로 가면 됩니다. 아테네의 대표 항구로, 대부분의 섬으로 가는 배가 이곳에서 떠나요.
- 추천 시즌
- 4~6월(햇살 좋고 덜 더움), 9~10월(더위가 한풀 꺾임)
- 추천 기간
- 3~4일
꼭 먹어볼 것
- 수블라키·기로스 (피타에 싼 고기)
- 메제 (타베르나의 작은 접시들)
- 루쿠마데스 (꿀·시나몬 튀김 도넛)
- 프레도 에스프레소 (흔들어 낸 얼음 커피)
실용 팁
-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지하철 편도 9유로(왕복 16유로), 신타그마 광장행 X95 버스 5.5유로(약 60분), 택시 정액 40유로(자정~오전 5시 55유로)예요.
- 도착부터 출국까지 72시간 안이라면 3일 관광권(20유로)이 공항 왕복표(16유로)보다 나아요. 처음 개찰한 뒤 72시간 동안 시내 지하철·버스·트램을 탈 수 있고, 공항 왕복도 한 번 포함돼요. 시내 90분권은 1.2유로예요.
-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일반 20유로)은 금요일엔 밤 10시까지 열어요(마지막 입장 밤 9시 30분). 아침엔 언덕, 금요일 저녁엔 박물관으로 나누면 한낮 더위를 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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